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 자〕
우리 민족은 고유의 문자가 없이 중국 한자의 음과 훈을 빌려 사용하는 어려움을 겪어왔다. 그러나 15세기 중반 세종의 명에 의하여 과학적이고 독창적인 음소문자인 훈민정음이 창제됨에 따라 우리의 말을 우리글로 표기할 수 있게 되었다. 한글은 배우고 쓰기에 편한 음소문자로서 오늘날 이 한글의 사용과 함께 한국은 세계에서 가장 낮은 문맹률을 보이게 되었다.
그러나 한글이 창제된 이후에도 우리의 문자생활은 여전히 한문에 의지하여 왔고, 한글은 부녀자나 서리 계층에서 주로 사용되어 겨우 명맥을 이어왔다. 그러다가 대한제국 때 민족의식의 대두와 함께 점차 한자·한문 중심의 표기생활에서 벗어나 한글과 국문 중심의 표기생활로 바꿀 것이 강조되었으나, 일제식민지하에서 한글 사용은 커녕 우리말조차 사용하지 못하는 수난을 겪게 되었다.
그러던 것이 대한민국 정부가 수립되자 정부의 주요 어문정책 중 하나로서 한글 중심의 표기생활이 추진되기 시작하였다. 그러나 한글전용정책은 민간 및 학술단체 등의 끈질긴 반대에 부닥쳐 철저한 실행에 옮기지는 못하였으나, 세월이 흘러감에 따라 젊은 사람들을 중심으로 이른바 ‘한글세대’가 증가되었고, 그리하여 오늘날은 각종 공문서, 서적, 문학작품, 신문 등에서 점차 한글전용의 표기가 확산되어 가는 추세를 보이고 있다.
이러한 과정에서 종전의 문어체 문장들이 구어체 문장으로 바뀌게 되는 변화를 보인 것도 문자생활에서의 중요한 특징 중의 하나이다.
한편, 우리말의 정서법은 1933년 조선어학회(朝鮮語學會)에서 〈한글맞춤법통일안〉을 제정한 이래 몇 차례의 부분적인 개정을 거쳐 오늘날까지 그 맥락이 이어지고, 1988년 〈한글맞춤법〉 및 〈표준어규정〉을 개정하였으며, 1990년 〈표준어모음〉을 마련하였다. 이 개정의 특색이 ‘현실음 치중’이라 하지만 어법-형태주의로 정돈된 부분이 많음을 볼 수 있다.
최근 타자기·컴퓨터 등을 통한 한글 표기의 기계화작업이 이루어져 신속한 정보교환에 이바지하고 있다. 한편, 〈외래어표기법〉은 1986년에 개정되었으며, 1992년과 1995년에 동유럽권개 군및 북유럽권의 외래어표기법이 추가로 발표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