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창익 의학박사-미국국가위생연구원 로화연구소 연구원, 할빈의과대학 객좌교수
(흑룡강신문=하얼빈) 땀은 누구나 다 흘린다. 더울 때 흘리고 긴장할 때 흘리고 매운 것을 먹었을 때도 흘린다. 너무 흔하고 쉽게 느끼는 것이여서 대수롭지 않은 기관(器官)으로 여겨지기도 한다. 그런 '대수롭지 않은' 기관을 필자는 10년간 미국정부의 경비지원으로 연구를 해왔다. 무엇을 위해서였을까? 오늘은 땀샘에 깃든 이야기를 해보려한다.
땀샘은 작아도 내장된 비밀은 커
땀은 땀샘에서 만들어진다. 땀샘은 한선(汗腺)이라고도 한다. 인체에는 소한선(小汗腺)과 대한선(大汗腺) 두가지 땀샘이 있다. 그중에서도 소한선이 더 중요한데 200백만개 이상의 소한선이 우리 몸에 어디라 없이 널리 퍼져 있다. 우리가 평소 감지하는 땀은 소한선에서 만들어진다. 소한선에서 만들어지는 땀은 99%가 수분이고 전해질과 일부 대사 페기물이 조금 포함되여 있다.
체온을 왜 일정하게 유지해야 하는가
소한선의 주요기능은 체온을 조절하는 것이다. 우리의 신체는 긴요한 단백질, 효소 등의 기능을 안정시키기 위해 체온을 일정하게 유지할 필요가 있다. 그래서 체온을 조정하는 구조를 갖고 있다.
소한선은 체온을 내리는데 제일 효과적인 역할을 하는 기관이다. 개개의 소한선은 길이가 5mm도 되지 않는 작은 기관이나 몇백만개의 땀샘을 가진 우리는 한시간에 최대 4 리터의 땀을 흘릴 수 있다. 이런 땀이 증발하면서 대량의 열을 끌고 간다. 누구나 겪는 일이지만 열이 날 땐 땀이 나지 않으나 열이 식을땐 땀을 흘린다. 땀을 흘리기에 열이 내리는 것이다.
두번째 땀샘인 대한선은 일명 방향선(芳香腺)이라고도 한다. 피부표면에 직접 분비하는 소한선과 달리 모낭(毛囊)에 련결돼 있어 모낭을 통해서만 분비될 수 있다. 대한선에서 나는 땀은 지방, 단백질 등을 포함하고 있어 세균 등에 분해된 뒤 특수한 냄새를 낸다. 동물에서는 이성을 흡인하는 물질이다. 대한선은 인류에 와서는 거의 소실되고 겨드랑이, 음부 등 국한된 부위에만 잔존하고 있다. 인류에서 대한선은 체온조절에 관여하지 않는다.
한가지 지적하고 싶은 것은 동물계에서의 땀샘 특히 소한선의 진화과정이다. 포유동물(哺乳类)에서는 소한선은 발바닥과 손바닥에만 국한되여 있다. 그래서 체온조절에는 의미를 갖지 못한다. 개를 례로 들면 거리를 빠르게 뛸 수 있으나 먼거리를 뛰지 못한다. 몸에 소한선이 없기에 체온조절이 효과적이지 않기 때문이다. 뛰고 나면 입을 크게 벌리고 혀를 한껏 내밀어 큰숨을 몰아 쉬는데 입안의 피부, 혀의 표면 그리고 침을 흘리는 것을 통해 얼마간 체온을 낮추려는 노력이다. 땀샘이 없는 대신 포유동물들은 체온을 유지하는 구조로 짙은 털숲을 갖고 있다. 쥐를 례로 들면 털이 꼿꼿해 보이나 사실은 80% 이상의 털이 지그재그 모양으로 꺽여 있어서 아주 치밀한 온도 바리아(屏障)를 형성한다. 이런 바리아가 밖의 추위 혹은 더위를 들어오지 못하게 하고 몸의 온도가 빠지지 않게 한다. 인류에 이르면 털이 없어지면서 소한선이 대량 발생하는데 체온조절이 동물에 비해 훨씬 효과적으로 진화한 것이다.
인체에서 땀 분비는 부동한 수준의 뇌신경의 조절을 받는다. 더울 때 흘리는 땀은 뇌의 아래쪽에 있는 시상하부가 결정한다. 체내와 피부에 있는 온도 감응기에서 덥다는 신호를 시상하부에 있는 체온중추에 보내면 체온중추가 전신의 소한선에 땀을 흘리라는 지령을 내려보낸다.
매운것을 먹을 때 왜 얼굴에만 땀이 많이 날가
매운 것을 먹었을 때 흘리는 땀은 수질에서 결정하는데 얼굴에 국한한다. 긴장할 때는 그 신호가 대뇌피질까지 전달돼 거기서 지령이 손바닥과 발바닥으로 내려간다. 시상하부와 수질은 저급동물도 가지고 있는 뇌구조로서 생명유지에 꼭 필요한 부분이다. 피질은 인류에 와서 크게 발달한 고급적인 뇌구조이다. 긴장할 때 땀을 줄줄 흘리는 것은 인류의 복잡한 고급신경 활동을 보여주는 부분이기도 하다.
땀을 너무 적게 흘리거나 너무 많이 흘리는건 병
땀을 흘리지 못하는 소한증(少汗症)의 대표적인 례가 외배엽형성부전증(外胚叶发育不全症)이다. 이는 유전자의 변이로 일어나는 유전병인데 몸에 땀샘이 없거나 매우 적다. 제일 처음 이 병을 발견한 사람은 의학공부를 중도에서 그만둔 진화론의 창시자 다윈이였다.
백여년전 다윈이 인도에서 땀을 흘리지 못하는 일가족을 만났는데 당시에는 유전학이 확립되지 않은 시기였으나 그가 기록한 병의 특징은 현대 유전학에서도 놀랄만큼 정확하고 상세한 것이였다. 그는 이 병례를 1875년에 출판된 자신의 저서에 담았다. 에어컨이 없던 옛날, 이병에 걸린 사람들은 여름에 더울 때나 운동 후 혹은 열이 날 때 체온을 낮추지 못해 사망하는 례가 적지 않았다고 한다. 지금까지 200가지가 넘는 림상에서 구별할 수 있는 외배엽형성부전증이 발견됐는데 세계적으로 많은 환자들이 고통을 받고 있다.
이야기를 돌리면 필자는 유전병인 외배엽형성부전증을 과제로 땀샘에 관한 연구를 시작했는데 그동안 몇가지 중요한 발견을 할 수 있었다.
반대로 땀을 너무 많이 흘리는 경우가 있는데 보통 국부적다한증(局部多汗症) 을 일컫는다. 주로 손바닥, 발바닥과 겨드랑이 부위에 국한된다. 손의 경우 심할땐 연필을 쥐기가 어렵고 남과 악수를 못할 정도이다. 일상생활과 심리건강에 막대한 영향을 끼친다. 미국에서는 전체 인구의 대략 2.8%가 이 병으로 고통을 받는 것으로 통계되여 있다. 류행병학적으로는 대단히 높은 수치이다. 유감스럽게도 다한증 근치료법은 아직 없는 상황이다. 얼마전까지는 신경절제수술로 손바닥의 다한증을 치료하기도 했으나 수술자체가 위험성이 크고 증상이 되살아나는 경우가 많아 유럽에서는 거의 퇴출되고 있다. 지금 가장 많이 쓰이는 치료는 보톡스주사일 것이다. 신경 신호전달 물질을 차단하는 방식으로 땀을 억제하는 방법이다. 그러나 손바닥의 경우 일반적으로 반년에 한번씩 주사해야하는 번거로움이 있다.
이렇게 땀샘은 작아도 내장된 비밀은 크다. 베일을 한층한층 벗기는 것을 통해 생명의 비밀을 파헤치는데 과학연구의 가치가 있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