둥관 강원도한식숯불구이 이성규 사장
“개혁개방이 제 인생의 설계도를 그려가는데 등대 역할을 했지요. 아니면 그냥 일본에서 평범한 직장인으로 살아가거나 동북에 남아있었겠죠”
중국 대륙 남쪽지역 둥관(東莞)에서 강원도한식숯불구이 요식업을 하는 이성규 사장(38세)의 진솔한 말이다.
2000년을 전후로 중국조선족들의 연해도시 진출러시를 본다면 개혁개방 초창기 군부대 지원건설이나 기타 특수기여로 남은 1세대, 90년대초반 쌰하이(下海)에 따른 대규모 남하 붐, 2000년후 대졸생, 귀국 해외유학생들의 진출러시로 볼 수 있다. 이성규 사장의 경우 3차 진출에 속한다.
▲사진= 이성규 사장이 어머님을 모시고 식당 앞에서 포즈를 취했다. /이수봉 김호 기자
헤이룽장성 계서시 태생인 이성규씨는 학교를 졸업하고 일본으로 출국해 6년정도 아르바이트, 직장생활을 하다 고향으로 돌아왔다. 막상 와보니 취업이나 할만한 아이템들이 많지 않은데다 주변 친구들이 전부 연해도시나 외국에 나가는 추세였다. 계서지역의 일본어교육 활성화로 친척친구들이 다들 일본기업이 많이 몰려 있는 선전, 둥관으로 나가기에 친척이 살고 있는 둥관행을 결심하게 됐다.
이 씨가 둥관에 온 해는 베이징올림픽이 열린 2008년, 젊음의 패기와 야망으로 일본에서 배운 요리지식을 바탕으로 둥관 한식업에 도전장을 던졌다. 하지만 현실은 무정했다. ‘생각처럼 안되는게 일’라는 말처럼 2008년 9월부터 글로벌금융위기가 덮치며 ‘세계공장’, ‘중국제조업의 1번지’로 불리던 둥관에도 경제한파가 불어치며 공장들이 무더기로 도산하기 시작했다. 이에 따라 한국기업들은 물론 본 지역 경제소비가 크게 위축되며 서비스업에 큰 영향을 미쳤다.
이 씨는 “물론 객관적인 환경 악재가 컸지만 처음 자영업을 하다보니 경영관리나 품질, 물품조달 등 여러 면에서 미숙했던 점이 많았다”며 자기 원인부터 찾는다. 거의 2년동안 적자를 내면서 견지하다 끝내 문을 닫고 만다.
“다시 돌이켜보고 싶지 않을 정도로 앞이 캄캄했지요”
이 씨는 당시의 심정을 이같이 회고했다. 그날부터 요식업만을 연구해왔고, 실패를 통한 시장의 변화를 빠르게 감지하는 예민한 '촉각'을 키워갔다. 더불어 경영관리, 품질안전 및 위생을 위한 공부도 게을리 하지 않았다. 충분한 준비를 갖추고 조선족과 한인들이 비교적 집중되어 있는 후먼(虎門)지역에서 자그마한 식당을 경영하면서 경험을 쌓은 뒤, 2015년초 둥관시 시중심에 자리잡은 지상 68층의 최고층빌딩인 유니버셜경제무역빌딩 뒷골목에 할아버지 고향인 강원도를 본따 ‘강원도한식숯불구이’식당을 오픈했다.
투자 60만 위안, 185제곱미터 면적으로 경영초기부터 현지인들을 주 고객으로 삼아 입맛에 맞도록 요리를 특화하는데 주력했다. 물론 한식당인만큼 품질이나 위생관리를 철저히 해왔다. 결과 빌딩에 입주한 수천명 대기업 임직원들이 단골로 되면서 일 매상고1만위안씩 차곡차곡 뽑고 있다. 손님 비중도 현지인들이 80%, 조선족과 한국인들이 20%에 달했다. 한국기업들이 최근년간 인건비 급상승과 사회양로보험 적용으로 경영 원가가 크게 늘어 베트남, 인도네시아 등 동남아시아로 옮기면서 크게 줄어 둥관시에 상주하는 2만명 조선족 시장을 상대해 조선족음식의 고유한 맛에도 큰 신경을 쓰고 있다고 한다.
이 씨는 “본인의 노력에 따라 성패가 엇갈린다지만 환경도 그만큼 중요하다.”며 “창업부터 지금까지 단 한번도 현지 세무, 공상, 위생, 소방 등 주관부문의 돌연 검사를 받은 적이 없다”고 말한다. 그만큼 현지정부의 서비스 지원책도 잘돼 있는 부분이다.
평소 조선족운동회, 축구, 배구, 배드민턴 동호회를 통해 모임도 활발하게 자주 가지며 민족의 단합심도 고취하는 이성규씨, 이미 부모님도 모셔오고 가정도 이뤘는데 자식에 대한 우리말 교육이 가장 큰 걸림돌이라고 아쉬워한다. 민족학교가 없다보니 주말학교나 집에서 우리말을 가르쳐야 하는 점이 자못 속에 걸린단다.
요식에 대한 사랑으로 대담한 패기와 젊은 열정으로 개혁개방 붐을 타고 중국 최북단에서 최남단까지 진출해 안정된 삶을 살아가는 이성규씨, 그는 앞으로 둥관시에 우리민족 음식문화를 널리 알릴 수 있도록 체인점을 많이 늘려가는 것이 꿈이라고 당찬 포부를 밝혔다.
/본사 특별취재팀 이수봉 김호 진종호 김련옥 이흔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