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분이 까닭없이 저락돼있을 무렵이였다. 어디로해서 왔는지 응당 기차역쪽으로가 아니고 왼편 묘갈뒤로부터 사람이 나왔다. 옷도 단풍빛같은걸로 입어서 얼른 눈에 띄지 않을수 없었다. 그는 그 사람을 보는 순간 대번에 횡재할수 있다는 생각을 하지 않을수 없었다.
이왕 부탁 해놓은것이라 헛걸음 삼아 왔고 그런 령약이 얻어지기를 밤마다 빌었다고 그녀는 너스레를 떨었다. 원래가 좀 수다스런 녀자인지도 몰랐다.
기철은 량미간을 오므려뜨리고있었지만 내속은 웬간히 흥분하고있었고 조금은 근심으로 조바이기도 하고있었다.
할수 있는 말을 꺼내놓아도 한두마디로 메지가 날 일이 아닌데다 그러기전에 전제하지 않으면 안될것이 입에서 떨어지지 않던것이다. 그는 계속 망설이기만 했다. 결과를 예속하기가 어렵기때문이였다.
그녀의 말이 드물어갈 무렵에야 그는 좋아하겠는지 모르겠다는 소식을 전하겠다는 내색을 꾸몄지만 애초 맘에 없던 말이라서 얼른 그럴듯하게 엮지 않았다.
“그게 어디 녀자가 애를 배는 일처럼 쉬우리요만은 무덤 이천여기나 깔린 이 바닥에 바다에서 바늘 건지기처럼 어려울건 아니지유.”
“… …”
“해골바가지마다 녹분이나 흙이나 이끼같은게 담기군 해서 번마다 헛물을 켠건 더 말할것도 없고…”
“무슨 뜻인지 통…”
그녀는 단통 눈동자가 송아지를 닮으면서 어쩔바를 몰라했다. 녀동생의 간질병을, 그것도 이십대의 꽃다발같은 옥체에 그런 몹쓸병을 다 갖고있으니 창창한 전도가 기구히 여겨질 때마다 가슴이 미여지군 하던것이다.
“그러다가 저 새파랗게 이끼낀 바위아래에서 끝내…”
“어머머, 정말이세요?”
그녀는 비로소 기철의 말을 새겨들은 모양이였다.
“어제 저녁편으로 해서 받은건데… 강건너 펀히 솟은 집인데도… 건너갈수도 없구해서…”
“참, 그랬구만요. 그건 안되죠. 꼭 내 발루 찾아와서야 안전한거구요.”
남편이 깜짝 모르게 해둬야 하는 일이라고 뜻을 비춰 말하고있는 그녀의 얼굴안색은 조금전의 근심이 푹 배였던 기색과는 달리 녀동생의 병이 당금 완쾌된것처럼이나 온 몸을 가만두지 못하고있었다. 기철은 풀무더기밑에 감추었던 그 령약이 든 활병수병을 집어들었다. 활병수병 원래의 빛깔에 싸여 약물의 겉모양이 뚜렸하지 않으나 누구라도 맹물이나 허드레물로 보지는 않을듯 했다. 그녀는 희구한듯 아니면 이런 령약이 다 있을까 하는 의문때문인지 눈길을 주어 골똘히 검측을 하고있는 모양이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