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래 그 범을 그대로 살려 보냈단 말이냐?≫
하고 정색해서 물었다.
≪어무니두, 그럼 어떻게 해요? 그처럼 사나운 범을 어떻게 당해낸단 말인가요?≫
≪얘야, 어리석구나! 저를 해치려는 범과 싸워볼 엄두도 못 내고 비겁하게 숨기부터 하다니, 너의 아버지와 영용한 고려군사들은 불과 700명 수효로 수만의 적과 맞다들어 끝끝내 이겼느니라. 그런데, 너는 도대체 어떤가 말이다.≫
그러면서, 어머니는 즉시 떡과 고기를 싸주면서 말씀했다.
≪얘, 죽화야! 어서 범을 찾아 가거라! 그 범을 잡지 못하면 다시는 이 어머니를 만나려니 생각도 말아라!≫
어머니의 단호한 말씀에 죽화는 겁도 나고 억울하기도 했다. 이미 어둠의 장막이 겹겹이 내리덮힌데다가 인제 나서면 범 한 마리가 아니라 열 마리 스무 마리가 나설판인데 어찌 그렇지 않겠는가?
그래서, 그는 어머니 앞에 납작 엎드려 용서를 빌었다.
≪어머니! 한번만 용서해 주세요. 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