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러나 하통은 본시 청렴하고 고상한 품격을 타고난 사람으로서 조정에서 권리따위나 다투는 그러한 물결 속에 끼어들 흥미가 없었다. 아니 흥미가 없는 정도가 아니라 그러한 일을 미워하고 있었다 고로 애당초 그는 벼슬 안하기로 마음을 굳힌 터이라 친구의 권고를 한마디로 거절해 버리고 말았다.

　　가충은 말로는 도저히 그를 설득시키지 못할 줄 깨닫고 다른 기묘한 방법을 써서 그를 유혹해 보려 작정하였다.

　　가충은 첫 번째 방법을 시도하였다. 그것은 무정한 군대를 소집해놓고 대오(隊俉)로 정연하게 나열시키고는 북과 호각을 울리는 가운데 그(하통)를 데리고 사열하면서 하통을 돌아보며

　　“여보게 친구, 만일 자네가 벼슬에 나선다면 이만한 군대도 자네 수중에 넣고 지휘할 수 있네. 자네 이 얼마나 장부로서 해봄직한 일이 아니며 멋지고 위풍이 당당한가?”

　　하고 하통을 쳐다보았으나 하통은 조금다 동요되는 빛이 없이 담담한 표정으로,

　　“아-매우 훌륭하네. 군사들이 씩씩하고 위풍도 당당해 보이네. 그렇지만 나는 전혀 흥미가 없네그려 허허허.”

　　가충은 실망하였다. 첫단계 계획이 실패한 셈이다. 그러나 그는 단념하지 않고 제 이단계 방법을 모색하기에 골몰하였다.

　　‘옳지 그것을 몰랐군.’그는 얼굴에 미소를 지으며 ‘이 친구가 비록 권세에는 흥미가 없다하지만 색(色)을 좋아하는 마음은 사람마다 다같은 바이니 가장 아름다운 여색에야 좋아하지 않을리 없겠지.’생각하고 그는 용모가 아름다운 기생들을 뽑아 곱게 단장을 시켜서 하통의 앞에서 노래로 부르고 춤도 추도록 하였다. 그리고는 하통을 돌아보며 넌지시 떠보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