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렇게 반자식이 돼주면 이담 외국 갔다 돌아온 고인의 자식들이 꼭 은공에 보답할게 아닙니껴. 미래를 펀히 내다보고 사는 사람인걸요.”

　　그 말은 꼭 한국사위 셋에 어느 한놈 쓸만한게 없더라는 조령감에 대한 조소로 들려오고 있는다.

　　“하긴 그래. 남자란 한창나이때 왜 사위질하고픈 심리가 없겠나.”

　　조령감의 뱁새눈이 별빛이 반짝인다. 너도 참, 시퍼렇게 안해를 보내놓고 이젠 죽은 할멈의 반자식 한번 되여보자하누나. 오죽하면 그러랴. 그런뜻이겠었다.

　　“에익…”

　　범수는 그런 억장이 무너짐을 억제하고있었다. 조령감이 뭣땜에 범수를 경계하고 슬그머니 의심을 사서 비꼬는지 덕필은 알길 없었고 또 알고프지도 않았다. 그전부터 무슨 감정 상한 일이라도 있어 그러나싶게 그들은 맹랑한 고집을 부렸고 민망스러운 정도로 열심히였다.

　　덕필은 괜히 범수와 조순기령감간의 싱갱이질에 반찬이 될가 근심되여졌다. 에라, 이젠 별수없었다… 덕필은 어서 그 자리를 피해야 곤혹스러움을 면할것 같아 슬그머니 오줌마려운척 숲그늘속으로 발걸음을 옮기기 시작했다. 뒤등으로 차츰 둘의 싱갱이질소리가 멀어져가고있었다.

　　9.

　　기철이는 점심시간을 리용하여 조령감과 명호네들이 앉은 자리에서 들구일어나 백호를 비롯한 현장 대리인 노릇을 하고있는 덕필이네를 뒤엎을 구체적인 계획수립에 발벗기로 했고 그것의 성패와는 상관없이 돈과 직결된 무덤파기에도 남다른 힘을 보였다. 만사보다는 돈이 무서운것이므로 벌 돈을 벌면서 타진계획을 밀고나아가야겠던것이다.

　　어느 한쪽에 너무 치우치면 다른 한쪽이 물러난다던 성구처럼 보기 싫고 역겹고 저주스러워 뒤집어엎을 계략에만 얼을 다 빼주다나면 자연히 작업량에 따른 분배가 처지고 처지고나면 남한테 앗기우는셈이 되는데 그만큼 분하고 아픈 일은 또 없을것 같기도 했다. 그러는 한편 그는 이 며칠간 자기가 여러 사람들앞에 언급한 파업을 목적에 두고 한 말의 내용이 너무 많지 않았냐는 의문도 있어 혹여 역작용을 일으킬지도 모른다는데에 심사는 몹시 어지러웠다. 파업의 주제는 묘지이장공사 일에 박가네 무리들의 침입을 견결히 제지시키자! 였으므로 현장일군들 누구나 그 주제를 위해 분개하고 항거의 뜻을 내 비치기에 충족했던건데 후에 근거도 없는 추측의 부주제들, 이를테면 출국유족들에게서 받는 선불금에 잡세력들의 후주머니가 불룩해진다느니, 하기에 출국유족들의 무덤 한기씩에 20원씩 더 받아야한다는것과 그들의 로동에서 잉여가치를 짜낼수 있기에 박가네무리를 일현장에 ‘지원공정대’로 입산시키오, 작업량의 분배문제가 늦어지는 원인은 우의 몇몇 어른이 은행리자를 놓아 물어뜯는때문이라느니 하는 일련의 언론들이 그게였는데 이런 날조들이 과연 자기에게 신이 붙어서 보지 않고도 넘겨짚는 선천적인 기질이 있는건지 상상능력이 과한겐지를 종잡을수가 없었는데 하여간 자기야말로 깊히 파묻힌 정치가로 되기에 손색없다고 긍정하여 자아감각이 좋아지기도 했던것이다. 그렇치만 이젠 어쩌랴. 이제와서 그런 대목들을 취소한다할수도 없는 처지, 그 대목도 그대로 끝까지 버틸수밖에 없지, 하며 그는 쓰디쓴 입맛을 다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