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 고연지고......어디 견디어 보아라.`
하고, 왕명에 의하여 동서 두문동을 철통같이 에워싸고 섶을 쌓은 다음 불을 지르기 시작하였다.
"너희들 가운데 백이 숙제가 몇 명이나 되나 보자. 그리고 불이 뜨거워, 왕명보다 불이 무서우니?"
하고 조롱했다.
그러나 동두문동 마흔 여덟 명의 무사와 서두문동 일흔 두 명의 태학생들은 누구 한 사람,
"앗 뜨거워! 뜨거!"
하고 그 마을을 탈출한 자는 한 사람도 없었다.
불이 일어 이글이글 타서, 다시 재가 되어 고요히 식어지는 과정, 그 과정 가운데서 아우성 소리는커녕, 기침 소리 하나 나지 않았다.
그저 고요히 불길 속에 안좌하여 살신성인한 것이다.
"지독한 놈들이로군."
군신상하는 이들을 이렇게 불렀다.
이로부터 두문동(枓門洞) 불출(不出), 즉 `두문불출`이란 말이 생기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