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흑룡강신문=하얼빈) 러시아 모스크바인쇄예술대학과 한국 중부대학교와의 교환학생협정에 의해서 한국이라는 동방의 해 뜨는 작은 나라에 갈 수 있다는 것을 들은 것은 지금으로부터 3년 전인 2008년 10월. 이웃 유럽나라에는 많이 다녀 보았지만, 그때까지만 해도 극동지역의 나라에 가본 적이 없었기 때문에 한국은 그저 신비롭고, 가보고 싶은 그런 나라였다. 오랜 시간 고생해 가며 비자에 필요한 서류들을 만들고, 대사관을 들락날락하면서 어렵게 비자를 받아 한국에 올 수 있었다. 한국에 도착하자마자 마침 인플루엔자로 인해 한국 전체가 긴장된 상태였고, 중부대의 기숙사도 도착 후 7일간은 들어갈 수가 없어서 중부대에서 별도로 마련해준 숙소에 있어야만 했다. 생각해 보면 그때 밤마다 울었던 것 같다. 생소한 말과 문화, 그리고 도착하자마자 전염병을 옮기는 사람으로 취급받는 것 같아서….
이렇게 처음 4개월은 괴로운 시간으로 기억된다. 한국의 매운 음식문화, 습도가 많은 자연환경, 그리고 사람들을 대하는 에티켓 등이 나를 많이 힘들게 했다. 더군다나 학과의 엄청난 과제는 새벽까지 하지 않으면 끝내지 못할 정도였다. 하지만, 나를 더욱더 힘들게 했던 건 한국 사람들의 까닭 모를 자부심이었으며, 더 나아가 오만함으로까지 비쳤다. '내세울 만한 것은 경제성장밖에 없는데, 그것이 오만해 보일 정도로 자부심을 주는 것일까' '세계 역사에 기여를 하거나 세계적인 유적지가 있는 것도 아닌데' 이러한 의문들은 오히려 반한감정마저 생기게 했다. 그렇게 4개월이란 시간이 지나고, 나는 왠지 모르게 다시 한 학기를 교환학생으로 남을 것을 결정했고, 그 과정을 마치고 러시아에 돌아간 후에 모스크바 한국대사관에서 운영하는 한국어교육원의 수업을 들으며 한글을 익히기 시작했다. 그렇게 배운 한국어로 한국에서 만난 친구들, 교수님들께 메일도 써서 보냈다. 지금에 와서 다시 나에게 질문을 던져 본다. 많은 외국을 다녀보았지만 이렇게 처음 4개월이 힘들었던 이 나라에 내가 다시 왜 왔을까? 나 자신에게 물어보아도 대답은 '잘 모르겠다'이다. 하지만, 결국에는 이렇게 결론을 내리게 되었다. '한국은 나에게 마약 같은 존재가 되어버린 것은 아닐까?' 역사 속에서 감춰졌던 작은 나라가 나에게 마약이 되어 버린 것이다. 아마도 내가 한국에 석사과정을 이수하기 위해 온 확실한 이유는 경제성장의 감동이 아닌 그동안 보아온 한국 사람들의 근면한 모습과 친절이다. 다른 나라에서는 느껴보지 못했던 그 무엇. 한국 사람들은 그것을 '정'이라고 표현한다. 러시아어로 정확하게 표현할 수는 없지만, 아마도 사랑(Любовь)이라는 말이 가장 가까울 것이다.
/안나 크라스노바 한국 중부대 한국어학당