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지만 그는 언제나 남들 앞에서는 학식이 있는 것처럼 두루 꾸며대었다.
하여, 가난하여 글공부 못한 사람들이 편지를 가지고 가서 보아달라고 하면,
"이놈아, 네따위놈들의 그따위 시시껄렁한 엽서나 보아주자고 돈 팔아 공부한 것 같으냐? 어서 썩 물러가라!"
했고, 마을의 훈장이나 유지들이 그와 더불어 학문을 의논하자고 하면,
"싹싹 걷우게. 공연히 머리 앞으게 글을 담론해선 무엇하나. 그럴거면 차라리 술이나 한 잔 마시세."
하며, 딴전을 부리군 하였다.
이러던 어느 하루 바람이 몹시 부는 날 그의 머슴 하나가 눈을 부비며 그의 딸에게서 온 편지 한 장을 들고 들어왔다.
헌데, 까막눈 그로서는 그게 도대체 무슨 내용의 글인지 도무지 알 수가 없었다.
그래서, 그는 조용히 마누라를 방에 불러 들였다.
"여보, 마누라, 우리 딸년한테 무슨 불상사라도 생기지 않았을꼬?"
"아니, 왜요?"
"글세 이자 머슴녀석이 이 편지를 전하는 때 보니 눈을 부비며 들어오더라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