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한수교 20주년 특별기획-한겨레 삶의 현장을 가다(산동편.6)
조선족기업은 한국기업의 중국 내수시장 진출에 도움을 주고
한국기업은 조선족기업의 기술혁신에 도움을 주는
상생의 길을 모색하는 것이 바람직

지난해 12월 칭다오 사상 처음으로 열린 '한국기업,조선족기업 비즈니스교류회'에서 한국기업,조선족기업 합작 성공사례의 모델로 지목된 중국투다리식품유한회사의 진련희 부총경리가 성공경험담을 소개하고 있다./본사기자
(흑룡강신문=칭다오) 이수봉, 박영만, 김명숙기자 =칭다오의 4천개 한국기업과 천개의 조선족기업이 힘을 합친다면 얼마나 큰 시너지 효과가 있을까. 그러나 여태 시너지 효과를 낼 수 있는 상생관계가 이루어지지 않았던 것은 사실이다. 그 이유는 아주 간단하다. 여태까지 조선족기업들이 한국기업과 '어필'할 수 있는 수준이 못됐고 하청업체로 인지돼 한국기업의 인정을 받지 못했기 때문이다. 한국기업이 휘청하면 조선족기업은 곧바로 직격탄을 맞았다.
그러나 지금은 상황이 다소 달라졌다. 조선족기업들이 많이 성장했고 실력도 탄탄하게 키웠기 때문에 한국기업과 상생하며 공동으로 이익을 창출할 수 있는 단계에 왔다는 주장이다. 또한 일부에서는 "이젠 중국 조선족이 한국을 도울 때가 됐다"고 말한다.
칭다오한국인회 최영선 수석부회장(60세) 은 "조선족기업이 점차 커져간다"며 "한국기업과 조선족기업이 경쟁보다 상생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이젠 인력위주 산업은 크게 메리트가 없다"며 "기술개발, 아이템개발에 힘쓰지 않으면 살아가기 힘들다"고 덧붙였다. 또한 "중국 내수시장 개척에 힘써야 한다"고 강조했다.
칭다오의 한국기업은 중국 내수시장을 개척해야 살아 남을 수 있고, 또한 조선족기업은 핵심기술이 없고 기술개발 능력이 부족하여 새 기술도입에 목이 말라 있다. 이런 실정은 한국기업과 조선족기업이 하나를 주고 하나를 받으며 상호 협력, 상생할 수 있는 좋은 기회를 제공했다.
실제로 지난해 12월 20일 주칭다오한국총영사관이 주최하고, 재칭다오한국인회와 칭다오조선족기업협회 공동 주관으로 '한국기업, 조선족기업 비즈니스 교류회'가 열려 상생의 물꼬를 틔웠다. 당시 100개 한국기업과 100개 조선족기업이 동참했고, 우수기업의 경험이 소개됐다. 칭다오 핑두시에 있는 칭다오오수수료제품유한회사는 교류회에서 발표를 했는데 교류회후 문의가 쇄도했다. 윈-윈의 가능성을 보여준 사례이다.
올 6월 칭다오에 중국 전역의 조선족기업 대표들이 모이는데 현지의 한국기업들은 교류, 상생의 좋은 기회라며 반기는 분위기다.
월드-옥타 박광석 칭다오 지회장(47세)은 "앞으로 조선족기업과 한국기업의 접목에 월드-옥타가 앞장서겠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조선족의 경우, 기업경영에 약한 반면 한국기업은 위기 대처능력 등 기업경영에 강하므로 중국 현지 실정을 잘 파악하고 있는 조선족기업인과 한국기업들이 상호 장점을 취할 수 있는 대안을 찾는데 노력하는게 중요하다"고 덧붙였다.
이영남 수석부지회장(42세)은 "한국인과 조선족들이 서로 어울릴려고 노력한다"며 "실력있는 조선족기업은 한국의 중소기업을 인수하는 방식으로 기술을 이전받을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 그 실례로 칭다오 월드-옥타 의 3개 회원사가 한국의 중소기업을 인수했다고 설명했다. "기술이 돈이다", "기술은 국적이 없다"고 이영남씨는 목소리를 높이며 기술개발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칭다오 조선족기업은 중소기업과 무역회사가 큰 비중을 차지하는데 기반이 튼튼하지 못하고 핵심기술이 없으며 한국기업에 대한 의존도가 높아 글로벌경제의 영향을 크게 받는다. 이런 현실에서 탈피하려고 2008년 글로벌위기후 중국의 내수시장에 눈길을 돌리는 조선족기업들이 늘어나고 있다. 이런 내수시장으로의 전환은 한국기업에도 상생의 기회를 제공하고 있다.
익명을 요구한 김 모 씨는 "현재 한국인과 조선족은 상호 이용하고 갉아먹는 악적인 환경에서 공생하면서도 서로 싸우다가는 죽는다는 인식이 점차 공감대를 형성하고 있으며, 공관과 여러 협회의 노력으로 점차 윈-윈 상생의 분위기가 농후해져가고 있다"고 칭다오 한겨레사회를 진단했다.
결국 '피는 물보다 진하다'는 말을 비켜갈 수는 없는 법이다./특별취재팀
lixiufeng@hljxinwen.c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