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얘야, 내가 저 개를 잡아서 아무 것도 버리지 말고 통째로 먹게 해다오."
"그러세요. 그런데 왜 개고기를 잡수시려고 하세요?"
"응. 약으로 먹으려고 그런다."
"그럼 조금만 기다리세요."
딸은 곧 개를 잡아서 통째로 국을 끓이기 시작했다. 얼마쯤 지나 개국이 거의 다 되었을 때 딸이 보니 국물 위에 조그만 덩어리가 떠 있는 것이 보였다. 이게 무얼까 하고 궁금이 생각한 딸이 그 덩어리를 건져 먹어 버렸다. 그리고 국이 다 된 뒤에 개를 통째로 아버지에게 가져갔다. 아버지는 개고기를 먹지 않고 이리저리 뒤적거리고만 있으므로 이상하게 생각하며 딸이 물었다.
"아버지, 왜 잡수시지 않고 그러고만 계세요?"
"얘야, 혹시 이 개장국에서 무엇을 꺼내 먹은 것이 없느냐?"
"글쎄요, 국을 끓일 때에 실꾸리 같은 조그만 덩어리가 떠다니길래 건져 먹은 것 밖엔 없 는데요, 아버지."
그 말을 들은 아버지는 그대로 상을 물리면서,
"내 복이라 할 수 없구나. 네 복을 남이 가져가려 해도 못 가져가게 되니 과연 너는 네 복으로 잘 사는구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