뛰는 놈 위에 나는 놈
옛날 옛적 한 비상한 재주를 가진 처녀가 있어 하루 아침 안에 모시를 째서, 삼아서, 꾸리를 감아서, 실을 날아서, 매서, 배틀에 걸어서, 모시 다섯 필씩을 짰다.
어느덧 처녀는 나이가 차서 시집갈 때가 되었는데 어쨌든 자기처럼 재간이 몹시 뛰어난 남편을 삼으려고 했다.
그런데, 그런 총각이 어디에 있겠는가?
이런 하루 한 총각이 겨우 찾아왔다.
<그래, 당신은 무슨 뛰어난 재간이 있는가요?> <예, 저는 하루 아침에 열두 칸 짜리 기와집을 짜어내는 재주가 있지요.> <좋아요. 오늘은 푹 쉬고 내일 아침에 솜씨를 보여주세요.>
이튿날 아침이 되자 총각은 일찍 일어나 산에 올라 나무를 베여 톱으로 켜, 자귀로 깎아, 대패를 밀어, 끌로 뚫어 뚝딱뚝딱 맞추어 열두 칸 짜리 기와집을 우뚝 날 듯이 잘 짜어 놓았다.
처녀는 총각이 짜은 집을 보러 나갔다. 집은 아주 훌륭했다. 그런데, 찬찬히 보니까 방문의 문설주가 그만 꺼꾸러 맞추어져 있었다.
<아, 문설주가 꺼꾸러 맞춰졌으니 그 재주가 부실해서 못 쓰겠습니다.>
처녀는 총각에게 퇴짜를 놓았다. 이렇게 재간있는 총각을 나무랬으니 이제 또 누가 감히 찾아오겠는가?
이리하여, 다시 몇 년 세월이 덧없이 흘러갔다.
그 사이 총각들이 감히 청혼을 오지 못하다보니 처녀는 처녀대로 늙어만 가게 되었다.
<아, 이 세상에서 나는 끝끝내 재주 많은 총각을 구할 수 없으니 죽어버릴 수밖에 없구나.>
드디어 이렇게 생각한 처녀는 수십 길 되는 길 벼랑산에 올라 몸을 아래로 활 내던졌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