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인은 양털을 아껴서 양털이 나무에 모지라질까봐 그러나이다.》
문후는 한바탕 웃고나서 그에게 타일렀습니다.
《껍질 없는 털이 없다구 털은 가죽에 붙은 거란 걸 알아야 할지어다. 양가죽이 닳아 떨어지면 양털도 같이 떨어지고 말건데 그걸 어떻게 보존할 수 있단 말인고?》
까치가 울면 기쁜 일이 나진다
조선 제15대 임금 광해군은 아직 세자로 있을 때는 그처럼 지혜가 뛰어나고 덕이 높고 재질도 총명 과인하여 세상에 이름을 드날렸건만, 일단 왕위에 오르자 차츰 사람이 심성부터 협소해지고 성정마저 잔인한 우에 고약한 시하들의 무도한 말까지 무작정 받아들어 날이 갈수록 나라 일을 크게 망치였다.
그는 매사에 의심이 많아 자기의 계모 인목대비를 서궁 덕수궁 속에 가두어 버리고 그 어머니 몸에서 낳은 여덟 살 어린 동생 영창 대군을 참혹하게 죽이는가 하면 계모의 오빠인 김계남을 십자로에다 참형을 하며 인목대비의 어머니, 즉 광해임금의 할머니 되는 고령의 부씨부부인마저 제주도로 귀양을 보내는 등으로 임금으로서는, 아니 사람으로서는 차마 하지 못할 끔찍한 짓을 거리낌없이 자행하다.
광해군의 박해로 하여 그때 부씨부인은 옹군 10년 동안 머나먼 이역 제주도 섬 속에 쫓겨가서 눈물을 잔주리고 원성을 감키면서 산전수전 갖인 고생 다 겪는 정배살이를 지내가지 않으면 안되었는데, 그 처참한 정상이야말로 돌로 깎아 만든 사람이라도 돌아다 볼 것이요 쇠로 부어 만든 사람이라도 락루할 것이였다.
이렇게 한 번 귀양온 몸, 세월은 아물아물 흘러 어언 10년 세월! 서울 소식 한 번 들어도 못 보고 그저 그날 그날 근근히 살다가 억울한 섬 귀신으로 몰망하고 말 것은 뻔했다.
이런 어느 하루 아침이였다. rmskfEK라 난데없는 까치 한 마리가 부씨부인이 있다는 집 처마 앞에 와서 깍깍깍하고 세 번을 울었다.
까치란 본시 온화한 대륙에서만 살 뿐 제주도같이 무덥고 비 잦은 지방에서는 좀체로 볼 수 없었던 새인지라 부씨부인은 아주 이상스런 생각이 들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