싸늘한 겨울 바람이 들판을 스쳐 지나간다. 해방(解放) 자동차, 동방홍(東方紅) 트랙터, 셰이퍼 등 얼룩덜룩 녹이 슨 기계들이 세월의 흔적을 품은 채 서장(西藏)공업박물관 문 앞에 서 있다.

서장공업박물관 문 앞에 비치된 오래된 기계들.

　　1962년 라싸(拉薩)시 서쪽 외곽에 위치한 라싸 시멘트 공장이 정식으로 생산에 들어가면서 서장의 현대화 발전에 새로운 동력이 생겼다. 하지만 환경보호에 대한 인식이 높아지고 기술이 빠르게 발전하자 로후화된 시멘트 공장은 이제 그 수명이 다하게 됐다.

　　서장공업박물관에서 해설사로 일하는 왕염홍(王艷紅)은 "라싸 시멘트 공장은 당시 서장 공업의 중요한 유적지"라면서 "이 공장을 개조해 만들어진 서장공업박물관을 통해 서장 현대화의 발자취를 느낄 수 있을 것"이라고 소개했다.

라싸 시멘트 공장의 옛터.

　　박물관의 문은 공업을 상징하는 톱니바퀴 모양으로 설계됐다. 녹이 슨 문을 열고 안으로 들어가면 서장의 현대화 과정이 펼쳐진다.

　　1956년 서장의 첫 번째 공항인 당웅(當雄)공항 건설, 1957년 라싸 자동차 정비공장 가동, 1960년 라싸 식품공장 건설, 2020년 에베레스트 정상에 5G 네트워크 설치, 2021년 서장 최초 전기 철도인 라린(拉林, 라싸-린즈)철도 개통….

시짱공업박물관 전경.

　　서장공업박물관은 네 곳의 전시장에 300여 점의 실물 전시품을 전시해 시짱 공업 발전사를 그려냈다. 관광객들의 이해를 돕기 위해 VR 장비도 구비됐다.

　　여러 전시물 중 로동자들이 기계를 수리하는 장면은 많은 사람의 시선을 끌었다. 서장 기계수리공장이 처음 세워졌던 1950년대 초 기술자들은 1천100여㎞ 이상 떨어진 창도(昌都)에서 라싸까지 오는 데 28일이 걸렸다. 그런데 이제는 자동차로 이틀이면 가능하고, 비행기로는 1시간 남짓밖에 걸리지 않는다.

서장공업박물관의 전시품.

　　"기계수리공장은 기계설비를 수리했을 뿐만 아니라 일상생활에서 널리 쓰이는 제품도 생산했습니다. 가마솥으로 밥을 지으면 밥이 설익는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수공으로 부품을 만들어 3㎜ 강판으로 압력밥솥을 직접 제조하기도 했죠. 당시 '에베레스트'라는 상표로 출시된 압력밥솥은 아주 인기가 많은 상품이었습니다." 서장 기계수리공장의 책임자였던 모옥화(毛玉華)의 말이다.

　　왕염홍은 서장의 현대 공업이 무에서 유를 창조하고 또 오늘날 질적 발전을 추구하기까지의 과정이 박물관에 고스란히 담겨 있다면서 지난했던 과거와 아름다운 현재가 함께 어우러져 있다고 전했다.

'에베레스트' 압력밥솥.

　　출처: 신화망 한국어판

　　편집: 왕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