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러나, 어머니는 듣는 척도 하지 않았다.
≪안된다. 지금 당장 떠나가거라!≫
≪어머니! 한번만 용서해 주세요. 다시는...≫
죽화가 절절히 애원했으나 어머니는 절대 들어주려 하지 않았다.
≪얘야, 네가 진정 고려장수의 딸이라면 어서 썩 떠나가거라! 그래 범이 무서워 산에 못 가겠단 말이냐?!≫
설죽화는 눈물을 흘리며 초막을 나섰다.
그는 밤과 낮을 이어가며 그 흉맹한 범을 찾아 깊은 산속으로 들어갔고 이 산 저 산 헤매고 헤매였다.
이렇게 하기를 사흘 밤, 사흘 낮 그제야 그는 끝끝내 그 범을 만났다. 하지만 그는 배가 몹시 고푸고 몸이 지쳤다.
손이 떨리고 눈앞이 아찔하여 도무지 활을 견줄 수가 없었다. 하여 그는 얼른 활을 집어 던지고 칼을 쑥 뽑아들었다. 그리고는 도정신하여 ≪악-≫소리치며 덮쳐드는 범의 가슴을 거누고 칼을 날렸다. 범이 칼을 받고 ≪따-웅!≫쓰러지는 순간 죽화도 그만 산비탈에 쓰러지고 말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