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리고는 안도의 숨을 내쉬며 외지로 일하려 떠났다. 그 얼마 뒤 또 적지 않은 돈을 벌어가지고 온 그는 돈 묻었던 곳으로 갔다.
그런데 이게 웬 일인가? 깊숙이 파묻고 또 자기 돈이라고 엄연히 패말까지 써서 박아 두었는데도 웬 오르라 배탈아질 도적놈이 몽땅 파가지 않았겠는가!
《고약한 놈들! 내가 나의 돈을 파묻었다고 그렇듯 패말까지 단단히 세워놓았는데도 죄반반 파가다니!》
다시 생각을 톱던 이장천을 이번엔 그 돈을 그곳에서 멀리 떨어진 다른 곳에 드려 묻은 다음,
《이곳에 이장천의 돈을 묻어두지 않았으니 공연히 파보지 말지어다.
하는 새로운 패말을 써서 박아두었다. 그리고 그는 안도의 숨을 내쉬며 또 돈 벌려 떠나갔다.
한동안 일하여 또 적지 않은 돈을 벌어가지고 온 그는 그 돈마저 그곳에 함께 묻어두려고 그곳으로 갔다.
그런데 이게 또 웬일인가?
이번에도 웬 고약한 도적놈이 돈을 모조리 싹 다 파가지 않았겠는가? 화가 난 이장천은 땅을 치며 욕설을 퍼부었다.
《빌어먹을 도적놈의 새끼! 이번엔 돈을 파묻지 않았다고 대서특필로 써 붙였는데도 기어이 파가다니 아아, 나처럼 고지식한 놈은 결국 손해만 보는 것이로구나!》
이로부터 《고지식한 놈 손해만 본다.》는 속담이 생겨 널리 전해지게 되었으니 기실은 고지식하면서도 미욱한 사람을 조소해 부르는 대명사라 하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