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떻든 안중근 의거의 의의를 논할 때면, 학계건 일반이건 대체로 열 네번째, 즉 동양평화를 파괴한 죄를 많이 주목한다. 이 항목은 나중에 안중근이 사형선고를 받고 형 집행을 기다리는 동안 집필한 '동양평화론'이라는 논설과 긴밀하게 맞물려 있기 때문이다.
안중근을 가장 적극적으로 평가하는 대표적인 역사가로 이태진 서울대 명예교수가 있다. 그는 안중근에 대한 호칭을 의사(義士)에서 '장군'으로 바꿔야 하며 그가 주창한 '동양평화론'은 세계 최초의 블록경제론으로 자리매김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안중근은 일본이 러일전쟁의 전리품으로 획득한 뤼순항을 중국에 돌려주고 이를 개방항구로 삼아 이곳에 동양평화회의 본부를 두고 은행을 설립하며 또 3국의 주요 지방에 은행지점을 내어 공용화폐를 널리 보급하여 산업발전을 함께 꾀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 대목을 주시하면서 이 교수는 "안중근이야말로 세계사적으로도 가장 앞서는 블록 경제론을 주창한 인물"이라고 평가한다.
더불어 안중근이 일본 관동도독부 뤼순지방법원 법정에서 자신은 대한독립의군의 참모중장으로서 적장을 사살한 것이므로 자신에게 적용할 법은 일본제국은 물론이고 대한제국이나 대청제국의 법도 아니며 오로지 1899년 제1차 만국평화회의에서 정한 '육전(陸戰)에서의 포로에 관한 법'이라고 주장한 점을 들어 안중근은 의사가 아닌 장군이 되어야 한다고 역설한다.
물론 안중근에 대한 지나친 영웅화를 경계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많다.
예컨대 소설 '안중근 불멸'을 조선일보에 연재 중인 소설가 이문열(61)씨는 ▲일본 제국주의 ▲공화주의자 ▲민중주의자 ▲가톨릭 ▲혁명론자 ▲독립운동의 각 노선 ▲민족주의자라는 7가지 세력이 안중근의 진면목을 해쳤다고 주장한다.
그가 그리는 안중근이 어떤 모습일지, 그리고 그렇게 그려낸 안중근이 역사적 실체로서의 안중근에 근접할지 확실치는 않지만 각 '세력'이 그들의 입맛에 맞게 안중근을 '변질'시킨 것은 아닌지 음미할 필요는 있을 것이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