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 그 시골 사람들게 맹물만 마시게 해서야 쓰나. 오늘 아침에는 팥죽을 묽게 써서 마루에다 갖다 놓게.》
라고 했다.
하인이 주인의 분부대로 팥죽을 맑게 써서 큰 양푼그릇 두 개에 가득 담아 손님 방문 앞 마루에 갖다 놓았다.
두 시골 사람들은 뒤늦게야 어제 아침 떠놓은 것이 세수물이라는 것을 알고, 오늘 아침엔 세수물을 떠오기만 하면 어제와는 달리 보란 듯이 얼굴을 막 씻으리라고 벼르고 있다가, 마침 하인이 어제 그 양푼에다 팥죽을 막 씻으리라고 벼르고 있다가, 마침 하인이 어제 그 양푼에다 팥죽을 갖다 놓자 불이 번적나게 저고리를 벗어 던지고 두 손으로 죽을 묻혀서 얼굴과 목과 머리에 비벼대기 시작했다.
이 정경을 지켜 보고 있던 사람들은 너무도 우스워 폭소를 터뜨리지 않을 수 없었다.
이 일이 있은 뒤로부터 《서울 깍쟁이와 무식쟁이 촌뜨기》란 속담이 생겨 촌 사람들은 서울 사람들을 《깍쟁이》, 서울 사람들은 촌 사람들을 《무식쟁이》라 부르게 되었다 한다.
삶은 소가 웃다가 꾸레미 터지겠다
옛날 한 마을에 다른 곳으로부터 무식쟁이 량반 한 사람이 새로 이사를 왔다.
돈과 권세로 못하는 노릇이 없는 그였으나 워낙 글공부가 질색이여서 어린 때부터 종시 글공부를 아니하며 빼돌다보니 결국은 까막눈이 되고 말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