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형사는 돌아서 가는 안형사의 뒤모습을 멍하니 쳐다보고 있다가 “짜아식…”하면서 울려대기 시작한 전화기쪽으로 손을 뻗쳤다.
형사계안에서는 말싸움이 벌어지고 있었다. 싸움은 왕반장과 조형사 사이에서 벌어지고 있었는데 꽤 험악한 분위기였다.
문제는 왜 쓸데없이 긁어 부스럼을 만들어 골치 아프게 하느냐는 조형사의 불평에 왕반장이 책임자로서 한마디 쏟아붙이는 바람에 생긴것이였다. 오경감은 마침 자리를 비우고 없었다. 그가 자리를 비우자마자 조형사가 기다렸다는듯이 불평을 늘어놓았고 그것을 보다 못한 왕반장이 거칠게 한마디 했던것이다.
“싫으면 관두면 될거 아니예요? 왜 자꾸만 뒤에서 불평을 늘어놓는겁니까? 자꾸 그러시면 고생하는 친구들 사기가 떨어진달 말입니다. 선배되는 분이 후배들을 잘 다독거려서 어떻게든 뛰도록 하셔야지 그러시면 어떡합니까?”
그는 자기보다 계급이 아래인 조형사에게 나이를 고려해서 존대말을 사용하고 있었고 반면 조형사는 적당히 넘어가고 있었다.
“사기 떨어진지는 이미 오래전이야. 지금 여기 있는 친구들 사기가 충천해 잇는지? 제발 웃기지 말아요. 모두가 지칠대로 지쳐서 입만 벌리면 한숨이 나오고 기회만 있으면 그만두려고 해요. 그런 사정이나 알고 있어요? 알리가 있나.”
조형사는 입에 물고 있는 담배를 지근지근 씹다가 바닥에다 침을 퉤 하고 뱉았다. 그것을 보고 화시가 얼굴을 찌프리자 그는 사납게 그녀를 노려보았다.
“유형사, 예쁜 얼굴 흐리지 마. 밥맛 떨어져. 요새 너무들 기여오른데 그러면 아돼. 가만 보고 있자니까 모두 제멋대로들 설치고 다니는데 아무리 사소한 집단이라도 서렬이라는게 있는거야. 그런데 우리 사무실은 엉망이야. 너무 오냐오냐 하니까 기고만장해서 까불고 있어. 구역질 날 때가 한두번이 아니야.”
안형사는 끼여들려다가 멈칫했고 화시는 재빨리 고개를 숙이면서 “죄송합니다.”하고 말했다.
조형사는 젊은 형사들을 거만하게 흘겨보고나서 천천히 몸을 일으키더니 “잘들 해봐.”하고는 밖으로 나가버렸다.
“저 구렝이 정말 구제 불능이야.” 문형사가 주먹으로 가볍게 책상을 치면서 말했다.
“교수앞에서는 찍소리도 못하고 있다가 교수만 없으면 저런단 말이야.”
“콤플렉스예요.”화시가 내뱉듯이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