먼 옛날 멋없이 우쭐대기를 좋아하는 가난한 농부 총각 하나가 살고 있었다. 그는 늘 양반부자들 앞에 업수임을 당하는 자기 처신을 두고 몹시 한탄해 마지 않았다.
《내 하다못해 우리 마을 부자 양반과 사돈의 팔촌이라도 된다면 그 얼마나 좋으랴!》
그러자, 한 사람이 그를 보고 넌지시 말했다.
《네 마음이 정 그렇다면 저 김부자 양반네 사위가 되려무나.》
《오, 정말!》
그리하여 그는 김부자 양반네 병신 딸에게 장가를 들게 되었다. 이쯤 되었으니 한 번 자기의 권세를 뽐내 볼 때가 되었다고 생각한 그는 어느 하루 마침 자기 집 앞을 지나가는 가난한 집 소년 하나를 보고 닦아 세웠다.
《너 이놈, 네 뉘 앞이라고 함부로 인사도 없이 무례방자히 지나는 거냐?!》
얼마전만 해도 유순하던 그가 이렇게도 무엄히 건방지게 노는 꼴이 실로 괘씸했으나 그대로 참는 수 밖에 없었다. 그 소년은 할 수 없이 잘못했노라고 빌며 곱게 인사를 올렸다.
《네 이놈, 너의 죄 크고 크지만 한 번만 용서해 주노니 이제 당장 집에 가서 돈을 가져와 야겠다!》
그 소년은 집에 가서 돈을 가져다 주었다. 이에 그는 자기가 부자 양반의 사위가 된 긍지를 크게 느끼며 더욱 기고만장해서 흔들거렸다.
《헤헤, 부자 양반의 홍패를 메니 제법 좋은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