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치를 본 귀일의 딸은 아들 일곱 형제를 죽여버릴 계략을 꾸몄다. 우선 배가 아파 죽어가는 시늉을 하면서, 당황해하는 남편에게 점을 쳐보도록 했다. 점을 치러 남편이 나가니, 귀일의 딸은 지름길로 달려가 점쟁이인 처가면서 기다리다가, 아들 일곱형제의 간을 내어 먹어야 낫겠다고 했다. 부인을 사랑하는 남편은 “아들아야 다시 낳으면 된다.”는 부인의 말을 듣고 칼을 갈았다.
이것을 알아차린 똑똑한 막내아들이 아버지 대신 형들의 간을 내어 오겠다하고는 칼을 가지고 형들과 같이 산으로 올라갔다. 도중에 지쳐 잠을 자는데, 어머니의 영혼이 꿈에 나타나 노루의 간을 내어 가라고 가르쳐주었다. 잠을 깨닌 과연 노루새끼 일곱 마리가 내려오고 있었다.
여섯 마리를 잡아 간을 내고 계모에게 가져갔다. 계모는 먹는 체하며 간을 자리 밑으로 숨겼다. 문틈으로 엿보던 막내아들이 들어가 자리를 걷어치우자, 형들도 왈칵 집으로 달려들었다. 흉계가 만천하에 드러나자, 노일제대귀일의 딸은 측간으로 도망가 목을 매어 죽어 측간신 측도부인(厠道婦人)이 되고, 남선비는 달아나다 정낭(집의 출입구에 대문 대신 걸쳐놓는 굵은 막대기)에 목이 거려 죽어, 주목지신(柱木之神)이 되었다. 일곱 형제는 서천꽃밭에 가서 환생꽃을 얻어다가 물에 빠져죽은 어머니를 살려 조왕신으로 앉혔다. 그런 뒤, 일곱 형제는 각각 자기의 직분을 차지하여 신이 되었다. 첫째는 동방청대장군, 둘째는 서방백대장군, 셋째는 남방적대장군, 넷째는 북방흑대장군, 다섯째는 중앙황대장군, 여섯째는 뒷문전(뒷문의 신), 영리한 막내는 일문전(앞쪽 문신)이 각각 되었다.
이 신화에 근거하여 일문전을 상위의 문신으로 위하고 있고, 또 조왕과 측간신은 시앗의 원수간이라 하여 부엌과 측간은 멀리 짓고, 측간의 돌 하나 나무 하나도 부엌에 가져오지 않는 관습이 있게 되었다. 문신에 대한 제의는 굿이나 유교식 제례에서 지내지 않는 일이 없다. 굿에서는 모든 굿을 할 때에 문전본풀이를 하고, 또 신년가제(新年家祭)로 문전비념을 해마다 하여 복을 빌기도 한다. 유교식 제례에서는 명절의 차례·제사·소상·대상 등 집안에서 하는 모든 조상숭배 때에 제의를 지내기에 앞서 이 문신에게 먼저 제를 지낸다. 이를 문제(問祭) 또는 문전제라 하는데, 이 제는 삼방(마루방)에 앞쪽 문을 향하여 제상을 차려놓고, 현관 한 사람이 단잔으로 지내는 것이다. 유교식 제례의 문전제가 무속의 문신신앙에서 유래한 것임은 말할 것도 없다. 이처럼 제주도에서는 모든 제의에서 문신을 위하므로 ‘문전 모른 공사(祭儀) 없고 주인 모른 나그네 없다.’는 속담까지 회자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