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한수교 20주년 특별기획-한겨레 삶의 현장을 가다(동북편.2)

하얼빈 한국인회 김남일회장(좌)과 김종배 부회장이 한국인사회 현황을 소개하고 있다. /본사기자
(흑룡강신문=하얼빈) 특별취재팀 마국광 이수봉 김동파 기자= 최근 하얼빈 한국인(상)회는 중한 수교 20주년 문화기념행사 준비로 바쁘다. 9월 24일부터 수일간 한복 패션쇼, 드럼켓 공연, 음식 만들기, 중국인 대학생 한국어말하기 대회, 노래자랑, 충청북도 전통문화공연 등 다양한 행사가 열린다.
한국인회 김남일 회장은 "이 기념행사를 한인사회를 단합시키고 중국인들과 더 잘 어울릴 수 있는 계기로 만들 생각이다"고 말했다.
한국인회는 이에 앞서 한민족 화합과 현지인과의 원활한 소통을 위해 문화원 개원, 한중수교 20주년 기념 걷기대회 등 행사를 개최한 바 있다.
5천 명 한국인 정착‥ 서비스업 위주
1991년 '태일정밀'이 한국기업 최초로 하얼빈에 진출하면서 한국기업들이 잇따라 하얼빈, 목단강 등지에 진출하기 시작했다. 이어 하얼빈에 있는 대학교에 한국 유학생이 나타나기 시작, 한국인회에 따르면 현재 하얼빈을 위주로 흑룡강성에 진출해 있는 한국인은 5천명에 이르며 유학생은 2천명에 가까운 것으로 추산된다.
현재 하얼빈의 만도, 아시아나항공, 국민은행, 하나은행 등을 대표로 흑룡강성에 진출해 있는 이미 알려진 한국기업은 200여 개다. 여러 형태의 업종이 다양하게 진출해 있는 가운데 서비스업이 주류를 이루고 있으며 가장 큰 규모를 자랑하는 업종은 제조업이다.
하얼빈시 사회과학원이 편찬한 '동북아지역 경제사회발전형세 분석과 전망'(2012)에서 하얼빈시의 한국기업은 독자기업 위주로 80.2%를 차지하며 나머지는 중한 합자기업인 것으로 나타났다.
10~50만 위안 소액 투자가 18.8%, 100~1000만 위안 투자가 31.2%, 1천만~1억위안 투자가 50%를 차지한다. 업종별로 화학공업, 기계제조 기업이 37.5%, 부동산 개발, 오락찬음, 금융서비스업이 50%, 무역업이 12.5%를 차지하고 있다.
경제 사회적인 기여로 호평
거주 인구는 작지만 한국인들은 하얼빈시에 많은 기여를 했다. 한국인회와 정부의 소통으로 2005년 하얼빈한국주간이 출범, 비록 미흡한 점은 많았지만 지난해까지 5회 개최됐으며 규모도 늘어나고 진행도 날로 짜임새 있게 짜여져 가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중한문화산업박람회를 주요 행사로 진행된 제5회 한국주 기간에만 지하철 '한국창의 상품성'을 비롯한 7개 문화산업협력프로젝트가 체결되는 등 전문화로 나가고 있다.
민간차원에서 '하얼빈을 사랑하는 사람들의 모임(하사모)'이 불우이웃을 도우며 현지인들에게 좋은 이미지로 다가서고 있다. 2002년 결성된 하사모는 30여명의 회원이 매달 2천 위안을 모아 마련한 기금으로 11년째 자선사업을 펼치고 있다. 12명의 학생과 불우한 12가구가 매달 하사모의 지원을 받고 있다. 하사모로부터 도움의 손길을 거쳐간 학생과 저소득자가 100여 명에 이른다. 이들은 또 정기적으로 양로원 등을 방문해 자원봉사 활동도 펼치고 있다.
한국인의 하얼빈 진출 환경 정리 시급
최근 흑룡강성의 투자환경은 일정한 개선을 가져왔지만 남방지역에 비해 큰 거리가 있어 한국과의 경제무역협력이 활성화되지 않고 있다. 기후, 지리, 교통에서 불리한 점이 있을 뿐만 아니라 외자기업을 위한 서비스의식, 경영환경, 법제환경의 결함도 간과할 수 없다. 예를 들면 위생, 소방, 안전, 도시관리 등 관리부문이 때를 가리지 않고 사전 예약없는 상황에서 기업들을 찾아 검사를 펼쳐 기업의 정상적인 경영에 지장을 주고 있으며 심지어 경영자의 이익마저 영향받고 있다.
하얼빈의 경우도 1994년 한국기업이 본격적으로 진출할 무렵 기업혜택이 많았는데 18년동안 이같은 문제의 증가로 하얼빈에 이미 진출한 기업마저 남쪽으로 빠져나가고 있다고 한국인회는 전했다. 또 흑룡강성은 대형 기업체 유치에 중심을 두다보니 중소기업에 대한 중시도가 많이 떨어졌다는 지적이다.
또한 국제학교가 없어 자녀교육문제가 한국인들의 대하얼빈 투자의 걸림돌이 되고 있다. 국제학교의 설립은 '숲을 가꿔 봉황을 부르는' 관건적인 부분이다. 전면적이고 국제화 기준의 서비스가 이루어져야 규모가 있고 차원이 다양한 기업을 유치할 수 있는 것이다.
한국인 사회 내실부터 다져야
올 초 하얼빈 한국인회 임원진 전원이 교체된 것은 그동안 약간의 오해들이 있어 한국인사회가 분열되고 분위기가 저조된 모습을 바로세우기 위함인 것으로 알려진다.
김남일 회장은 "앞으로 남은 중요한 과제는 한중수교 20주년을 맞는 올해를 기점으로 다시 시작하는 20년을 어떻게 만들어 가야 하는 것일 지도 모른다. 그러나 이보다도 더 우선시되어야 할 것은 한국인사회를 하나로 단합시키는 일이다. 임원진이 바뀌었다고 달라지는 것이 아니라 같이 화합하고 서로 소통해 나갈 때 하나되는 교민사회가 될 것이라 믿는다"고 말했다.
김 회장은 "우리 민족만이 갖고 있는 개척 정신과 부지런함이 있어 이 동토의 땅에서 잘 이겨내며 정착해 살아가고 있다. 그렇게 어렵게 이루어낸 것들을 소중히 지켜나가기 위해 한국인회를 중심으로 여러 정보를 서로 나누고, 어려운 한국인들이 있으면 서로 도우며 또 하얼빈 지역민으로서 중국인들의 어려운 가정이나 학생들에게 조금이나마 어려움을 함께 나누며 우리 민족의 훈훈함을 전통으로 이어가고자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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