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부의 말에 상진은 매우 이상스러워,
≪아니 이 말을 하려고 구태여 예까지 나와 귀속말을 합니까?≫
그러자 농부는,
≪허 참, 말이란 아해 다르고 어해 다르다는데 누렁 소가 힘이 더 세다 소리 치면 붉은 소가 못하다는 것이오, 붉은 소가 힘이 더 세다 소리치면 누렁 소가 못하다는 것을 내놓고 말하는 것이라, 어쨌든 힘이 못하다는 말을 듣는 소는 서운해 할게 아니겠소? 아무리 말 못하는 미물짐승이라 하지만 다 같은 일을 하는데 서운하게 해서야 안되지유.≫
농부의 말에 상진은 크게 깨달았다.
≪아하, 하찮은 짐승에게까지 말 조심을 하는데 나는 사람들에게 너무 직방백이 맘을 상케하는 말만 하지 않았던가?≫
그래서, 그는 농부한테서 말 조심을 배운 뒤부터 자기의 언행에 한결 조심하여 나중엔 영의정 벼슬까지 지냈던 것이다.
또, 이런 일이 있은 뒤부터 이 글 제목의 속담이 생겨난 것이다.
말 꼬리에 파리가 천리 간다
옛날 옛적 한 곳에 츨츨한 천리마 한 필이 있었다.
그는 자기의 재주와 날램을 자랑하느라고 늘 콧대를 잔뜩 쳐들고 사처로 뛰어다니며 흰소리를 쳤다.
<흥! 그래 어느 누가 뜀뛰기에서 나와 감히 비길 수가 있어? 나는 적어도 한 달음에 천리씩 내달린단 말이여!>
그 말에 모두들 주눅이 들어 움찔 못하고 있는데 눈에도 차나마나 한 파리란 놈 하나가 있다가 앵-앵-하고 천리마 우에 난딱 올라 앉으며 비양거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