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녀자는 죽었다 (1)
http://hljxinwen.dbw.cn   2009-06-03 10:01:15
 
 
 
 
 

 

  “그 의부는 몸이 우람했답니다. 의부에 대한 증오심이 의부를 닮은 우람한 남자들에 대한 증오심으로 발전했고 결국 그것이 련쇄살인을 부르게 된것 같습니다.”

  “정신과 의사처럼 말하는군. 개원이나 하시지 그래.”

  “그보다 먼저 정신과 의사한테 보여야 할것 같습니다.”

  “그보다 먼저 그 의부란 자를 찾아봐. 그리고 그 아가씨가 들락거렸다는 산부인과 병원에 가 기록도 찾아보라구, 그 아가씨가 거짓말쟁이가 아니라는 보장이 있어?”

  공연히 지껄여대다가 일거리를 떠맡게 된 문형사는 우거지상이 되여 왕반장을 쳐다보았다. 다른 형사들이 그것을 보고 재미있다는듯이 미소를 지었다.

  “왜 렬차에서만 사람을 죽인거야?”

  난로가에 앉아 커피를 마시면서 신문을 뒤적이고 있던 오병호가 여전히 신문에 시선을 박은채 물었다.

  질문이 좀 까다로왔던지 형사들사이에는 한동안 침묵이 흘렀다.

  당직형사가 전화기에 대고 감정이 없는 메마른 목소리로 대꾸하고 있는 소리만이 들려오고 있을뿐 보호실안에 갇혀있는 피의자들도 약속이나 한듯 모두 얌전히 앉아있었다.

  “왜 렬차에서만 사람을 죽였지?”

  왕형사가 병호를 대신해서 다시 한번 물었다.

  문형사는 모두가 자기만 쳐다보고 있자 기침을 한번 하고나서 입을 열었다.

  “뚜렷한 리유는 없고 렬차에서 한번 사람을 죽이고나니까 계속 렬차에서만 죽이고싶었답니다. 달리는 렬차속에서 속도감을 느끼면서 사람을 죽이는 맛이란 그 무엇보다도 스릴 넘치는 일이겠지요. 스릴과 서스펜스에서는 아마 그 이상의 일이란 없을걸요. 흔들리는 렬차 살인, 그리고 도주… 그 다음날 신문에는 살인사건이 대문짝만하게 실릴거고…”

  병호는 아무 반응도 보이지 않은채 계속 신문을 보고 있었다.

  “녀자들한테 주의하세요. 녀자들이 앙심을 품으면 아무리 강철같은 남자라 해도 별수 없어요.”

  미모의 녀형사가 커피잔에 뜨거운 물을 따르며 말했다. 화시는 스푼으로 커피를 저은 다음 잔을 왕형사앞에 내려놓았다.

  왕형사는 그녀의 풍성한 머리칼에서 풍기는 향긋한 냄새를 깊이 들이마시면서 잔을 집어들었다.

  “녀자는 잘 다루면 양약이고 잘못 다루면 독약이야.”

  “그만 그래요.”

  “사우나 했어?”

  “왜요?”

  “냄새가 좋아서…”

  로총각을 죽여주는 냄새라고 말하고싶은것을 그는 꾹 참았다.

  “약한자여, 그대 이름은 녀자이니라. 쉑스피어의 이 말은 잘 된거라구요. 참, 오시다가 이상한 벽보를 못보셨어요?”

  문형사가 왕형사를 쳐다보며 물었다.

  “녀자는 죽어야 한다말이야?”

  “네, 그거 말이예요. 세상 살다보니까 별 웃기는 놈도 다 있던데요. 누구 또 본 사람 없어?”

  “저도 봤어요.”

  정문자가 무표정한 얼굴로 말했다. 화시와 동갑내기인 그녀는 길쭉한 말상에 언제나 차거운 인상을 풍기고 있었다. 화시가 화려한 분위기의 미녀인데 반해 그녀한테서는 조금도 그런것이 느껴지지 않고 있었다. 그래서인지 그녀는 남자동료들한테 별로 인기가 없었다.

  그 이상한 벽보를 본 사람은 세명외에 더 이상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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