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림시의 한 평범한 시민 가정에서 딸 4자매중에서 막내딸로 태여난 구금자는 어려서부터 머리가 총명했고 어머니를 닮아 눈에 거슬리는것을 보면 참지 못하고 바른말을 콕콕 잘했다. 그녀의 아버지는 석유화학공장의 로동자였고 어머니는 시 도서관에서 책을 나르고 정리하고 위생청결을 하는 로동자였다. 그런 편리로 구금자는 소학교다닐때부터 하학만 하면 많은 시간을 도서관에서 보냈는데 수많은 도서들중에서도 자연과학에 흥미를 가진 그녀는 중학교시절에 벌써 ‘십만개 무엇때문에’란 십여권이나 되는 대중과학상식책같은건 거의 통달했던것이다. 그보다도 구금자의 가정에는 옛날 평양의 량반가정에서 자란 엄격하고 례절 밝은 할머니가 계셨는데 구금자와 세 언니들은 할머니의 교육을 많이 받으며 자랐다. ‘아이들은 어른과 말할 때 눈을 내리 깔거라!’, ‘계집애는 구둘에 앉을 때 치마로 두다리를 가리우거라!’, ‘계집애는 어른이 계시는 방에서 나갈 땐 궁둥이를 보이지 말고 문에 이를때까지 뒤걸음을 하거라!’, ‘계집애는 걸음을 걸을 때 어깨와 궁둥이를 좌우로 흔들면 못쓴다!’, ‘계집애는 밥을 먹을 때 짝짝 소리를 내지 말고 될수록이면 입을 오무리고 먹거라!’, ‘계집애는 날이 저물면 집문밖을 한발작도 나서서는 안된다!’ 이런 환경속에서 자라난 구금자는 막내딸이지만 응석을 부릴줄 몰랐고 성품이 반듯하면서도 단정했다. 백일호가 구금자를 좋아하게 된것도 구금자의 몸에서 이처럼 남달리 단정한 품성을 보아냈기 때문이였다.
대학시절 어느 점심시간, 문과학부의 학생회간부들이 각 침실을 다니며 위생검사를 할때의 일이였다. 구금자네 침실에는 8명 녀학생들이 있었는데 마침 무더운 여름철이라 모두들 속옷바람으로 낮잠을 자고 있었다. 그런데 그 중의 어느 녀학생이 금방 밖으로 나가다 보니 그렇게 잠을 자면서도 안으로 문을 잠그지 않았던것이다. 그럴때 백일호를 포함한 학생회간부들이 문을 열며 그 침실에 들어섰다. 그러자 속옷바람이던 녀학생들은 여기 저기에서 비명을 지르며 꿩처럼 이불속에다 머리를 파묻느라 야단들인데 구금자는 어느사이 벽에 걸린 웃옷으로 몸을 가리우며 땅바닥에 내려섰다. “학생회간부라는 량반들이 이렇게 몰상식합니까? 당장 나가십시오! 그리고 밖에서 노크하고 안에서 들어오란 말이 떨어지면 그때 들어오십시오!” 구금자의 매서운 눈길에 물덤벙 술덤벙 하던 학생회간부들은 얼굴이 벌개서 그 침실에서 쫓겨났다. 그 일은 백일호의 머리속에 깊은 인상을 남겼다. 후에 구금자와 련애를 할 때 백일호는 그 당시 ‘금자는 앞으로 누구의 안해가 되던 틀림없이 사리 밝은 내조가 되겠구나.’하는 생각이 머리를 차고 일어서더라는 말을 들려주었던것이다...
“안개는 바다안개, 내안개, 산안개...여러가지 류형이 있거든요.”
구금자는 비아바이에게 안개에 대한 상식을 다시 한번 상세히 가르쳐주고 있다.
“지금 이 안개는 내안개 또는 증발안개라고 해요. 이런 안개는 오늘처럼 바람이 약하고 맑은 날 새벽에 자주 끼죠.”
“그럼 바람이 센 날에는 왜 낄수 없는데?...”
“안개는 수많은 미세한 물이 알갱이로 되여 구름에서와 같이 공기의 온도가 낮아질 때 생겨나거든요. 개인 날에는 지표면이 식는것을 방해하는 구름이 없기때문에 지면이 몹시 랭각되지요. 그래서 날씨가 개여도 바람이 세면 안개가 낄수 없어요.”
“오- 그래, 옛날 금자한테서 들은 말이 어렴풋이 떠오르네...”
“호, 증발안개는 따뜻한 수면우를 찬 공기가 통할 때 또는 찬 수면우를 따뜻한 공기가 흐를 때 수증기가 응결되면서 생겨나요. 이곳 태양도는 숲이 많아 산골짜기들처럼 찬 공기가 자주 모여드는데다 남과 동으로는 송화강이 흐르고 최근 몇년간은 할빈시정부에서 ‘하천수계망’이라는 개조공정을 실시하여 수역면적을 엄청 많이 늘구었거든요. 아마 제가 신문에서 본 기억으로는 254헥타르가 될거래요. 그래서 이 태양도 풍경구의 1환, 2환, 3환, 수계가 전면적으로 형성되였고 저 앞에 있는 핵심 풍경구는 사면이 물에 감싸였어요. 그러니 여기 태양도에는 안개가 다른곳 보다 더 자주 생기게 돼요.”
구금자가 박재동이랑, 철준이랑 그리고 안송옥이 김순애랑한테 안개에 대한 지식을 강의하고 있을 때 한참이나 숲속의 잔디밭길을 거닐던 백일호와 김만융교수가 이들 곁으로 다가왔다.
“자네 백일호가 아무리 대학교 총장이구 심리학박사구 해도 이런 자연과학 지식에 들어가선 우리 칠색박사의 발뒤축에도 못 따라 갈걸.”
‘비아바이’ 박재동이가 하는 말에 모두들 그럴거라고 맞장구를 친다. 하지만 백일호는 옳다 그르다 대꾸 한마디 없이 그저 덕성스럽게 씨물씨물 웃기만 한다.
숲속의 비밀
대머리 리수길은 책을 한아름 들고 나와 비아바이와 구금자네처럼 흐르는 안개속에 얼른거리는 정자며 분수못 주위에 삼삼오오 무리 지어 앉거나 서서 신선한 아침공기를 마시며 이야기를 나누고 있는 동창들을 찾아다니며 선물로 나눠주고 있었다. 대머리가 두번째로 출판한 ‘신비한 길’이란 중편소설집이였다.
“잘들 보시구려, 책속엔 이 대머리가 계집들의 치마속으로 살살 기여들던 이야기가 그대로 생생하게 그려져있수다. 사내들이 보면 중간의 그 쟁기가 불끈불끈 요동을 치며 머리를 빳빳이 쳐들거고 계집들이 보면 고향집이 오물쪼물 해나며 바지에 오줌을 실실 쌀거우다.”
대머리는 ‘한근짜리’ 김성만이, 그리고 뚝배기며 맥주병밑굽이며 몇몇 남성들 사이에 앉아있는 주영주한테도 책한권을 건네준다. 그리고는 눈을 힐끔거려보지만 주영주는 대머리와 얼핏 눈을 한번 마주치고는 그 이글거리는 눈길을 피해 인츰 받아 쥔 책에다 두 눈을 떨군다. 그 찰나 주영주의 귀밑이 빨갛게 달아오르는걸 성만이가 보아낸다.
“대머리가 쓴 책이 어때?”
성만이는 속에서 터지는 웃음을 가까스로 참으며 주영주에게 묻는다.
“어떨지 저떨지는 보지 않고 어찌 아는데요?”
주영주는 성만이가 치근덕거리는것이 별로 달갑지 않은 눈치다.
“책을 닁큼 받아 가지는걸 보면 리혼은 했어도 첫 남편이 별로 밉지는 않은 모양이네?”
주영주가 싫어하건 말건 성만이는 씨물씨물 웃으며 자꾸만 집적거린다.
솔직히 말하면 그는 지금 간밤에 목격한 대머리와 주영주의 비밀이 목구멍에서 간질거려 당장이라도 동창들에게 손짓 발짓해가며 눈으로 보고 귀로들은 대로 알려주지 못하는것이 안타까와 견딜수가 없다...
어제 밤, 담배지골인 맥주병밑굽하고 밖에 나와 이야기를 하다 들어갔던 성만이는 정신없이 춤을 몇고패 추고 나니 얼굴에서 땀이 비오듯 흘러내렸다. 그래서 벽에 붙인 의자에 기대여 거센 숨을 몰아쉬며 휴식을 취하고 있는데 주영주가 춤을 추다 말고 밖으로 슬며시 나가는것이였다. 자기보다 급별이 높은 마누라가 시원섭섭하게 세상을 떠난 뒤로 돈을 물쓰듯 퍼주며 숱한 계집들을 끼고 놀아본 그는 녀성들의 눈길 한번, 몸 동작 한가지만 보아도 그 녀성이 섹시할가 어떨가? 바람기가 있을가 없을가를 대뜸 알아낼수 있는 녀자 사냥 전문가로 되여버렸다. 그래서 어제 동창들을 만나자부터 은근히 눈주어 관찰해보니 녀동창생들 중에서는 청도에서 온 대머리의 첫 부인 주영주가 가장 바람기가 있다는것을 대뜸 간파해냈다.
(그래, 녀동창들 가운데서 사냥감은 이미 하나 골라논거야...)
성만이는 속으로 흐뭇해 났다.
그런데 주영주가 춤을 추다 말고 슬며시 밖으로 나가고 있는것이 아닌가? 성만이는 이때가 기회라고 자기도 슬쩍 동창들이 노느라고 정신없는 귀빈식당을 나왔다. 긴 복도를 따라 굽높은 구두소리를 딸깍딸깍 내며 멋쟁이 주영주가 걸어가는 모습이 멀찌감치에서 보였다. 성만이는 담배를 한대 꼬나물고 천천히 그 뒤를 따랐다. 주영주는 호텔정문으로 해서 밖으로 나갔다. 그러자 성만이도 입으로 담배연기를 뿜으며 밖으로 따라 나갔다.
밤하늘은 아까 맥주병밑굽과 함께 나와 이야기를 할 때처럼 별들이 총총했다. 다만 허리를 꼬부리고 내려다보던 상현달만이 조금 동쪽으로 자리를 옮겨 앉은것 같았다.
그런데 이상하게도 주영주는 뒤 한번 돌아보지도 않고 별무리호텔 정원을 지나 곧추 느티나무가 우거진 동쪽 숲으로 걸어가고 있었다.
(호텔1층에도 고급스런 화장실 있으니 변을 보러 저리로 갈리는 없을테고... 그렇다면 누구와 약속을 하고 비밀리에 만나는거 아닐가?)
성만이가 이런 생각을 굴리고 있는데 아니나 다를가 호텔밖의 가로등 광선을 빌어 어떤 사람이 주영주앞에서 언뜰 하는 모습이 얼핏 눈에 안겨오더니 순식간에 칠흑같이 어두운 수림속으로 사라지는것이였다. 주영주도 바싹 그 사람의 뒤를 따르더니 바람처럼 어둠속으로 사라졌다.
(분명 남자다! 하다면 나보다 한발 앞선 놈도 있었단 말인가? 어떤 녀석일가?)
바로 그렇게 성만이 앞에는 이 시각 혼자만 보기에는 너무나 아쉬운 충격적인 드라마 한장면이 펼쳐지게 되였던것이다.
성만이는 소리를 내지 않으려고 구두를 벗어 두손에 움켜쥐고 도적놈이 물건 훔치러 들어가듯 살금살금 숲속으로 따라 들어갔다.
멀지 않은 곳에서 한쌍의 남녀가 숨을 죽이고 가는 목소리로 소곤거리고 있었다. 녀성의 목소리는 귀를 도사리나 마나 이미 눈으로 목격했으니 주영주가 틀림없을것이다.
(그럼, 나보다 한수 우인 저 괘씸한 사내놈은 도대체 누구란 말인가?...)
성만이는 살얼음우를 걷듯 조심조심 말소리가 들려오는 쪽으로 다가갔다.
순간 성만이는 두 눈알이 몽땅 흰자위만 보일지경으로 소스라쳐 놀랐다. 천만 뜻밖으로 주영주가 지금 군서방을 보고있는 그 사내놈은 주영주하고 같이 살다가 서로 싫어서 리혼을 하고 갈라져 저마끔 제갈길을 가고있는, 그러니 서로 원쑤처럼 지낼런지는 몰라도 적어도 소 닭보듯 남과 남이 된것만은 기정 사실로 된 다름 아닌 대머리 리수길이였던것이다.
(아니 그럼 저것들이 다시 회복하자고 저러는건가?)
성만이는 숨을 죽이고 귀를 도사렸다.
... ...
하긴 78년급 조문반에서 남다른 눈길이 오고가며 달고 쓴 련애사를 빚어낸 동창들은 여럿이 잘 되지만 졸업후 진짜부부로 된 동창은 반장 백일호와 구금자네 한쌍에다 대머리 리수길과 도마도 주영주네 한쌍이였다. 하지만 대머리와 도마도네는 결혼해서 6년만에 리혼을 했다. 어제 저녁 김만융교수가 출석부대로 이름을 부를 때 대머리가 제입으로 교대했듯이 대머리가 어떤 처녀애하고 눈이 맞아 배꼽 맞추기 장난을 하는 바람에 조용하던 가정이 박산났던것이다. 물론 그렇게 된데는 주영주가 녀자구실을 못해 아이를 못 낳는것도 주요한 요소로 작용했겠지만...
그래서 이번 동창모임에도 대머리와 주영주 둘중 어느 한쪽은 만나기 불편하고 거북해서 오지 않을수 있겠다고 모두들 걱정을 하였는데 생각밖으로 둘다 거절하지 않고 흔연히 참석하였다.
대머리는 대학 1학년때부터 문단에 소설을 발표하기 시작하여 대학시절에만 해도 문학상을 두개나 받은 수재였다. 그래서 조문반의 녀학생들만 해도 여럿이나 은근히 남다른 눈치를 보였는데 대머리는 그중에서도 주영주를 점찍었던것이다.
주영주는 자칭 별명을 도마도라고 했고 그 별명을 대머리에게만 알려주었다.
“내가 왜 도마도를 진짜 좋아하는지 너 알어?”
어느날 학교 뒤 수림속에서 대머리와 어깨 나란히 걷는 주영주의 말이다.
“거야 내 이름은 거꾸로 부르면 ‘길수리’가 되지만 너 이름은 도마도처럼 바로 부르나 거꾸로 부르나 꼭 같으니 그렇겠지.”
“명색이 소설가라는 넌 아직 절반밖에는 모르는구나.”
주영주가 한마디 콕 쏜다.
“도마도는 언제나 겉과 속이 꼭 같애, 수박이나 참외는 겉만 보고는 속이 익었는지 안 익었는지 잘 모르지만 도마도는 겉이 푸르면 속도 푸르고 겉이 빨가면 속도 빨간거야.”
주영주의 말에 대머리는 크게 탄복했다. 그렇게 야무진 주영주다 보니 대머리는 꼭 잡고 놓지 않았던것이다.
... ...
“그래 재혼한 녀자한테선 아들을 보았다며? 이젠 많이 컸겠네.”
“초중 2학년에 다니는데 키가 이젠 이 애비보다 더 커, 그런데 넌 아직도 혼자 산다며?”
“호- 혼자 살면 자유스러운게 얼마나 좋아?!”
“아참, 청도에서 무역회사를 차리는 한국 사람인데 이름이 리재모란 사장 알어?”
“청도에 한국사람 얼마나 많다고. 난 그런 이름 들어본 기억이 안나는데... 그런데 그 사람은 너와 무슨 인연이 있는거니?”
“그 리재모란 사람말이야, ‘장백산’ ‘연변문학’ ‘도라지’잡지들에 나간 내 소설을 보고 아마 미쳤나 봐, 글쎄 내 소설집 두권이나 모두 그 사람이 후원해서 출판했지 뭐야,”
“어머, 청도에 그런 사람도 있니? 그래 그 사람이 어떻게 생겼던?”
“참, 나도 답답해서 하는 소리야, 난 아직도 그 사람의 얼굴이 어떻게 생겼는지 보지도 못했어, 그저 돈만 인민페로 만원씩 두번 보내왔어, 내가 한번 꼭 만나서 인사를 드리려고 해도 이 핑게 저 핑게 대며 당쳐 만나주질 않는거야, 정말이지, 머리에 털나서 별난 사람 다 본다.”
“호, 머리에 털이나 있으면서 너 그런 소릴 해? 그런데 생면부지 사람하고 련계는 어떻게 하지?...”
“내 이메일 주소를 어떻게 알았는지 몇해전부터 이메일로 련계를 하는거야.”
“너는야, 이마가 벗겨진것만큼 복도 많구나. 사람은 만나 보지도 않고 돈만 척척 보내주는 사람도 다 있으니 말이야. 내 청도에 가면 차차 알아볼게... 그런데 땀이 식으니 오싹오싹 추워난다...”
“내가 안아줄가?”
“언녕 그래 줄거지.”
대머리는 주영주를 꼭 껴안는것 같다.
“너는 리혼한후 이 대머리가 몹시 미웠겠다?”
“이가 갈리도록 밉기도 했지만 또 가끔은 그립기도 했어. 솔직히 말하면 이상한 감정이야, 이젠 넌 다른 녀자의 남편이 되였는데도 꼭 마치 누구한테 빌려준 감이 들었어.”
“지금도?...”
“아니, 세월이 많이 흐르니 지금은 아니야.”
“그럼 다시 나하고 살 생각은 없고?...”
“호- 넌 그럴 생각 있어?”
“난 없어!”
“왜 없는건데?...”
“아들녀석도 커가고 후에 얻은 마누라하고도 그만하면 정이 많이 들었으니깐.”
“넌 언제 봐도 말 한마딘 솔직하게 하는 사내야. 하긴 나도 그래, 너와 다시 회복할 생각은 바늘구멍만큼도 없는거야,”
“왜?”
“생각해보렴, 네가 바람을 피워 우리 가정이 망가졌을 때 내가 가슴아파 울고 또 울던 일 너도 잘 알지 안니?!그런데 너한텐 귀여운 아들까지 있는 마당에 지금 와서 내가 다시 끼여들어 너희 가정을 파괴한다면 난 너보다도 더 구린내 풍기는 쓰레기 같은 인간이 되는거 아니겠니?!”
“그런데 왜서 넌 나를 멀리하지 않고 방금 내가 밖에 나가자고 슬며시 눈치질 하니 두말없이 뽀르르 따라 나오는거여?”
“호-그건 옛날 너와 6년이나 한 이불속에서 딩굴때의 그 냄새가 아직도 바늘구멍만큼은 풍겨오기 때문이야.”
“허, 이 젖무덤은 옛날보다도 더 풍만해진것 같다! 옛날처럼 빨아 줄가?!”
“호- 네가 이럴줄 난 알았어. 그리고 싫어했으면 바람둥인줄 번연히 아는 너를 따라 여기까지 오지도 않았을거고...”
“그사이 군서방 몇이나 봤어?”
“네것 보다 힘 좋고 잘생긴걸 숱해 봤지!”
“그 말은 좀 기분 잡친다.”
“그러길래 그런건 묻지마! 네가 상관 할일 아니잖아.”
잠간 말소리가 멎었다. 버스럭 버스럭 풀잎들이 이리 저리 꺾기고 뭉개지는 소리가 났다. 대머가 주영주를 쓸어 눕히고 있는것 같았다.
“어마나! 바람둥이!...”
“흐흐...‘스써 씽예(食色 性也)’라고 공자가 말했잖아...”
“그게 무슨 말이야?...”
“인간도 동물과 진배없다 이 말이야, 인간의 본성이 하나는 먹는거고 하나는 우리 둘의 지금 하는 이 짓이다 그말이야...”
“어마나! 미워라...”
이윽고 주영주의 입에선 즐거운 비명이 새여 나고 대머리의 숨소리는 점점 거칠어진다...
지척에 숨어서 이 모든것을 구경하고 있는 성만이는 어느 사이 중간에 달린 그놈까지도 그 장면을 구경하고 싶은지 뻣뻣이 고개를 쳐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