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가 막혀서…”
“시간 랑비야. 빨리 들어가자. 얘.”
“뭐 저런 사람들이 있어.”
건물입구쪽으로 이동하면서 그녀들은 제각기 한마디씩 했다.
“저런 사람이라니? 어디다가 함부로…? 아, 빨간 코트!”
이미 건물안으로 들어가버린 녀자들을 향해 사내 하나가 소리쳤다.
안형사는 떼여낸 벽보를 왕반장에게 건네주었다.
왕은 결찰서를 향해 걸어오면서 종이에 붙어있는 글자들을 찬찬히 읽어보았다. 똑같은 내용이였지만 글자모양과 배렬이 조금 달라서인지 그것은 새로운 느낌으로 다가오고 있었다.
“가짜같지가 않은데요.”
문형사가 바짝 붙어서 걸으며 말했다.
“가짜가 아니라니 무슨 말이야?”
“장난으로 한게 아닌것 같다는 말입니다.”
왕은 멈춰서서 문형사를 응시했다. 왕의 머리와 눈섭우에는 눈이 달라붙어 있었다. 그래서인지 그는 갑자기 늙어보였다.
“어째서 그렇게 생각하는거지?”
“첫번째것을 봤을 때는 장난질로 생각되였는데 똑같은걸 또 보게 되니까 심상치가 않다는 생각이 듭니다. 장난이라면 하나로도 충분치가 않습니까.”
“네, 그래요. 저도 그렇게 생각했어요.”하고 찐빵이 말했다.
“그래?”
왕은 네까짓게 뭘 알겠느냐 하고 말하는것 같은 표정으로 그녀를 쳐다보다가 다시 걸음을 옮기기 시작했다.
“경찰서 주변에다 붙여놓은게 이상합니다.”
안형사가 왕의 뒤를 따라오면서 말했다. 왕은 길우에 나뒹굴어 있는 음료수캔을 냅다 걷어찼다. 그러나 빗나가는 바람에 그것은 옆으로 구르다가 멎었다. 그것을 찐빵이 힘껏 걷어찼다. 캔은 차도로 날아갔고 마침 달려오는 차바퀴에 깔려 납작하게 우그러지고 말았다.
“왕, 축구선수 해도 되겠다.”
문형사가 구두발로 그녀의 엉뎅이를 툭 차면서 말했다. 왕은 벽보를 둘둘 말았다.
“도대체 현재 서울시내에 이런게 몇개나 붙어있는지 모르겠어. 이것만이 아닐거야.”
2. 첫번재 살인
병호는 석장의 협박문을 놓고 앉아있었다. 그 협박문은 그날 오전중에 Q경찰서 관내에서, 그것도 경찰서를 중심으로 반경 300m안에서 발견된것들이였다. 더 이상의 신고전화가 없는것으로 보아 관내에 붙여진것은 그 석장이 전부인것 같았다. 물론 누군가가 경찰에 신고하지 않고 찢어서 쓰레기 통에 버렸을수도 있다. 그러나 그런것까지 고려에 넣어 계산한다는것은 현실적으로 어려움이 있었다.
서울시내에는 현재 30개의 경찰서가 있다. 인구 천만명이 들끓고 있는 거대도시를 30개의 경찰서가 분할해서 치안을 맡고 있는것이다.
Q경찰서 형사들이 29개 경찰서에 모두 전화를 걸어 알아본 결과 오늘밤 녀자를 죽이겠다는 협박문을 입수한 경찰서는 단 한군데도 없었다. 거기에 관한 신고전화도 없었기때문에 그들은 그 협박건에 대해서는 아무것도 모르고 있었다.
결국 범인은 Q경찰서 관내에만 그 협박문을 붙인것 같다. 그것도 경찰서 가까운 곳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