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편, 오늘날 각종 국가공휴일과 급증한 교육인구의 방학 및 봉급생활자들의 휴가라는 새로운 세시풍속도 등장하고 있다. 현재 대한민국의 국가공휴일로는 현대생활에도 깊이 뿌리내려서 우리 세시풍속의 2대 정점일로서 집약되고 있는 3일간의 설날(음력 1월 1일)과 3일간의 추석(음력 8월 15일)이 있으며, 양력 정초 1일간의 신정(新正), 삼일절(3월 1일)·식목일(4월 5일)·어린이날(5월 5일)·석가탄신일(음력 4월 8일)·현충일(6월 6일)·제헌절(7월 17일)·광복절(8월 15일)·개천절(10월 3일)·성탄절(12월 25일) 등이 있다.
이 가운데 특히 설날은 한때 음력과 양력의 이중 역법체계의 갈등을 해소, 단일화한다는 명분 아래 폐지되었다가, 실제적인 이중과세가 여전히 잔존하고 전통민속문화의 계승이라는 문제가 대두되면서 명칭을 구정(舊正)에서 ‘민속의 날’로, 다시 ‘설날’로 개칭하여 국정공휴일로 정해졌다. 실질적으로 설날과 추석은 한국의 2대 명절로서 민족의 대이동일(大移動日)이라는 새로운 풍속도를 자아내고 있다.
이러한 모든 상황들은 종래의 농촌문화와 전통적인 신앙성을 당연히 약화시키고 있으며, 그에 따라 대형 집단민속놀이의 세시풍속들도 소멸되어 가는 추세에 있다. 내무부에서는 1960년대 새마을사업 초기에 동제(洞祭)의 폐지, 제당(祭堂)·장승 등의 철거를 전국에 지시한 일이 있었고, 그 상태는 지금도 지속되고 있다. 이와 관련하여 영남이나 호남에 많았던 동제·농악·줄다리기 등과 함께 이루어지는 마을 단위의 세시풍속들은 아무래도 점차 소멸해 버릴 수밖에 없었다.
최근 이 전체적인 소멸추세에 대하여 문화재 보존이라는 차원에서 반성과 보존운동이 국가적인 관심 속에 새로이 전개되어 가고 있다. 이른바 향토문화제라는 이름으로 관 주도형(官主導型)의 대형 지방축제들이 전국적으로 80∼90개로 성황을 이루며 세시풍속화하는 것도 근래의 한 경향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