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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편소설. 안개 흐르는 태양도(1)
http://hljxinwen.dbw.cn   2009-03-20 13:59:04
 
 
 
 
 
 
 “도대체 어찌된 일입니까?”
 
 현수가 조용히 입을 열었다.
 
 하지만 푸들푸들 경련하는 입술을 꼭 사려문 철규 안해는 오래도록 대답이 없었다. 그녀는 당장이라도 가슴속의 오열이 왈칵 하고 다시 터져 나올것만 같아 하얀 앞이로 아래 입술을 점점 힘주어 깨물고 있었다. 현수는 공연히 아픈 상처를 건드려 놓아 녀인을 괴롭히는구나 싶어서 더 무슨 말을 꺼내지 않으려고 했다.
 
 그런데 철규의 안해가 조심스레 자리에서 일어난다.
 
 그녀는 아직도 한구석에 처박고 풀어헤치지도 않은 려행가방을 뒤지더니 무엇인가 새노란 천으로 차곡이 싼 자그마한 물건을 현수의 앞에다 살며시 놓는것이였다.
 
 “언제든 우리 청미 아버지와 동창이신 강선생님이 오시면 꼭 보여드리려고 했어요. 아마 청미 아버진 세상에다 이것을 남기려고 마지막 순간까지, 그, 마지막 순간까지 악을 쓴것...”
 
 갑자기 설음이 북받쳐 어깨를 세차게 들먹이던 그녀는 급급히 두손으로 얼굴을 가리우더니 비칠거리며 방을 나갔다.
 
 현수는 조심스레 물건을 꽁꽁 싼 노란 보자기를 풀어 헤쳤다. 그속에서는 빨간 비닐가위로 된 수첩 하나에 여러쪼각으로 동각난 만년필이 나왔다.
 
 ... ...
 
 “그 만년필은 몇해전에 내가 철규네 집에 갔을 때 연변에서 있은 ‘전국조선족중소학생 작문 백일장’에서 철규가 데리고 간 학생이 1등을 해서 철규도 우수 지도교사상으로 탔다며 자랑하던 아주 눈에 익은 만년필이였어.”
 
 강현수가 동창들에게 하는 말이다.
 
 “그리고 수첩가위를 펼치니 가위와 첫페지 사이에는 채색으로 된 가족사진 한장이 끼여있었구. 철규의 어머니가 손녀애를 무릎우에 앉히고 철규네 부부가 그뒤에 바투 나란히 서서 찍은 사진이였는데 아마도 철규가 한국으로 떠나기 바로 직전에 기념으로 찍은것 같았어.”
 
 “그 다음엔 철규가 밀항을 타고 컨테이너 안에서 만년필로 쓴 일기가 일곱페지 나왔어. 나는 그 일기를 이젠 스무번도 더 보아 단어 하나, 지어는 토 하나도 빠뜨리지 않고 외울수 있어...”
 
 눈물없이는 들을수 없는 철규의 이야기는 강현수의 입에서 계속 이어진다.
 
 ... ...
 
  첫페지
 
 손목시계를 들여다본다. 지금 시간은 5월 6일, 오전 9시 40분이다. 대련에서 꼬박 16일간 기다리다가 어제 밤 11시에 우리 일행 6명은 부산해물상사 윤사장이 시키는 대로 중국으로부터 저가락을 수송하는 집채같은 컨테이너를 가득 박아실은 륜선에 올라 윤사장이 열어주는 한 컨테이너 안으로 들어왔다. 이 컨테이너에도 원래는 포장된 저가락 상자가 가득 찼는데 우리를 태우기 위해 어제 밤에 상자 여러개를 감쪽같이 바다에 처넣었다고 한다. 그래서 지금 이 안에는 우리 여섯사람이 편히 다리 펴고 누워 갈만한 자리가 마련되여 있다. 륜선은 우리가 오른 뒤 30분후에 떠난다고 했는데 약속대로 반시간이 지나자 배가 세차게 움직이고 있음을 느꼈다. 이 륜선은 대련부두에서 떠나 3박 4일이면 어김없이 부산항에 도착한다고 윤사장이 열백번 장담했다. 그래도 혹시 뒤가 걱정스러워 우리는 6일 동안 숨을 쉴 산소를 준비해 가지고 올랐다.
 
 (사면이 두꺼운 철판으로 빈틈없이 봉해진 이 컨테이너 안은 밖에서 공기가 들어올수 없다. )
 
 지금 나의 두 코구멍에는 비닐로 된 두가닥 산소호스가 꽂혀있다. 우리는 또 바깥세상과 단절된 이 컨테이너 안에서 며칠동안 먹고 마실 음식을 충분히 준비해왔다. 손전지약만 해도 한 가방이나 샀기에 지금 이 컨테이너 안에는 손전지 두개를 줄창 켜놓고 있어 캄캄하지 않다.
 
 여기 나와 동행하는 사람들중 셋은 연변사람이다. (그중 최중호란 사람은 옛날 의란현 북신촌에서 같이 살았던 소꿉시절 동무이고 둘은 최중호의 처남이다.) 또 두사람은 료녕 철령일대 사람이고 나 혼자만 흑룡강에서 왔다. 우리는 모두 목숨을 내걸고 인생도박을 노는, 피와 살로 생사고락을 같이 겪는 꼭 같은 ‘국제나그네’들이길래 대련에서 만나자부터 대뜸 네것 내것 없이 친숙해졌다. 우리는 어제밤 배가 한국으로 향해 출항하자 ‘국제나그네들 만세!’, ‘달라 벌이 만세!’를 고래고래 웨치면서 독한 소주를 정신없이 들이켰다. 방금 잠에서 깨여나 덤덤히 누워있을라니 갑자기 무엇인가 쓰고 싶은 충동이  생겨 이렇게 펜을 들었다.
 
 이제 한국에 가서도 궂은일, 서러운 일 겪는 대로 이 수첩에다 적어볼 참이다. 피와 살로 진짜 생명체험을 시작했으니 후에 집으로 돌아가면 혹시 세상을 놀래우는 훌륭한 글감이 될런지도 모르겠다.
 
  
 
 두번째 페지
 
 4만원,
 
 3만5천원,
 
 3천650원,
 
 1천350원,
 
 밀입국 안내비용 3만5천원, 대련에서 쓴 비용 3천650원, (배에서 쓸 물건준비 포함) 몸에는 아직 인민페 1천350원이 남아있고 그밖에 한국에 도착하여 림시로 쓸 달라 800원이 있음.
 
 빚문서; 외삼촌네 돈 만원, 종석이 돈 6000원, 김교장 2000원, 남궁선생 2000원, 도합 2만원.
 
 이제 한국에 가면 두달내로 이 빚부터 깡그리 청산해야겠다.
 
 이렇게 목숨을 걸고 돈벌이 가는바 하고야 무조건 돈을 제일 많이 벌수 있는 일을 골라 할테다! 그래서 한해에 10만원, 적어도 돈 20만원을 손에 쥐지 않고는 내 집으로 돌아가지 않는다!
 
 
 

 세번째 페지
 
 머리가 무겁고 속이 쓰리고 울렁거려 술은 더 마시지 못하겠다. 잠자는 약 4알을 먹었더니 또 돼지처럼 쿨쿨 잘 잤다. 지금 시간은 5월 7일 아침 6시 50분.
 
 아까 잠에서 깨자부터 나는 오래도록 가족사진을 들여다  보고 있다. 지금쯤 청미는 책가방을 달랑달랑 메고 학교로 가고 있을거다. 벌써부터 집식구들이 그리워난다. 사무치게 보고싶다! 청미는 아침마다 눈을 뜨면 첫 행사로 달력에다 동그라미를 하나씩 쳐놓을거다. 오늘까지 집을 떠난지 19일이라 오늘 아침엔 19번째 동그라미를 쳤을거다.
 
 “아빠, 난 아빠가 한국 가는 날부터 아빠가 올때가지 하루밤 자고나면 동그라미 하나 쳐놓을래요.”
 
 “그건 왜?”
 
 “아빠가 보고파 그러는거지 뭐!”
 
 집 떠나던 전날 밤 청미가 내 무릎에 앉아 조잘대던 말이다. 그때 눈물 헤픈 안해는 목이 메여 아무 말도 못하고 있었지. 어머님께서도 돌아앉으시며 옷자락으로 눈굽을 찍고 있었다!
 
 오- 이 민철규란 놈한테 한몸을 기탁한 안해! 이 아들을 하늘처럼 믿고 사는 어머님! 당신들은 하루에도 열백번 이 못난 남편, 이 못난 아들이 무사하길 기도하면서 말없이 피흐르는 가슴속에다 하나 또 하나 동그라미를 그려놓고 있을것이다!
 
 용서하시라 어머님, 그리고 사랑하는 내 안해여! 나는 당신들을 속이고 몰래 이 길을 택했노라! 마흔넷을 먹고 난생 처음으로 남의 눈을 피하며 숨어서 살아가는 이 민망스러운 외길을 고집했노라! 그것은 정녕 내라는 이 인간은 아들이 되고, 남편이 되고, 아버지가 된 이 가정  세사람의 생존과 운명을 책임져야 하는 세대주가 아니였던가?! 그래서 스스로의 임무와 책임을 만족스레 완수하고 싶어서였노라!
 
 그렇다. 한국 가면 돈을 많이 번다고 숱한 조선족들이 줄을 지어 나들고 있지만 4천만이나 바글거린다는 한국에 친척하나 없고 아는 얼굴 한 놈 없는 나로서는 내 절로 이렇게 찾아가야 하는 부득이한 사정이다.
 
 지금 세월엔 돈이 있어야 한다! 돈!!
 
 돈의 유혹은 나로 하여금 비장한 결심을 내리게 했다!
 
 기다려다오 그리운 사람들아! 기껏해야 2년이다. 2년 후이면 그리운 사람들의 품으로 돌아가게 될거다. 그때면 월급쟁이 민철규네 집이 더는 초라한 흙집이 아닐거다. 그때면 귀여운 딸, 오래잖아 초중생이 될 우리 청미에게는 지혜의 보물고, 이 세상을 주름잡는 날개-휴대용 고급컴퓨터가 차례질거다!...
 
 나의 어머니, 나의 안해, 그리고 우리 모두의 보배-청미를 그려보노라니 큰 놈 명훈이가 또 생각난다. 그놈이 살았으면 이젠 고중 3학년이 되겠는데...
 
 
 

 네번째 페지
 
 사흘이란 고작 72시간뿐인데 어쩜 삼십년 맞잡이로 지루하고 길어만 보인다. 눈만 뜨면 너나없이 시계만 들여다 보는데 이 놈의 시간은 당초 얼어붙었는지 꾸물거리며 앞으로 나가기를 싫어한다. 내가 방금 한가지 묘안을 제기했다. 이제부턴 누구든지 손목시계를 들여다보지 말자고,내 말에 모두들 찬성이다. 그래서 나는 여섯사람의 시계를 몽땅 거둬다 한구석에 감춰버렸다.
 
 ... ...
 
 우리는 사람이 아니라 진짜 돼지나 개다. 밥 먹고 늘어져 자는 자리에서 엇바꿔 가며 오줌을 갈기고 똥을 밀밀 싸댄다. 코구멍에다 산소호스를 틀어막았으니 다행이지 구린내, 지린내, 썩은 냄새가 역하고 지독하기 그지없을거다. 바깥사람이 들어왔다가는 그 자리에서 기혼해서 까무러칠 일이다.
 
 과연 세상에 태여 났다 이게 무슨 짓인가? 그것도 명색이 목단강민족사범학원을 졸업했다는 놈이! 민철규라는 이 미련한 놈은 어찌하여 이럴듯 무시무시한 ‘지옥’으로까지 들어오게 되였나 말이다.
 
 당장이라도 누가 저 컨테이너뚜껑을 열어주어 바깥세상으로 뛰쳐 나갈수만 있다면 서울이고 개나발이고 나는 그 길로 집으로 돌아가고 싶다! 죽을 먹던 밥을 빌어먹던 내 집식구들과 같이 있고 싶다!
 
 배신자가 된것 같아 부끄럽긴 하지만 17년간 정들고 때묻은 시골의 내 학교도 그립기 그지없다. 월로임 900원, 잘사는 부자들에겐 한끼 음식점으로 나들 돈도 안되겠지만 그 로임을 쪼개 쓰고 절약하고 또 모자라서 애간장을 태우며 고비, 고비를 넘기는 고생속의 재미를 다시 또 언제 누려볼수 있을는지?
 
 사실 곰곰히 생각해보면 오늘 이렇게 한목숨 내걸고 아니, 생명마저 초월하며 접어드는 이 정신, 이 담력, 이 열정, 이 고생이라면 구태여 한국이 아니라도 중국이라는 내가 태여난 나라, 내가 공민이 되여 떳떳이 살고있는 너른 땅에서도 얼마든지 돈벌어 잘살수 있지 않겠는가?! 그렇다면 이 철규라는 인간은 과연 머리가 돌아간것이 아닌가? 그렇다면 내가 물덤벙 술덤벙 허망 덤벼치고 있는것이 아닌가? 소위 지식분자이고 글쟁이고 훈장이라는 내가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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