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염을 내려쓴다(내리쓴다)
옛날 어느 마을에 황지주가 살았다.
그는 어느날 같은 마을에 있는 구서방을 찾아왔다.
《여보게, 구서방. 감자 한 마대만 뀌어주게. 우리집 감자는 그만 다 팔아먹다 보니 씨종자도 없게 됐단 말일세. 그러면 내 그 갚음은 소고기로 하겠네. 그러니 소용되는 때면 아무 때나 찾아오게!》
그로부터 얼마 뒤 구서방네 집에 손님이 찾아왔다.
고기 쓸 일이 나진 구서방은 황지주를 찾아갔다.
《저, 부자님. 고기 쓸일이 생겼는데 소고기 몇 근만 주시오.》
그러자, 황지주는 애석하다는 듯 말했다.
《아아, 거 참 묘하게도 됐네. 소고기야 많았지만 그만 오늘 아침까지 다 먹어버렸단 말일세. 그러니 며칠 후에 오게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