찬바람을 몰고 다가온 형사들의 말투에 구경군들은 형사냄새를 맡았는지 옆으로 비켜서면서 그들을 쳐다보았다.
거기에 붙어있는 벽보의 내용은 백산부인과 병원 건물벽에 붙어있던 벽보내용과 똑같았다. 글자를 오려서 일일이 붙인것도 같았다. 다른것이 있다면 글자모양과 종이에다 붙인 모양이 조금 다르다는 점이였다.
“이거 언제부터 여기에 붙어있었어요?”
험한 인상의 사내가 굳은 표정으로 묻자 구경군들은 주춤거리면서 서로 눈치만 보았다.
“제일 먼저 이거 본 사람 누구예요?”
“글쎄요. 지나다 보니까 이런게 붙어있던데요.”
초로의 사내가 말했다.
“이걸 붙이는걸 본 사람 있어요?”
사람들은 고개를 흔들었다. 왕반장이 눈짓을 보내자 안형사와 고순경이 벽보앞으로 다가서서 면장갑을 낀 손으로 벽보를 조심스럽게 뜯어내기 시작했다.
“녀자는 죽어야 한다면 남자들 혼자만 살건가?”
“글쎄말이야. 정말 웃겨. 남자들끼리만 살아보라지 뭐.”
왕반장 곁에 중년 녀인들이 남자들 들으라는듯이 제법 큰 소리로 말을 주고받았다. 말끝에 그녀들은 뭐가 우스운지 서로 어깨를 때리면서 킬킬거리고 웃기까지 했다. 옷차림으로 보아 돈같은것에 구애받지 않고 여유있게 사는 녀인들 같았고 함께 만나 사우나를 하러 온듯했다. 모두 다섯명이였다.
“이런걸 보면 기분이 어떠십니까?”
왕반장이 갑자기 말을 걸자 그녀들은 멈칫하다가 이내 경계심을 풀면서 응해왔다.
“경찰이세요?”
“네, 그래요.”
“녀자립장에서 기분 좋을리가 있겠어요. 기분 정말 나빠요.”
오밀조밀하게 생긴 녀인이 조그만 입술을 나불거리면서 말했다. 그러자 다른 녀인이 끼여들었다.
“이건 말도 안되는 소리예요. 녀자를 모두 죽이겠다니 말이나 되는 소리예요? 녀자 없이 남자들끼리 살수 있어요?”
“살수 있지.”하고 남자가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