범수는 기왕 파낸 시체를 구덩이속에 그대로 두어두기도 안됐고 꺼내놓자니 량심이 찔리는지라 어찌하든지 화장철판을 가져야겠다는 속셈이여서 밸대로 나오면 안되겠다고 여기며
“자네들은 이렇게 펀히 놀고있잖아. 그동안만 빌려쓰자는데.”
“우리 박형이 화덕판만은 못 빌려준다고 당부하구 갔다네.”
“뭐야? 화덕판만을 못 빌려준다고?”
범수는 의심이 커졌다. 시체를 굽는 철판을 도거리하려 드는 그 음험한 심보가 무엇이겠는지를 냉큼 알수가 있을것 같았다. 쩍하면 물이 질질 흐르는 부패못된 시체가 많이 나지므로 그 벌이를 저들이 도맡아하겠다는 야심, 그런 야심에 뒤따르는건 이곳 일판을 저들의것으로 만들고싶다는 야욕이던게였다.
“박형의 말이 천금이군. 기래 잘 헌다, 잘해.…”
“천금이지, 향의 어른들도 한눈 감아주는판인데…”
어이가 없었다. 대체 한눈 감아준다는 말은 무슨 뜻일가? 덕필이, 백호같은거 눈에 안차고 계약이고 합법이고 소뿔산에 와 일하면 수입이란 말 아니란 말인가.
“십원만 내면 그런 일은 우리가 해준다는데.”
그쪽에서 또 지껄여왔다.
“개코라고 해라. 네깟눔들한테는 일원도 아깝단 말여.”
범수는 드디여 두눈을 부릅뜨고 독을 풀었다.
“재간 있거들랑 어디 네 손바닥우에다 화장 해봐.”
“이게 지금 뭐라고 씨벌이구 있나. 술은 쌀물 아니고 똥물이냐.”
“너 같은 날강도에겐 씨벌이는것두 아까워.”
“내가 날강도여? 이눔아, 내가 왜 날강도여?”
“백주에 남의 화덕 앗으러 왔으니 날강도 아녀.”
“그래. 맞어. 맞다! 백주에 정부의 동의도 없이 남의 일판에 뛰여들어 마구 일감을 후무리는 날강도겠지. 이 무지막지한 강도들아.”
범수가 마구 달려들어 주먹을 날리려 할 즈음, 량쪽으로부터 두 사람이 동시에 앞을 막아나섰다. 보니 조순기령감과 덕필이였다. 소리를 듣고 달려온것이였다.
“횡음무치한… 죽은 송장 튀해먹으러 다니는 이리떼같은…”
범수는 두사람에게 잡혀서도 고래고래 고함을 지르고있었다. 자기를 덜 썩은 시체나 해부하는 재주뿐이라는 멸시와 조롱으로 받아들여졌던것이다. 그러나 말려나선 덕필이와 조령감의 시선을 느끼자 이내 기세를 누그리며 거의 혼자말로 중얼거리고있었지만 그쪽에서도 그만두라는 말을 듣는둥마는둥 별의별 쌍욕을 들이퍼붓고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