곰 옥수수 따듯.
싸리골에 금년에도 대풍이 들었다. 황소·멍멍이·오리·염소·돼지는 가을걷이 준비를 다그쳤다. 하루는 싸리골의 제일 큰 형인 황소가 가을걷이 전에 해야 할 여러 가지 일을 여럿에게 이야기하고 일을 분공하였다. 황소는 멍멍이이게 길닦이를 맡기고, 오리에게 탈곡장을 닦으라고 하였으며 염소는 목재가공소에 가서 널을 켜라고 하였고 돼지더러 강에 다리를 놓으라고 하였다. 한 것은 그들의 밭이 모두 강건너에 있었기 때문이었다.
일을 뜯어 맡긴지 얼마 안되어 오리와 멍멍이한테서 길닦이와 탈곡장닦이가 끝났다는 전갈이 왔다. 그런데 하루가 지나고 이틀이 지나고 사흘이 지나도 염소와 돼지한테서는 소식이 감감하였다. 황소는 안달이 나 멍멍이더러 목재가공소에 가보고 오라고 하였다. 멍멍이가 목재가공소에 가보니 염소가 한창 땀을 뻘뻘 흘리며 통나무를 켜고 돼지는 씩씩거리며 널을 강가로 메여나르고 있었다. 멍멍이는 얼은 황소한테로 뛰여와 그들이 여차여차하게 일을 하더라고 알려주었다. 하여 황소·오리·멍멍이는 수레도 고치고 낫자루도 맞추고 뒤주도 수리하였다. 그런데 멍멍이가 염소네 목재가공소에 가보고 온 지 나흘이 지나도 다리를 다 놓았다는 소식이 없어 오리와 멍멍이를 데리고 염소네 목재가공소에 가보았다. 염소가 여전히 땀을 뻘뻘 흘리며 나무를 가공하고 있었다.
황소는 이상한 생각이 들어 염소에게 물었다.
《여보게, 염소. 왜 지금도 나무를 켜고 있나?》
염소는 일손을 놓으면서 기분이 상해하며 대답하였다.
《작년에는 널리 이렇게 많이 들지 않았는데 웬 일인지 돼지는 계속 널이 모자란다고 하오.》
염소의 말을 듣고 황소는 강가에 나가봐야겠다고 생각하고 모두들 데리고 강가로 나가보았다. 강에는 다리가 보이지 않고 돼지가 널장 하나를 물밑돌 우에 놓자 널장은 물에 둥둥 떠 내려갔다. 웬 영문인지 알아차린 황소가 돼지한테 다가가자 돼지는 울상이 되어 되려 자기쪽에서 성을 버럭 내었다.
《난 다리를 못놓겠어!》
황소는 어이가 없어 돼지에게 말하였다.
《넌 참 말이 아니구나. 곰 옥수수 따듯 물우에 널을 띄워내려보냈으니 될 턱이 있니, 다리를 놓으려면 기둥부터 세워야지.》
황소의 말을 들은 돼지는 대답이 구구하여 머리를 툭 떨어뜨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