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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편소설. 안개 흐르는 태양도(2)
http://hljxinwen.dbw.cn   2009-04-01 14:42:04
 
 
 
 
 
 
 하하하... 호호호...
 
 환하게 터지는 웃음소리가 주위의 숲속을 울려놓는다.
 
 “듣고보니 그저 웃을 일만은 아닌것 같아요. 취중에 진담이 나온다고 그 선생이 안해를 한국에 보내고 얼마나 가슴 아팠으면 그런 말이 다 나왔겠어요.”
 
 모두들 우습다고 야단인데 동창들중에서 나이 제일 어린 김순애가 정색해서 말한다. 누구보다도 생활이 순탄치 않은 김순애는 우습고 재미나는 이야기라 해도 그 중의 슬픈것만 가슴에 와 닿는 모양이다.
 
 “그런데 난 도무지 믿어지지가 않아요. 술마시면 정말 그렇게 아무것도 기억나지 않을가요?”
 
 오십이 다 되여 오도록 술에 취해본적이라고 전혀 없는 구금자는 나름대로 머리를 살래살래 젓는다. 자기뿐만 아니라 남편인 백일호도 집에서는 혼자 술을 찾는 법을 모르는데다 가끔가다 단위의 일로 술이 좀 과하게 마시고 올때는 있어도 술에 취해 머리가 흐트러지는건 한번도 구경한적 없었던것이다. 그래서 지금 강현수와 맥주병밑굽이 하는 이야기는 마치도 다른 지구에 사는 사람들의 이야길 듣는것 마냥 눈까풀이 뒤집혀질 지경으로 놀라우면서도 도무지 리해가 되지 않아 자꾸만 머리를 가로 젓게 된다.
 
 “금자는 술이란 물건이 도대체 뭔지 아직 잘 몰라서 그러는거야. 이 ‘앉으나 서나’도 옛날 젊을 때는 술을 아무리 마셔도 이튿날 그 기억만은 머리에 생생하던것이 나이 들면서 확실이 아니야. 어디까지는 기억이 되는데 그 뒤는 필름이 끊기거든. 여기 비아바이랑 한근짜리랑 술을 좋아하는 사람들은 다 마찬가질걸.”
 
 강현수가 하는 말에 술에 찹찹한 남성들은 모두가 공감이라고 머리를 끄덕인다.
 
 “호, 어디나 술 때문에 울고 웃을 일은 기수부진것 같아. 그래서 우리 민위사람들은 뭐라 하는지 알어? ‘술이란 물건을 누가 발명했는지 그 발명한 사람을 먼저는 노벨상을 주고 그 다음 노벨상을 안고 돌아설 때면 뒤통수에다 원자탄을 터치워야 한다’이래!”
 
 언제 봐도 성격이 활달한 안송옥이다. 
 
 “먼저는 노벨상을 주고 후에는 그 머리에다 원자탄을 터뜨린다. 그참, 묘한 말이네. 그런데 술 때문에 웃을 일이 기수부지라면서?! 그럼 송옥이도 얘길 하나 해보지?”
 
 “하라면 없을줄 알아요.”
 
 그래서 이번엔 안송옥이가 입심 좋게 이야기를 꺼낸다.
 
 “이건 제가 중학교에 있을 때 일인데 한번은 우리 학교선생들이 거리에 있는 불고기집으로 술마시러 갔어요. 그날 무슨 일로 기분이 좋았든지 함께 갔던 남선생들이고 녀선생들이고 모두 술을 많이 마셨어요. 호호호... 술이 잘된 남자들이 우르르 소변보러 가는 사이에 어느 한 녀선생이 그만 숯불로 굽는 불고기그릇에다 울컥 울컥 하고 먹었던걸 한무더기나 토해냈지 뭐래요. 그런데 밑에서는 숯불이 이글이글 타자 그 역한 배설물이 보질보질 끓어서 얼핏보면 뭐인지 모르게 다시 익어가는 거래요. 이럴 때 남자선생들이 바지춤을 춰올리며 우르르 돌아왔거든요. ‘이건 로반이 새로 올린 서비슨가?’ 어느 남선생이 이러자 남자들이 달려들어 글쎄... 호호호- 그 배설물을 다 집어먹는게 아니겠어요...”
 
“어마나! 세상에...”
 
 녀성들은 마치도 누가 자기를 보고 그런걸 먹으라고 저가락으로 집어주기라도 하는것처럼 가슴을 오그리고 얼굴을 찡그린다. 구금자는 너무도 애처로와 어린애들처럼 발까지 동동 구른다.
 
 “그걸 주어먹는 남성들중에 ‘족발’상인이도 있었어?”
 
 “그래! 옳아, 상인이도 있었어!”
 
 안송옥이가 무릎을 친다.
 
 “자식! 인제보니 남이 입으로 토한 배설물까지 처먹어 그 자식 팔자 그렇게 사나와진 거겠구나!”
 
 이래서 동창들은 또 한번 어제 저녁 안송옥이한테서 들어 발등에다 링게르주사침을 꽂고 마작을 논다는 동창생 리상인의 이름을 꺼낸다.
 
 그러는 사이 강현수는 호텔로 들어가더니 생글생글 웃는 복무원처녀 셋을 뒤에 달고 나온다.
 
 “송옥이! 중요한 임무를 하나 완성해야겠소. 지금 당장 얘들 데리고 저기 동쪽숲속에 들어가서 ‘보배’를 숨기고 와야겠소. 아침 식사가 끝나면 ‘보배찾기’유희를 놀게 되니까.”
 
 아까 강현수는 최윤희와 둘이서 산책을 할 때 ‘보배’를 숨기는 사람은 아침을 먹고는 시내로 상품사러 나가야 하는데 그런 일은 녀성들중에서 누가 합당할 가고 물었더니 그거야 성격이 남성들처럼 덜렁덜렁한 안송옥이가 제격이라고 최윤희가 추천했던것이다.
 
 “‘보배’를 숨기면 전 ‘보배찾기’유희에는 참가하지 않는거겠죠?”
 
 “송옥이는 이제 더 중요한 임무가 있거든. 아침을 먹고는 승용차를 타고 시내로 상품사러 가야 한단 말이요. 그때도 여기 복무원 두셋을 심부름군으로 따라붙일테니까.”
 
 “예, 그런 일이라면야 동네 맏며느린 제가 잘해요.”
 
 안송옥이는 ‘보배’를 넣은 봉투를 강현수의 손에서 받아 쥐자 복무원처녀들을 데리고 곧바로 동쪽숲으로 간다.
 
 “그런데 현수야, 승용차를 쓴다면 다른 차를 쓸 필요가 있나? 내 차에 안송옥이를 태우고 시내 가서 물건을 사오면 되겠구나 뭐.”
 
 김성만이가 곁에서 강현수가 하는 말을 듣더니 가슴을 탕탕 두드리며 주동적으로 나선다.
 
 “정말 그러는것이 더 편리하겠구나.”
 
 강현수와 동창들이 이러자 김성만이는 그러면 자기도 ‘보배’를 숨기는 일에 의례 참견해야 한다며 씨근벌떡 안송옥이를 쫓아간다. 그러는 성만이의 뒤모습을 바라보며 동창들이 싱글벙글 웃는다.    
  
 
 
    좁쌀 선생
   
 “여보세요?...”
 
 동창들이 한창 성만이가 쫓아가는 동쪽 숲을 바라보고 있을 때 구금자의 핸드폰 벨이 울렸다.
 
 “네에- 선생님, 어제 여기 태양도에 다 모였지요...미안하기는 무슨요. 그런 사정이 있으면야 오시지 못하지요. 네에- 동창들에게 선생님말씀 그대로 전하지요. 네에- 몸조심하세요. 안녕히!...”
 
 “누구신데? 우리가 동창모임을 하는걸 다 아시는 분 같구나?!”
 
 “누구겠는지 한번 알아 맞춰 봐!”
 
 “글쎄...”
 
 “손-오-식 선생님이야.”
 
 “어머!-”
 
 “우리한테 문법을 가르쳤던 그 좁쌀 선생?...”
 
 구금자가 손오식선생님한테서 전화가 왔다고 알려주자 모두들 놀란다. 그러나 반가와 하는 사람은 별로 없는 눈치다.
 
 “정말 그 선생도  목단강에서 여기 할빈으로 전근하셨다고 했지? 그래 우리 모임에 오시라고 했어?”
 
 “오시라고 청했는데 오시지 못한대. 그래서 미안하다고 전하고 오래간만에 제자들이 한자리에 모였을텐데 회포를 풀며 즐겁게 놀다가 가시래.”
 
 “야, 듣던중 반가운 소식이다. 그 좁쌀선생이 왔더라면 오래간만에 만난 우리 모임이 벌을 받는 격으로 다 얼어들번 했네. 안 그래?”
 
 “그래, 그래 못 온다니 오히려 잘됐네.”
 
  ... ...
 
 대학다닐 때 조선어 문법을 가르쳤던 손오식선생은 학생들속에서 ‘좁쌀 선생’으로 소문이 났었다. 조선어문법이란 원체 딱딱하고 까다로운 학문인데 이런 교수를 강의하는 손오식선생이 또한 학생들앞에서 웃을줄 한번 모르고 늘 판에 박은 얼굴로 딱딱하게 강의를 하여 문법시간이라 하면 학생들은 재미가 없어 도리머리를 떨었다. 그보다도 한심한 일은 다른 선생들은 시험문제를 10문제 이상 내는 사람이라고 없는데 유독 손오식선생만은 유별나게 매번 시험을 낼때면 2백 문제, 지어 3백 문제씩 내는데 백점제에서 한문제에 0.5점짜리 문제들도 숱해 되였다. 그런데다 추호의 사정도 보지 않는 원칙주의자여서 60점이면 급격인데 59.5점을 맞아 락제를 하는 학생들도 있었으니 ‘좁쌀을 톱으로 켤 선생’이라고 소문날만도 했던것이다...
 
 “그 손선생이 후엔 할빈 소수민족언어연구소로 전근했다는 소문을 들었었는데 이제는 퇴직을 했겠네?”
 
 “퇴직 하신지 7~8년 잘 돼요.”
 
 구금자의 말이다.
 
 “야, 고운 정도 정이고 미운 정도 정이라고 그 좁쌀 선생이 이제는 얼마나 늙으셨는지 한번 보고싶기도 하다야.”
 
 “그런데 할빈에 계시면서 왜 우리 동창모임에 오시지 못한대?”
 
 “허, 허, 그 선생님이 요즈음 전 할빈을 깜짝 놀래우는 큰 일을 하셨네.”
 
 백일호가 곁에서 한마디 참견한다.
 
 “할빈을 놀래우는 큰 일이라니? 그 좁쌀이?...”
 
 “좁쌀이길래 해내지 굵은 입쌀이나 옥수수쌀은 할수도 없는 일이네...여보, 당신이 좀 손선생 ‘영웅전’을 들려주소.”
 
 백일호가 안해 구금자에게 눈짓한다. 그래서 구금자는 손오식선생의 이야기를 꺼낸다...
 
 두달전의 일이다. 손오식선생은 매달 은행카드로 할빈 남강구에 있는 공상은행에 가서 퇴직로임을 타는데 이날도 그냥 가는 공상은행의 8호 창구, 인제는 얼굴이 익은 한 출납원처녀에게 카드를 들이밀고 로임을 탔다. 그런데 찾은 돈을 쥐고 돌아서서 나오던 로인은 다시 그 창구앞으로 다가갔다. 지난달 로임은 2158원 48전이였는데 이번달 로임은 2158원 44전, 딱 4전이 차이가 났던것이다.
 
 그래서 로인은 왜서 지난달보다 월급이 4전 적은 가고 출납원 처녀에게 물었다. 그랬더니 그 처녀는 마치도 열대지방에 사는 사람이 추운 북방에 와서 흰눈이 내리는걸 보고 신기해 하듯이 4원도 아니고 4전을 따지는 로인을 처음 본다며 입을 싸쥐고 돌아간다. 세금으로 인해 어떻게 계산하다 보면 어떤 달에는 조금 오를수도 있고 어떤 달에는 조금 내릴수도 있는 일인데 고까짓 4전을 가지고 이렇게 옴니암니 따지는가고 하며 그 처녀는 돈 1원짜리를 창구밖으로 훌 내보냈다. 공중장소에서 다른 사람들에게 영향을 주지 말고 어서 조용히 가라는것이다. 그러나 손선생은 그 돈 1원을 도로 창구안으로 던지며 “나는 내 월급에서 4전이 모자라는걸 찾으려는것이지 누구 돈 1원을 더 가지자는거 아니오.”하며 그냥 목소리를 높여 떠들었다. 그러자 은행안의 직원들이 우습다고 야단이고 손선생 뒤에 줄지어 섰던 고객들도 “저렇게 째째한 령감은 처음 본다”며 혀를 끌끌 찾다.
 
 그렇게 돈 4전 때문에 온 은행안이 떠들썩해지자 어느 직원이 알렸는지 은행행장이란 사람이 나왔다. 그 행장이란 사람은 무슨 일이 있어도 이런 장소에서 떠들면 안된다며 로인을 자기 사무실로 모시고 갔다. 그런데 행장사무실에 가서도 손선생은 바깥창구에서 출납원처녀와 떠들던것과 꼭 같이 월급이 지난달보다 4전이 적은데 왜서 적어졌는가고 따지고 들었다. 했더니 그 행장이란 사람은 이번엔 호주머니에서 돈 10원을 꺼내 로인의 손에 쥐여준다. 그러자 손선생은 또 아까 출납원 처녀에게 한 말처럼 “나는 내돈 4전을 찾으려는것이지 당신네 돈을 더 가지자는거 아니오!” 하면서 그 돈을 뿌리치고 나왔다.
 
 집으로 돌아온 손선생은 속이 내려가지 않았다. 그래서 이튿날에는 곧바로 남강구 법원을 찾아갔다. 그런데 법원의 법관들은 월급 4전이 적어 기소하는 일은 머리에 털나 처음 보는 일이라며 아예 사건으로 치지 않을뿐더러 근본 접수하려고 하지 않았다.
 
 그러던 어느날 손선생은 제자들인 백일호와 구금자부부를 찾아 구금자가 출근하는 대학도서관으로 왔던것이다. 백일호와 구금자도 좁쌀을 톱으로 켤 선생이니 늙어서도 그 본색만은 어디로 가겠냐며 처음엔 속으로 웃었는데 다른 로인들에게서도 같은 문제를 발견하였다는 손선생의 말에 백일호는 차츰 생각이 달라졌다. 손선생이 료해한데 따르면 자기가 잘 아는 한 로인은 2년전부터 매달 월급이 4전씩 적어졌고 다른 한 로인은 5년전부터 4전이 적어졌는데 이런 로인들은 4원도 아니고 고까짓 4전이니 근본 따지고 들 생각조차 하지 않고 있다는것이다.
 
 백일호는 한 로인도 아니고 여러 로인이, 그것도 꼭 같이 4전씩 적어졌다면 이속에는 필경 무슨 문제가 숨어있겠다고 판단했다. 면바로 도서관에서 구금자와 같이 근무하는 한 동료의 남편이 남강구 검찰원의 원장으로 있었고 백일호 또한 할빈시 검찰원 원장과는 성 당학교에서 3개월간 청급간부학습반에서 같이 공부해 잘아는 사이였다. 그래서 구금자는 동료를 통해 남강구 검찰원에 이 일을 정식 기소하기로 하고 백일호는 시 검찰원 원장한테 전화로 이 안건을 중시해줄것을 부탁했다.
 
 아니나 다를가 손오식선생이 ‘고까지 4전’을 찾으려고 노력한 웃음거리 같은 일이 큰 사건으로 번져졌다. 남강구 검찰원에서 이 안건을 정식 립건하고 조사를 하였는데 수년간 그 출납원 처녀는 또 다른 은행의 출납원과 짜고 둘이서 은행카드로 월급을 타는 행정, 사업단위 사람들한테서 달마다 4전씩 돈을 뜯어냈는데 그렇게 탐오한 돈이 무려 46만원이나 된다는것이다. 그 출납원 처녀는 컴퓨터전문가였는데 매 사람마다 월급을 탈때면 자동적으로 4전씩 자기 은행구좌에 들어가게끔 만들어놓았단다.
 
 “너희들도 잘 알지만 손선생님은 딱딱할뿐만 아니라 얼마나 신중한 분이셔, 아직도 이 안건은 처리중에 있으니깐 손선생님은 혹시 누가 뒤에서 보복같은 행위가 따를가 두려워 이 안건이 완전이 결말을 볼때까지는 일체 바깥출입은 안하시겠다는거야.”
 
 “야- 세상에 그런 일도 다 있대?!”
 
 동창들은 구금자의 이야기를 듣고 입을 딱 벌린다.
 
 “그러길래 우리도 손오식선생을 너무 ‘좁쌀’이라고 비웃기만 해온건 한번 다시 반성해볼 일이라고 생각하네.”
 
 백일호가 천천히 입을 연다.
 
 “곰곰히 생각해보면 손오식선생님이 그만큼 딱딱했고 또 그만큼 좁쌀이였기에 우리는 누구나 조선어문법을 기초가 탄탄하게 잘 배우지 않았는가... 그리고 이번 손선생님의 일을 겪으면서 새삼스레 느낀바인데 많은 사람들은 흔히 큰것은 중시하고 작은것은 홀시하는 페단이 엄중하단 말일세, 기실은 작은것 하나 하나를 중시해야만 큰것이 이루어지고 성사될수 있는건데... 노벨경제학상을 받은 다이엘 칸데만이란 심리학자는 인간의 행복에 대해 심리적으로 아주 깊이 분석한 저서를 썼는데 그 책을 보면 거창한 일 한두가지를 꿈꾸고 거기에만 매달리는 사람들보다는 작은 일들을 많이 생각하고 작은 일들을 부지런히 성공시키는 사람들이 마음이 항상 즐겁고 또 나중엔 큰 일을 성사시킬수 있다고 했네...”
 
 좁쌀선생의 이야기에 크게 놀란 동창들은 뒤따르는 백일호의 무게있는 말에 저마다 머리를 끄덕이고 있었다. 옛날에도 지금도 고등교육을 받은 동창들이 하나같이 비웃어만 왔던 그 좁쌀이 갑자기 입쌀 보다 더 커 보이고 수박보다 더 커 보였다. 
 
 
    뜻밖의 사건
   
 이른 아침, 우유빛 안개가 뭉게뭉게 흐르는 별무리호텔 정원 앞에서 잠을 설친 동창들이 모여 서서 이렇게 웃고 떠들고 있을 때 크지도 작지도 않은 뜻밖의 사건이 벌어졌다.
 
 고미란이가 돈을 잃어버렸다는것이다.
 
 아침을 먹고는 아들을 데리고 할빈의과대학 부속병원으로 병보러 가려고 방에서 준비를 서두느라 동창들이 벌써 나와 떠드는 정원으로는 여직 얼굴을 보이지 않고 있던 고미란이가 눈에 건 안경대를 한손으로 잡은채 다급하게 밖으로 나오며 하는 소리다.
 
 “돈을 어디다 둔게 없어졌어?”
 
 “그래 잃어버린 돈이 얼마냐?”
 
 그 소리에 동창들은 모두가 황황해서 미란이를 둘러쌌다.
 
 “3천원이 없어졌어. 내가 올때 돈은 갈라서 보관하느라고 4천원은 큰 려행가방속에 넣고 3천원은 따로 작은 핸드빽에다 넣었는데 그 핸드빽 안에 넣은게 몽땅 없어졌어.”
 
 “그 핸드빽은 네가 어제 저녁 연회상에서도 그 걸상에 놓고 있어 후에 오락을 놀때도 그냥 가지고 다니지 않았어?”
 
 김순애가 눈이 동그래지며 묻는 말이다.
 
 “그래 어제 밤 그냥 가지고 다녔어. 어디에 옮겨 앉으면 핸드빽도 곁으로 옮겨 놓으면서 말이야.”
 
 “그럼 언제 잃어버린걸 발견했니?”
 
 구금자가 다잡아 묻는다.
 
 “오늘 아침 일어나서 돈을 한데 모으려고 핸드빽을 열어보니 그 속에 있어야 할 돈이 보이지 않는거야. 그래도 혹시나 해서 여직껏 온 방안을 다 뒤져보았는데 확실히 없어. 꼭 어제 밤 귀빈식당에서 없어진것 같애. 어제 초저녁에 돈을 2백원씩 걷을 때도 분명 그 안에 있는 돈뭉치를 보았었는데.”
 
 “그렇다면 뛸데없이 우리 식당으로 들랑날랑 하던 복무원들중에서 어느 놈이 훔쳐갔겠다.”
 
 “십상팔구는 그런것 같구나. 내 당장 호텔경리를 찾아가야겠어.”
 
 구금자가 말이 떨어지기 바쁘게 경리를 찾아간다며 호텔로 총망히 들어가는걸 백일호가 그러지 말라고 안해를 부른다.
 
 “먼저 서뿔리 복잡하게 소문내지 말게나. 이제 반공실 왕주임이 오거들랑 경리하고 상론해서 조용조용 뒤로 조사해 보는것이 좋지 않을가?!”
 
 백일호의 말에 구금자는 가던 걸음을 멈춘다.
 
 “집에 아들애한테는 물어봤어?”
 
 백일호는 이번엔 고미란에게 묻는다.
 
 “물어보지 않고요. 걔도 여직껏 나와 함께 온 방안을 뒤졌는데요...그리고 우리 집 그 애는 별나게도 돈에 대해선 개념이 없는 애래요. 우리 부모가 돈을 얼마 쥐여주면 그만이고 절로는 종래로 돈 달라 소리를 할줄 몰라요. 그리고 중학교에 올라가 기숙생활을 해도 제 호주머니엔 돈이 1전도 없는 애래요. 돈은 몽땅 다른 애한테 맡겨 두고 무엇을 살땐 그 애를 보고 사달라고 한대요. 얼마전인가 하루는 토요일이 되여 어느 차를 타고 집으로 온다고 아침에 전화를 걸어오던 애가 저녁때가 다 되여도 집으로 오지 않는게 아니겠어요. 그래서 내가 그 애의 핸드폰에다 전화를 걸어 너 지금 어디냐고 물었더니 아직도 학교에 있다고 대답하는게 아니겠어요. 글쎄 집으로 오려고 기차역으로 나왔는데 자기 돈을 관리해주는 애가 약속대로 기차역으로 나오지 않아 기차표를 못 사서 못 온대요...”
 
 “호호 그 애는 정말 별난 애가 맞구나.”
 
 “그 앤 앞으로 높은 간부가 될 재목이구나. 높은 간부들이 언제 돈이고 핸드폰이고 호주머니에 넣고 다니는걸 봤어? 그런건 몽땅 비서들이 들고 다니지.”
 
 미란이가 하는 이야기에 동창들이 참견한다.
 
 미란이는 공연히 자기 때문에 여러 사람을 긴장하게 만든것이 미안스러워 의식적으로 마음이 편한척 얼굴에 웃음을 바른다. 돈을 잃어버린 미란이가 그렇게 편안하게 나오자 활시위처럼 팽팽 해졌던 분위기도 웃음기가 돌며 다소 느슨하게 풀려갔다.
 
 그럴때 구금자는 남편 백일호를 한쪽 옆으로 데리고 가서 귀속말로 무엇인가 소곤거리더니 미란이를 데리고 호텔로 들어갔다.
 
 “미란아 많지 않아. 2천원이야. 아들 병보이는데 보태 쓰렴.”
 
 “어머! 애두야, 그 돈을 내가 어찌 받아?”
 
 미란이가 눈에 안경 하나 더 걸었을뿐 키도 비슷하고 몸매도 비슷한 두 동창은 하나는 돈을 주겠다고 하나는 돈을 안받겠다고 밀치락 닥치락 하며 땀이 나올지경으로 싱갱질을 하고 있다.
 
 “제발 이러지 마! 네가 돈을 잃어버리지 않았어도 너 아들 병 보이는데 쓰라고 보태주고 싶던 참이였어. 우리 집엔 돈이 좀 있다.”
 
 “돈이 아무리 많아도 그렇지야...”
 
 “우리 집 량반이 영국 옥스퍼드대학에 가서 박사공부를 할때 한편으로 학생들에게 강의도 해서 돈을 두둑이 벌어왔거든. 그리고 우리 둘의 로임을 합치면 달마다 만원이 넘어. 그저 한창 공부를 하는 아들애한테나 돈이 좀 들고는 돈 쓸 일도 별로 없어. 그러니 아무 부담 가지지 말고 어서 받어!”
 
 “너네 집 애는 어느 대학에 다닌다고 했지?”
 
 “상해 교통대학에서 지금 연구생공부를 해.”
 
 “호-아버지, 엄마가 모두 출중하니 그 아들도 훌륭하게 크는구나... 이거 너무 고마와서 어쩌지? 눈물이 난다야...”
 
 “너도 참, 별것도 아닌걸 가지고...”
 
 결국 미란이는 구금자가 주는 돈을 받게 되였다.
 
 그런데 고미란이한테는 고마운 일이 련이어 들이닥쳤다. 미란이와 구금자가 한창 손을 꼭 잡고 앉아 정답게 이야기를 나누고 있는데 안송옥이와 함께 ‘보배’를 숨겨놓고 돌아온 김성만이가 한근짜리 코를 벌름거리며 어느새 방에 들어섰다. 그도 구금자처럼 아들의 병에 보태 쓰라며 돈 2천원을 침대우에 훌 메치고는 미란이가 미처 어쩔사이도 없이 씽 하고 달아나 버리는것이였다.
 
 “금자야, 이건 또 어쩌나?...”
 
 미란이가 성만이가 던지고 간 돈 봉투를 들고 어쩔바를 몰라하는데 구금자는 어서 돈지갑에 넣으라고 손시늉을 한다.
 
 “성만이도 돈이 많은 사람이야. 그것도 부담없이 받아두렴.”
 
 이러는데 밖에서 기다렸다는듯이 이번엔 철준이가 미란의 방으로 들어왔다. 대학다닐 때 미란이와 짝사랑을 하여 전 반에 소문이 쫙 났던 장철준이였다. 그도 손에 꼭 쥐고 있던 돈  5백원을 미란이 앞에 내놓는데 미란이는 그 돈만은 절대 못 받는다며 길길 뛴다.
 
 “철준의 고마운 마음은 받겠지만 제발! 제-발! 이 돈만은 도로 넣으세요.”
 
 조용히 앉아서 미란이와 철준의 ‘싸움’을 지켜보던 구금자도 이번엔 미란의 손을 들어준다. 철준이도 보통 교원로임으로 살아가는 사람이니 생활이 남보다 부유하지 않을거고 또 미란이는 이미 잃어버린 돈만큼은 아이 병을 볼 돈이 생겼으니 이젠 기타 사람들은 더 근심할 필요가 없다고 했다.
 
 두 녀자가 한입처럼 반대해 나서자 철준이는 어쩔수가 없었다. 그래서 내심 서운한 마음이 얼굴에까지 피여올라 기색이 흐려지는걸 구금자가 등을 떠밀고 어깨를 다독여주며 함께 밖으로 나왔다...
 
 미란의 방에서는 이런 일이 일어나고 있을때 뜻밖에도 동창들이 모여있던 호텔 정원에서는 또 다른 놀라운 일이 벌어지고 있었다.
 
 김순애가 동창들앞에서 눈물을 왈칵 쏟고 있었던것이다.
 
 “내가 아무리 못살아도 남의 돈에 손을 댈 그런 쓰레기 인간은 아니야!...”
 
 “이러지 마, 순애야! 누가 언제 널 돈 훔쳤다고 했나?...”
 
 “너희들의 눈빛에서 난 다 보았어!”
 
 “참, 답답하다. 우리 눈빛이 어쨌다고?...”
 
 김순애는 쭈크리고 앉아 서럽게 울고 있었고 곁에서는 그러는 순애를 달래느라고 모두들 애간장을 태운다.
 
 구금자와 고미란이가 호텔로 들어간 후에도 동창들은 돈을 잃어버린 사건을 두고 그냥 떠들고 있었다. 어제 밤 음식을 나르느라 들랑날랑 하던 복무원들중의 어느 심보 나쁜 녀석이 감쪽같이 미란의 핸드빽에 손을 댄것이 분명한데 어떤 놈일가 하는걸 가지고 네 한마디 내 한마디 열띤 화제가 고조에 오르고 있던중이였는데 누군가 “아마 춤장소를 만들려고 음식상들을 걷어치우느라 법석거릴 때 어느 놈이 그랬겠다”고 말하자 또 누군가 “그럴 때는 녀성들 핸드빽 여러개를 김순애가 안고 있었는데 뭐.” 이런 말 한마디가 나왔었다. 그 한마디가 김순애에겐 비수처럼 가슴을 찔렀던것이다.
 
 김순애가 이렇게 울음까지 터뜨리게 되는데는 어제 초저녁 동창들이 매인당 2백원씩 돈을 걷을 때부터 도화선이 생겼었다. 강현수가 오늘 ‘보배찾기’ 유희뒤에 재미나게 오락도 놀겠는데 동창들이 돈을 모아 기념품을 좀 사는 것이 어떻겠는가 하는 제안을 내놓자 모두들 그러자고 호응해 나섰다. 그래서 매인당 2백원씩 내기로 하고 이번 모임에 주숙, 식사 거기에다 바래오고 바래주는 교통까지 물심량면으로 크게 한몫을 막고 있는 백일호와 구금자부부를 제외하고 특별초청으로 모셔온 년세 많은 김만융교수님도 빼고 거기에다 병신아이에 차사고로 남편까지 장애자로 되여 다른 동창들 보다 생활이 쪼들리는 김순애도 몫에서 삭제하기로 하였다. 그렇게 네 사람을 빼니 돈 낼사람은 19명이였는데 김성만이가 자기는 혼자서도 동창들에게 무슨 기념품을 사줄가고 궁리하던 중이라며 돈 1천원을 더 냈고 주영주도 그러면 김순애 몫은 자기가 내겠다며 돈 2백원을 더 냈고 맥주병밑굽 또한 현장 김운재도 오늘 온다고 했으니 먼저 대신 내겠다고 하여 돈은 도합 5400원이 모여졌다. 그런데 아무리 비밀이라 해도 여러 사람들이 이렇게 호주머니에 손이 나들고 돈지갑을 여는걸 백일호와 구금자가 눈치 못 챌리 없었다. 그래서 결국 동창들의 뜻을 알고 자기네 부부도 당연히 두 몫이 있다며 돈을 내려는걸 동창들이 모여들어 “너무 그러면 우리 동창들을 업신여기는거라”며 야단을 쳐서야 하는수 없어 수그러들었다. 그런데 이렇게 분주해지다 보니 마침내 김순애까지 이 일을 알게 되였던것이다. 김순애는 너무도 분해서 펄펄 뛰였다.
 
 “너희들은 내가 못산다고 외목을 놓는거냐? 고만한 돈도 내지 못할 형편이라면 나는 아예 이 모임에 오지도 않았겠다.”
 
 그렇게 어제 저녁에도 김순애는 목이 메여 막 울음이 나올번 했다. 그래서 김순애가 내는 돈은 먼저 받아두기로 하고 동창모임이 끝나 돌아갈 때 다시 보기로 서로 눈짓을 하고 말았었다.
 
  머리를 가슴에 묻고 흐느껴 울던 김순애는 벌떡 자리에서 일어나서 차거운 눈길로 둘러선 동창들을 픽 훑어보더니 씽 하니 호텔방으로 가버렸다.
 
 그러자 구금자며 주영주며 숱한 녀성들이 김순애를 안위시키려고 급급히 뒤따랐다. 그런데 조금 지나자 주영주가 종주먹을 쥐고 호텔에서 달려나왔다. 김순애가 짐을 싸가지고 집으로 간다며 란리를 번진다는것이다. 보아하니 자기가 올 장소도 아니였고 또 이제는 더 있어봤자 재미가 없다며 극구 고집을 부리고 있는데 그 고집을 말려낼수가 없다고 한다.
 
 수십년만에 어쩌다 동창들이 만났는데 시작부터 이게 무슨 란장판이란 말인가? 그 소리에 백일호를 앞세우고 정원에 모여있던 동창들이 황급히 김순애의 방으로 달려갔다. 침대가 두개 놓인 자그마한 방엔 동창들이 발을 들여놓을 자리가 없어 숱한 사람들은 출입문이 미여지게 복도에 몰켜 서서 너도 나도 목을 빼들고 방안을 들여다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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