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래 면장이 저절로 될 줄 아우? 아까와 말구 어서 금가락지와 은비녀 내놓으라구.》
《난 그럼 미친년처럼 머리를 풀어헤치구 다니라우?》
《잠시 풀어헤치면 뭐래. 이제 면장만 되면 금비녀 옥비녀가 차례지지 않으리.》
이렇게 녀편네까지 살살 꼬여 백년 묵은 산삼 세 뿌리를 산 구장은 군수한테 슬쩍 찔러주면서 면장을 시켜달라고 애절했습니다.
그제야 늙은 군수는 흡족해서,
《면장이라... 이제 반년 후에 와보게.》
하고 말했습니다.
반년 후, 구장은 녀편네와 함께 개화장을 짚으며 군수를 찾아갔습니다.
그런데 웬 군청나부랭이가 뜻밖의 소식을 알리는 것이였습니다.
《군수는 어제밤 죽었네. 뢰물로 들어온 산삼, 록용을 다 쓰더니만 부작용까지 와서 제명두 다 못살고 죽었네.》
그바람에 구장네 내외간은 그만 낙태한 고양이상이 되어 그 자리에 풀썩 주저앉으며 따을 쳤습니다.
꿩 구워 먹은 자리
옛날 옛적 어느 한 산골에 젊은 부부, 늙은 어머님을 모시고 살아 가고 있었다.
그런데 남편은 몹시 다욕하고 린색하였다.
말하자면, 자기 자신에게는 다욕하고 안해와 어머니에 대해서는 아주 린색하였다.
그는 틈만 있으면 일은 하지 않고 산에 가서 꿩을 잡아다는 감추어 두었다가 안해와 어머니가 잠들면 몰래 혼자 그 꿩을 튀해 구워먹군 하였다.
이런 일이 자주 되풀이되니 안해는 마침내 약이 바짝 올랐다.
《그래도 백년 살자 약조한 부부 사이인데... 아니 그보다 년로하신 어머님을 모신 아들로서 차마 이럴 수가 있단 말인가?》
이에 안해는 어느날 남편이 꿩을 감춰두고 나간 틈을 몰래 그것을 튀해 어머님께 구워 대접했다.
그날 밤이 되어 안해가 깊이 잠든 척하자 남편은 스르르 일어나더니 꿩을 찾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