석 짐 닷 뭇(三負五束)의 차
조선 선조 임금 때의 재상 류당이 과거에 급제하여 풍천 군수가 되기 직전, 영흥에 가서 여러 날 놀고 온 일이 있었다.
어느날 관가의 문서와 장부를 한 번 보고 외우기 내기를 하게 되었다.
그런데 그는 그 많은 문서를 한 번 보고 나더니 글자 한자 틀림 없이 모조리 외웠다.
이런 일이 있은 썩 뒤 어느날, 영흥관에서 불이 일어나 삽시간 관아 전체가 잿더미로 되어 문서 하나 건지지 못했다.
이에, 영흥 부사 어찌할 바를 몰라서 크게 근심하던 중 리방 한 사람이,
"풍천 사또께서 년전에 이 골에 오셔서 노시던 중 어느날 내기를 하시게 되어 고을의 각종 문서를 한 번 보시고 외우신 일이 있사온데, 풍천 사또께 의논하셔서 어느 정도나마 기억되시는 것을 기록하게 하시면 어떠하온지요?"
"오오, 류당이 한 번 본 일이 있을진대 크게 안심할 수 있겠다."
즉시 편지를 띄워 풍천으로 보내니 두 사이가 절친한 사이라 류당은 그 즉시 걸음으로 바람같이 왔다.
"내가 영민치 못하여 재앙이 마침내 나라 문서에까지 이르게하고 또한 령감으로 하여금 천리 원정의 수고를 하도록 하니 그 죄 크오이다. 이 몸보다 나라를 위하여 수고를 아끼지 말아 주시면 그 은혜 결초보은하겟소."
"하긴, 내가 년전에 우연히 그 문서를 한 번 본 적이 있는데 아직도 기억에 남아 있는 듯하지 령감은 너무 걱정을 마시오."
이리하여, 즉시 글 잘 쓰고 빨리 쓰는 아전을 뽑아 대령케 했다. 류당이 그 아전들에게,
《너는 첫 머리에 무슨 자부터 쓰고 너는 첫 머리에 어떤 자부터 써라.》
각각 첫 자를 가르쳐 놓고 류당이 외우는 대로 받아 쓰게 하였다.
이렇게 쓰게 한 지 며칠이 안 되어 모두 성책이 되었는데 한 자도 틀림이 없었다.
영문에 비치해 두었던 문서 중 우선 결세부(結稅簿)와 류당이 외워서 새로 만든 결세부를 대조해 보지 총계에서 틀린 것이 겨우 석 짐 다섯 뭇(三負五束)이었다.
이로부터, 어떤 일에 약간의 차이가 있는 경우를 들어 《석 짐 닷 뭇의 차》라는 말로 표현했던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