돌이 고개를 끄덕인다
옛날 불도(佛道)를 깊이 신봉하여 도통(道通)의 경지에 이른 축도생(築道生)이란 사람이 있었다. 어느 날 축도생은 깨끗하고 조용한 곳을 찾아 불리(佛理)를 더욱 깨우쳐 보고자 집을 나섰다. 그는 이 곳 저 곳 살피다가 호구(虎丘)라는 깊은 산간지대로 들어갔다. 그는 적당한 곳을 찾으려고 사방을 헤매던 중 한 곳에 이르니 높은 봉우리는 사면에 둘러있고 잔잔한 물소리는 사람의 흉금마저 시원케하여 준다.
"옳지, 여기가 좋겠구나"
축도생은 앉을 자리를 찾고 있는데 한 곳을 바라보니 큼직한 돌멩이가 이 곳 저 곳 늘어져 있었다. 그는 무슨 생각을 하였음인지 그 돌을 주워다가 한 곳에 모아 놓았다.
그는 그 돌들을 자기의 설법을 듣는 제자(弟子)로 삼았다. 그는 곧 돌들 앞에서 설법을 시작했다. 마치 옛날 한문을 가르치는 선생이 제자들에게 글공부를 가르치듯이 자상하고 친절하게 열반경(涅槃經)을 강의하였다.
축도생이 돌들에게 불도를 설법한지도 꽤 여러 날이 되었다. 그는 단 하루도 빠지지 않았으며 단 한 순간도 정성을 기울이지 않는 때가 없었다.
그러던 어느 날, 참으로 이상한 일이 생겼다. 축도생이 귀진반본(歸眞返本:眞으로 돌아가고本源으로 돌아간다.)이란 도리를 설법하고 있는데 축도생 앞에 모아진 돌들이 `잘 알았다`하는 듯이 일제히 머리를 끄덕끄덕하고 있었다.
"아-이것은....."
축도생은 자기의 제자(돌)들이 머리를 끄덕이는 것을 보고 대단히 만족하였다. 그만큼 그의 도가 깊은 데까지 들어간 증거이기 때문이다. 참다운 도(道)의 경지에 확실히 들어간 사람을 비유한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