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러나, 그는 공연히 밥 먹으러 들어갔다가 저쪽에서 오면 어쩌나 하여 종시 밥 먹으러 들어가지도 못하였다.
드디어 한낮이 기울게 되었다.
그런데, 그때가 마침 눈석이 물이 말 풀려내리는 때라 그가 섰던 자리에는 물이 불러나 다리정갱이를 적시게 되었다.
그러나, 고지식한 미생은 일단 섰던 자리에 선 채 까딱 움직이지 않고 처녀가 나타나기만을 기다렸다.
드디어 한낮이 기울고 황혼이 깃들기 시작했다.
찬 물은 점점 붇고 세차지어 드디어 그의 무릎팍과 나중에는 허리 중둥을 치게 되었다.
그러자 그는 더 지탱할 수가 없어서 다리기둥을 부여잡았다.
그러나, 물은 점점 더 불어 그의 목을 치고 나중에는 그를 아주 삼켜버리고 말았다.
이로부터 ≪미생지신≫이란 속담이 생겨났으니 쓸데없는 것이건만 한 번 맺은 약속이라 하여 그것만을 굳게 지키면서 추호의 융통성도 없는 자들을 비웃는 대명사로 되었던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