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중 관세전쟁에서 시간은 중국 편이었다. 미국은 '허풍의 제국'이 되었다. 트럼프 대통령이 패배하고 습근평 주석이 승리했다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필자는 지난달 20일 미중 관세전쟁에서 미국이 패배할 것이라는 내용의 칼럼(https://hljxinwen.dbw.cn/system/2025/04/20/001540361.shtml)을 언론에 기고한 바 있다. 또한 지난달 26일 북경에서 동방(東方)위성TV 등 중국 언론들과 인터뷰하면서 관세전쟁에서 중국이 유리하다는 점을 지적했다.
미국과 중국은 지난 12일(현지시간) 스위스 제네바에서 진행한 고위급 무역 협상을 통해 각각 상호관세를 향후 90일간 115%포인트 인하하기로 합의했다. 이에 따라 미국이 중국 상품에 매기는 관세는 145%에서 30%로 낮아지게 됐다. 중국이 미국산 제품에 매겼던 보복관세 125%는 10%로 낮아진다.
량국은 향후 90일간 관세 협상을 통해 완전한 합의에 도달한다는 방침이지만, 서로간 입장 차가 커 난항이 예상된다. 특히 미국이 중국의 과잉 생산 능력 문제, 기업에 대한 과도한 보조금 지급, 제3국을 통한 우회 수출 등을 문제 삼아온 만큼 곳곳에서 격돌이 예상된다.
그러나 극단으로 치닫던 미중 무역 전쟁이 큰 틀의 합의를 본 만큼 향후 협상이 파국으로 가기는 힘들 것이다. 다급한 것은 트럼프쪽이기 때문이다.
이번 협상에서 중국은 책임대국의 이미지를 굳혔고, 미국은 '허풍 공화국'의 모습을 세계에 로출했다.
미국 언론과 전문가들은 '트럼프 패배-습근평 승리'라는 평가를 내렸다. 미국 뉴욕타임스(NYT)는 12일 미중 무역합의는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대(對)중국 관세 공격의 한계가 입증된 사례라고 보도했다. 미국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 스콧 케네디 중국 전문가도 “제네바 합의는 미국의 사실상 완패이며 습근평 중국 주석의 강경한 보복 결정이 옳았음을 보여 준다”고 평가했다. 한마디로 트럼프의 완패이며, 태산명동서일필(泰山鳴動鼠一匹)이었다는 것이다. 트럼프의 공격이 결국 만리장성을 넘지 못했다는 비판이다. 국제사회에서 미국의 위상이 추락하고 리더십이 약화될 것이라는 분석도 나오는 상황이다.
미국의 패배는 예견되었다. 이미 세계 경제가 상호 의존성이 강화되고 미중 경제가 동조화된 상황에서 상대방에 대한 지나친 공격은 결국 부메랑이 될 수 밖에 없다. 미중 관세전쟁의 최대 피해자는 미국의 글로벌 기업들이고 중산층과 서민들이다. 기업은 중국 시장을 잃고 중산층과 서민은 고관세 중국 소비재를 사야하는 고통에 처했다. 미중 관세전쟁의 3대 폭발점이 애플과 테슬라, 월마트라는 말이 있는 데, 이중 가장 무서운 것이 월마트이다. 월마트 상품의 60%가 중국산이기 때문이다. 고관세로 무역이 불가능해지면 미국 소비자는 월마트에서 소비재를 사기 힘들고 살아가기 어렵게 된다. 트럼프는 기업과 유권자 양측으로부터 레드 카드를 받았다. 태세 전환을 할 수 밖에 없다. 정치인에게 호환마마(虎患媽媽)보다 더 무서운 것이 표심이기 때문이다. 래년 중간선거에서 패배하면 트럼프는 한국의 윤석열 전 대통령처럼 식물 대통령이 될 수 밖에 없다.
미중 무역합의는 일방적으로 미국에 끌려다니는 협상은 리익을 지키기 어렵다는 것을 잘 보여준다. 한국도 일방적 양보와 저자세를 버리고 미국과 당당히 협상해야 한다. 한국이 미국의 군사동맹으로 기여한 부분과 한국 경제가 미국의 성장과 발전에 도움이 되었다는 점을 강하게 내세워야 한다. 다음 정부에서 당당한 협상으로 국가의 이익을 잘 지켜내야 한다. 관료에게 맡기면 안된다.
필자/권기식 한중도시우호협회장(서울미디어대학원대학교 석좌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