아내는 남편이 집에 들어서기만 하면 밤낮으로 지청구였다. 몇 번이나 닭을 쳐보자고 씨암탉을 사 놓았지만 독장사는 이틀이 넘지 않아 씨암탉으로 술을 바꿔 먹었으니 왜 그렇지 않겠는가.
<에구에구, 한 배만 깨웠으면 닭 스무 마리 되겠는걸!>
그 때마다 아내는 이렇게 말하며 눈물을 지었다.
독장사도 목석은 아닌지라 아내와 애들의 눈물 어린 정상을 보니 마음이 움직였다. 그래서 한 번은 큰 결심을 내렸다. 속구구를 해보니 두 개만 팔면 밀린 빚은 다 물 수 있을 게고 하나마 더 구워서 팔면 아내가 좋아하는 씨암탉을 여러 마리 사 놓을 수 있을 것 같았다.
독장사는 잘 구워 낸 묵직한 독 세 개를 쪽지게에 짊어지고 장사를 떠났다. 그런데 술집을 지나자니 또 목젖으로 닭알춤이 넘어 갔다.
<에라, 이번만 마지막으로 술을 마시자! 그래도 씨암탉 한 마리 값이야 남겠지....>
그는 술집에 가서 외상술 서 되를 받아 쭉 들이 마시고는 입을 썩썩 문지르고 흥이 나서 독짐을 지고 씨엉씨엉 앞 고개 너머 마을로 독 팔러 떠났다.
큰 독 세 개를 짊어지니 가파로운 앞 고개 길이 과연 힘겨웠다. 산 중턱에 이르니 이마에서는 땀방울이 굴러 떨어지고 단숨이 턱에 닿아 헐떡거렸다. 그러나 한 번 먹은 마음이 있는지라 이를 악물고 톺아 올랐다. 고개에 오르니 온몸이 땀자루가 되고 두 눈이 핑핑 돌아갔다. 그는 평평한 곳을 찾아 독짐을 벗어 잘 받쳐 놓고 너무도 기진맥진하여 잔디밭에 힌들 나누웠다. 그러니 천 근 짐을 벗어놓은 듯 온몸이 홀가분했다. 인제는 내리막길이라 근심될 것도 없었다. 시름 놓고 푹 쉬고 떠나면 될 판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