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록달록 물들었던 단풍들이 한잎 두잎 바람에 흩날리고 있다. 또 계절이 지나는 쓸쓸함 속에서 책으로 마음을 달래보는 것도 좋다. 유익하고 재미나는 책들을 골라봤다.
앤드루 젠킨슨의 《식욕의 과학》, 주위를 둘러보면 셋 중 한사람은 다이어트를 하고 있을 것이다. 과학자와 의사를 비롯한 대부분의 전문가들은 식단을 조절하고 운동을 하면 체중은 자연스럽게 줄어든다고 말한다. 그것이 의지만으로 되는 일이라면 왜 많은 사람들이 실패할가. 그 사람들의 의지가 부족해서, 더 노력을 하지 않아서, 덜 먹고 살을 빼는 것이 개인의 행복과 건강은 물론 경제적 측면에까지 득이 되는 일임에도 많은 사람들이 오늘도 식욕과 허기에 지고 만다.
20년 넘게 영국 런던 유니버시티 칼리지 병원에서 일한 의사인 저자는 식단 조절로 체중을 줄일 수 없어 막다른 길에 다다른 사람들을 수없이 만나왔다. 그 과정에서 그는 줄곧 의문을 떨치지 못한다. 왜 사람들은 식욕을 제어하지 못할가? 대체 얼마나 식욕을 통제하기 어려우면 위 절제술 같은 극단적인 방법까지 택하는 걸가? 의사인 그를 찾아오는 사람들의 이야기는 우리가 알고 있는 ‘적게 먹고 많이 운동하면 건강해진다’는 단순한 론리로는 설명할 수 없었다. 과학자, 의사, 전문가들이 말하는 비만에 대처하는 법과 그가 만난 환자들이 실제로 겪는 일 사이에는 틈이 있었다. 그는 이 책에서 바로 그 틈에 대해서, 단순해 보이는 처방의 리면에 있는 우리 몸의 복잡함에 대해 이야기한다.
히가시노 게이고의 《백조와 박쥐》, 히가시노는 1985년, 추리 작가들의 등용문이라 불리는 에도가와란포상을 수상하면서 작가 생활을 시작한 이래 그 누구보다 왕성하게 창작을 이어왔다. 다채로운 소재와 주제들에 관심을 가지면서 기발한 속임수와 반전이 빛나는 본격 추리소설부터 리과적 상상력을 가미한 SF, 판타지, 의학 미스터리에 이르기까지 하나의 장르에 머무르지 않는, 그야말로 넓은 세계를 선보였다. 그중에서도 그에게 오늘의 명성을 안겨준 것은 단연 우리 시대의 병페와 복잡다단한 인간 본성 그리고 범죄의 심리를 날카롭게 파고드는 ‘사회파 추리소설’ 계렬의 작품들이라 할 수 있다. 35주년 기념작인 이 소설은 히가시노가 이러한 자신의 추리소설 본령으로 돌아가서 더욱 원숙해진 기량으로 써낸 새로운 대표작이라는 찬사를 받고 있다.
두툼한 분량에도 하루이틀 만에 독파했다는 현지 독자들의 이야기가 증명하듯이, 소설은 33년의 시간차를 두고 일어난 두개의 살인 사건과 이에 얽히는 인물들이 저마다 진실을 좇아가는 장대한 이야기를 탄탄한 틀 안에서 흡인력 있게 풀어낸다. 나아가 공소시효 페지의 소급 적용 문제, 형사재판 피해자 참여제도, SNS 시대에 더욱 론란이 되는 범죄자와 그 가족에 대한 신상 털기나 공판 절차의 허점 등 굵직한 사회적 론의들을 아우르면서도 추리소설 본연의 재미를 잃지 않으며 차곡차곡 서사를 쌓아나가 놀라운 결말에 다다르는 데는 거장의 노련함이 물씬 느껴진다. 그리고 무엇보다 그 기저에는 인간에 대한 따뜻한 시선을 견지해온 작가가 전하는 사람들이 살아가는 가슴 뭉클한 드라마가 녹아있다.
리사 펠드먼 배럿의 《이토록 뜻밖의 뇌과학》, 세계 1%의 과학자가 들려주는 아주 짧은 뇌과학 강의이다. 인간의 뇌는 ‘리성적 사고’를 위해 있는 게 아니다. 그렇다면 뇌의 최상위 목적은 무엇일가? ‘삼위일체의 뇌’는 허구다. 인간의 뇌를 보는 프레임은 진작에 바뀌였다. 뇌가 나의 거의 모든 행동을 예측한다면 내 인생은 누가 선택하고 책임지는 것일가? 아이들을 학대와 빈곤에서 하루빨리 구해야 하는 리유는 바로 우리 ‘뇌’에 있다. 만성 스트레스와 언어폭력은 왜, 어떻게 우리 몸에 실제로 해를 입힐가? 세상에 이토록 다르고 상충하는 마음들이 있는 게 정상인 리유, 뇌는 우리가 경험하는 모든 사회적 현실을 우리 ‘머리속에’ 만들어낸다. 《이토록 뜻밖의 뇌과학》에서는 책 전반에 걸쳐 배럿 특유의 혁신적인 관점이 곳곳에서 드러난다. 배럿은 뇌가 어떻게 생겨났으며 왜 중요한지, 그 구조는 어떻게 되여 있으며 어떻게 다른 뇌와 함께 작동해서 우리가 경험하는 모든 것을 만들어내는지 설명하기 위해 지금까지 과학이 내놓은 성과 위에서 최선의 과학적 시선으로 뇌를 살펴본다.
배럿은 뇌의 ‘가장 중요한 임무’에 대한 전형적인 선입견을 대담하게 뒤집는 것으로 책의 서두를 연다. ‘신체예산’은 배럿이 정서 연구에서 언급해온 개념으로 ‘신체 안팎의 조건들을 예측하면서 생존을 위해 신체를 제어하는 역할, 곧 알로스타시스를 해내는 것’을 말한다. 이 책 끝머리에는 ‘과학 리면의 과학’이라는 제목으로 ‘부록 같지 않은 부록’이 붙어있다. 저자가 본문에 싣지 못한 과학적 세부사항을 간추려 실은 것으로 각 강의 주제에서 한걸음 더 들어간 중요한 내용이라든가 과학계의 쟁점, 과학자들이 남긴 재치 있는 표현의 출처 등이 담겨 있다. 여느 책의 주석과는 다르게 그 자체로 읽는 재미가 있는 ‘또 하나의 강의’라 할 수 있다.
한마디로 이 책은 뇌에 관해 근거 없는 신화를 깨고 뇌의 진짜 중요한 모습을 보여주어 그것이 우리에게 어떤 의미인지 나누고자 한다. 짧고 매력적인 강의를 따라가다 보면 어느새 ‘도마뱀의 뇌’같이 뿌리 깊은 허구라든가 이른바 ‘리성 대 감성’ ‘양육 대 본성’ 같은 관념적 구도의 허울을 알아차리고 진정 ‘뇌’를 가진 인간으로 어떻게 행동하고 판단할지 생각해보게 될 것이다.
출처: 연변일보
편집: 왕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