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로부터 며칠 뒤 구서방네 집에는 또 손님이 찾아왔다. 고기 쓸 일이 생긴 구서방은 또 황지주를 찾아 갔다.
그러자, 황지주가 말했다.
《하, 이 사람아. 그래 우리집에라고 우찌 늘 소고기가 있을 수 있게나. 없네! 그러니 아랫말 리부자를 찾아가 보게. 그 집엔 꼭 있을 거네.》
황지주의 말에 화가 난 구서방은 울컥 밸이 치밀어 올랐다.
《그래, 수염을 내려 쓸 텐가유? 어려울 때 도와줄 은혜두 모르구···.》
그리고, 구서방은 다시는 이따위 철면피한 놈을 상대도 하지 않으리라 속다짐하며 집으로 돌아섰다.
이로부터 《수엽을 내려쓴다.》는 속담이 전해졌는데 그 의미인 즉 상대자에게 의례를 갚아야 할 것이 있는데도 모르는 체 시치미를 뚝 뗀다는 말인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