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것들이 글쎄 누굴 믿구 함부루 우릴 없수히 본단 말입니꺼, 핫참 나 이거 원 드러워서…”
범수는 덕필이를 들으라고 하는 말 같았다. 억울함, 분노, 슬픔으로 범벅되여 들려오고있어 덕필은 가슴이 답답해나고 눈길을 범수와 마주할수 없어했다.
덕필은 몸 가누기가 몹시 난처했다. 범수가 박사팔뜨기네에게 화장판을 요구한건 당연했던것만큼 그네들이 그 일을 거절한것도 괴상하게 생각할수도 없는것이였다. 박가네 무리들이 소뿔산 파분일에 슬며시 끼여들게 된데는 없지않아 덕필이 자기에게도 책임이 있는것으로 생각하고 있는것이였고 박가가 횡재의 시기를 놓치지 않고 향토지관리소의 매부를 끼고 백호를 꼬드긴것도 사실일것이였다. 그러니 그들이 소뿔산공동묘지라거나 합법적으로 일떠선 명당건설 공사장이라고 해서 꺼리낄것도 없던게였다.
그는 실로 립장이 곤란해지고 있었다. 자칫하면 범수를 질책할지도 모르고 있었다. 그는 량쪽을 고루 무마시키는데에 다시 한번 자신이 주변없는 무능한 존재임을 아파해야 했다.
덕필은 대체 어떤 유골이기에 범수가 박가네 무리를 찾아 화덕을 빼앗을 잡도리까지 벌렸겠느냐고 범수의 무덤장을 찾았다. 가보니 시체는 조금도 부패되지 않은채 마치 엊그저께 묻어놓은것이 아닌가 싶을 지경이였다. 유족이 나타나지 않을 경우 이런 부류의 시체는 오금을 꺾어 좀 크다싶은 관에 그대로 입관을 시켜버리면 그만일 경우가 보통이겠지만 범수가 기어이 화장을 하여 입관을 시키겠다는게 의심이 들기도 하였다. 그렇다고 사돈에 팔촌에라도 걸리는가 하는 말은 물을 필요도 없겠던것이다.
“관을 열어제껴놓고 보니께 아무리 어쩌도 뉘 사람같지 않아서 이렇게 재로 펀히 날리고파 그런기지요.”
범수가 묻지도 않은 말을 하고있었다.
“내 딸 하나 더 있으문 지같이 도덕이 있는걸로 사위 삼을란다, 어이.”
조령감의 그 말은 뜻밖이였고 야유같지 않게 진담으로 들려오고있었다.
어찌됐든 직접 자기의 눈으로 확인했고 그 됨됨이를 봐냈던지 범수 단독으로 쉽게 처리하리란 말은 나오지 않았다.
화장철판을 어느놈이 훔쳐갔는지 누가 어데다 감춰놨는지 알 사람은 그 장본인밖에 없겠으니 거기다가 박사팔뜨기네들과는 도리마저 따져가며 얘기할 겨를마저 없는거였다.
“이보라구, 다른수가 없겠나? 저 아래 목수들헌티 가 봐서 큰 관이라두 하나 짜서…”
범수는 기다렸던듯 반갑게 말했다.
“거참 꼭한 방법이군. 그리할까유.”
“오늘 니가 웨 이리 천하리치를 다 캐고 령구를 시애비 모시듯 하능긴지 나 참 리해가 안간다.”
조령감은 대통을 뻑뻑 빨며 웃기는지 의혹인지를 모르게 롱담 절반 진담 절반질이다. 피뜩골인 범수가 의혹을 넘겨짚고 물리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