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튿날, 중들은 그 젊은 중을 데리고 처녀의 집을 찾아갔다. 그리고 모든 사정 이야기를 하면서 처녀의 너그러운 처분을 간청했다.
"잘 알겠어요. 정 그러시다면 오늘부터 소녀의 몸을 스님에게 맡기겠습니다만 한 가지 지켜 주셔야 할 일이 있어요."
처녀의 이같은 신선한 말에 젊은 중의 얼굴엔 금새 생기가 돌았다.
"무슨 일이든지 규수께서 하라고 하시는 일은 다 하겠습니다."
"그러나 지키시기 어려운 일입니다."
"하여간 어서 말씀을 해 보시지요."
"소녀는 오늘부터 스님과 한집에서 같이 살겠습니다만 앞으로 십년 동안 소녀의 몸의 실오라기 하나라도 손을 대시면 안 됩니다. 만일 십년 안에 제 몸에 손을 대시면 저는 그 때부터 헤어지고 말겠습니다."
"소승은 출가해서 수도를 해온 몸이온데 그쯤 일을 어찌 지키지 못하겠소이까. 규수의 말씀대로 꼭 지키겠습니다."
젊은 중은 굳은 언약을 했다.
그리하여 그날부터 처녀의 집에서 함께 살게 되었는데 한방에서 기거를 하면서도 부처처럼 처녀의 몸에는 손끝 하나 대지를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