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러니까, 《원님》이 불호령을 쳤다.
《네 이놈! 네 아무리 어명을 받고 돌아다니는 어사라 할 제 그래 집엔 량친부모도 안 계신단 말이뇨?》
그 푸른 서슬에 박어사 꼼짝 못하고 다시 어투를 고쳐 대답했다.
《예, 없을 리 없소이까?》
《그래 이놈! 너도 오늘이 섣달그믐이요 날만 밝으면 대명절인 줄을 알진대, 자식된 도리를 다하여 년로하신 내외 가친님 각근히 모시고 즐겁게 명즐을 쇨 대신, 일년 365일 하구 많은 날을 다 제쳐 두고 하필이면 대명절에 주책 없이 크게 요긴한 일도 없으면서 타관객지를 살살 싸만 다니니, 가내에는 불효죄 가외에는 민심소란죄, 어찌 그 죄 가볍다 하겠느냐?!》
듣고 보니 비록 애들 말이지만 과연 일리가 깊은 말이 아닐 수 없었다.
그래서, 박문수는 얼른 엎드렸다.
《예, 대단히 죄송하웨다.》
그제사 《원님》은 다시 말했다.
《음, 그럼 그렇겠지. 여봐라.》
《예-이.》
《이 자가 가히 자기 죄과를 뉘우치는 즉 다시 저 방에 곱게 모시도록 하라!》
《예-이.》
이 일을 겪고 난 뒤로부터 박어사 다시는 명절암행을 다니지 않았고, 이 이야기 속담으로 널리 전해지게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