담배꽁초: 35개(88라이트 9, 그로리 7, 하나로 4, 88디럭스마일드 4, 엑스포 마일드 2, 한라산 2, 던힐 1, 마일드 세븐 2, 켄트 1, 위스턴 1, 카멜 1, 살렘 1).
종이류: 24개(휴지 6, 과자봉지 1, 복권 1, 선전물 4, 명함 2, 우유팩 1, 껌껍질 4, 사탕포장지 2, 종이컵 3).
병호는 세개의 카멜꽁초에다 펜으로 조그맣게 ①②③이라고 적었다. 많은 쓰레기들 가운데서 카멜꽁초가 유난히 그의 시선을 끌었던것이다.
“만일 범인이 세곳에다 벽보를 붙이면서 무엇인가를 흘렸다면 이 쓰레기들 속에 그것이 섞여있을 가능성이 있어. 그걸 우리는 찾아내야 해. 단서가 될지도 모르니까 말이야.”
“놈이 과연 현장에다 그런걸 남겼을가요? 놈은 아주 치밀한것 같은데…”
왕반장은 조그마한 눈을 반짝이며 물었다.
“충분히 가능성이 있다고 봐. 놈은 대담하기만 할뿐 치밀하지는 못해. 놈은 시작부터 많은것을 보여주고 있어. 자신은 아주 그럴듯하게 선전포고를 했다고 자부하고 있겠지만 말이야. 내가 보기엔 처음부터 많은 실수를 하고 있어.”
“그게 뭐죠?”
회시가 물었고 모두가 궁금하다는듯 오경감을 쳐다보았다.
병호는 담배를 꺼내 입에 물고 거기에다 불을 붙였다.
“바로 이거야.”
그들은 오경감이 얇은 고무장갑을 낀 손바닥으로 두드리는것을 바라보았다. 그것은 석장의 벽보였다.
“이런것을 손수 만들어 벽에다 부친것 자체가 큰 실수를 한거야. 범인은 너무 큰 흔적을 남긴거야. 놈은 지금쯤 의기양양해 있겠지만 바로 여기에 단서가 있어. 여기서 우리는 단서를 찾아야 하고 찾을수가 있을거야.”
“기대를 걸고 그를 쳐다보았던 수사관들이 실망한듯이 시선을 돌렸다. 그리고 약속한듯 손목시계를 들여다보기도 하고 벽시계르르 쳐다보기도 했다. 시계는 오후 2시 25분을 가리키고 있었다. 이제 3시간 남짓 지나면 날이 어두워진다. 그때부터 범인의 녀자사냥이 시작될것이다. 아니면 이미 한 녀자가 타켓으로 지정되여 있는지도 모른다. 그리하여 밤 사이에, 아니, 자정이 되기전에 한 녀자가 참혹하게 살해된다. 그리고 날이 새면 한쪽 귀가 없는 녀자시체가 발견되고 신문과 방송은 기다렸다는듯이 그 사건을 보도하기 시작할것이다. 경감나리, 3시간 남짓한 시간을 범인을 체포할수 있습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