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래일쯤이야 돌아가야지요.≫
그 다음날 아침, 날이 희붐히 밝자 부자는 아침 밥 먹을 궁리도 없이 친척의 보짐을 미리감치 뜰악으로 내놓으며 말했다.
≪하긴, 봄날의 하루가 가을철 열흘 맞잡이라고는 하지만 왔던 바에 푹 쉬여가게나.≫
헌데 친척은 단박 떠날 념을 아니했다.
급해 맞은 주인은,
≪하긴, 하루밤만 더 묵어 가게. 그러지 않아도 내 며칠 전부터 지붕을 옐 일로 걱정을 했는데...≫
라고 했다.
주인의 심보를 알아차린 손님은 인차 일어나며, ≪언녕 보짐까지 내여주면서 하루밤 더 묵으라니 말이 됩니까? 그럼 편안히 계십쇼.≫
하고 쥉쥉 집으로 떠나가 버렸다.
이로부터 항간에는 ≪봇짐 내여주면서 하루밤 더 묵으라 한다.≫는 속담이 전해지게 되었으니 그 뜻인즉 속으로는 떠나기를 바라면서 겉으로는 말리는 체함을 비꼬아 이르는 말이라 하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