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형제자매의 관계

　　같은 부모의 자식으로서의 형제자매간에는 우에, 화목이 강조되였었다. 그런데 형제자매간에 년령차이가 큰 경우에는 ≪장유유서(長幼有序)≫의 도리를 지킬 것이 요구되였다. 부모가 생존해 계실 경우에는 형제자매가 같은 부모의 자식이라는 동등한 지위에 있게 되지만 부모가 세상을 뜬후에 맏이가 가사를 맡아 실질적인 가장의 지위에 오를 때에는 형제자매가 비록 동기간이라고 할지라도 맏이에게는 공손과 존경의 태도로 대할 것이 요구되였다.

　　형제자매들이 각기 결혼하기전까지는 비교적 자유롭고 비공식적인 행위가 용납되지만 일단 결혼하여 새로운 지위에 들어서면 그들간의 관계가 상대적으로 공식화되여간 것이 특징적이다. 가장 뚜렷한 실례의 하나는 결혼한 형님이나 누님에게 존대의 말을 쓰는 것이 그것이다. 이런 경우에는 형제자매의 관계가 평등관계가 아닌 상하관계의 질서를 지킬 것을 요구한다.

　　녀자가 일단 결혼을 하면 시댁으로 옮겨가는 부거제의 풍습을 철저히 따른 과거사회에서는 형제와 자매는 결혼과 함께 제각기 운명을 달리하게 된다. 말하자면 형제는 부모의 가문에 남게 되지만 자매는 결혼과 더불어 각기 남편의 가문으로 흩어지게 되였다. 비록 그들이 결혼후에도 친정 및 형제와의 관계를 계속 유지하지만 그들간의 접촉은 해를 거듭할수록 줄어들어 사망과 함께 이른바 ≪영영 남의 집 귀신≫이 되여버렸다.

　　그리고 누이동생이 시집가기전에는 오라버니로부터 사랑을 받을 기회가 많지만 시집가서 출가외인(出嫁外人)이 되면 점차 그런 인정은 멀어지게 되였다. 이리하여 지난날 녀자들은 자기의 이런 신세를 한탄하군 하였다.

　　부모의 가문에 계속 남아있는 형제들간에는 ≪상부상조(相扶相助)≫의 정신이 특히 강조되였다. 따라서 형제간에는 일손이 필요하면 서로 돕고 맛있는 음식이 있으면 서로 나눠먹고 기쁨과 슬픔도 함께 나누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