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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옥은 천당이다
http://hljxinwen.dbw.cn   2008-12-10 15:09:14
 
 
 
 
 

  (흑룡강신문=하얼빈 2007.01.16)

  (련재소설)

  10.

  “이래뵈도 한국 사위 셋이나 보구 사는 난데 말씀야…”

  슬그머니 박일만이를 찾는 마음이 머리를 쳐들어 어슬렁어슬렁거리던 덕필은 조순기령감이 입을 재우지 못해하는 소리에 잠시 거기로 들려 담배 한대 태우고저 했다.

  “이마빼기 털 떨어질 때가 아득한 눔으새끼가 외국에 사위까지 둔 터줏대감을 괄시하다니… 억이 막혀. 억이.”

  그러고나서도 불평을 더 토한다.

  “한뉘 촌구벅서 벌어먹어놔서… 저런 눔은 인천부두나 부산항구에 데려다 고기밸 따는 고역을 콱 시켜놔얀다니깐. 피똥을 콱 싸도록.”

  조령감은 박범수와 입씨름을 걷어치우고 자기일 구덩이를 돌아오고부터 괄시를 받은 일이 내려가지 않아 범수에 대한 욕사발이 시작됐던가보았다. 몇해째나 로씨야장사 나가 돌아오지 않고있는 녀편네의 일이 뉘탓만해서 자기에게 불공스레 군 것이 아니겠느냐는 뜻이였다. --------------------------------------------------------------------------------

  사위벌같은 사람한테 몰린 불쾌감이 감당하기 벅찬 모양이였다.

  내가 언제부터 범수, 지눔아를 잘못봤던가? 를 자문해보며 그 일이 다시 눈앞에 선해난다. 아마 산을 갓 올라서 한 열흘만이였을거였다. 한창 부패된 뼉다구를 주어맞추며 일에 열을 올리고 있을무렵 뒤로부터

  “령감, 한뉘 백정의 슬기루 살려누만.”

  이런 걸죽한 롱담아닌 진담이 들려와 고개를 돌려보니 이건 아들벌이나 될성싶은 눔으새끼가 아닌가. 범수라고 해봤자 한마을에서 살다보니 아비없이 큰 과부자식이라는걸 잘 알고있는 터였다.

  “이눔아, 백정이야 너두 나만 못지 않은 개백정 아니냐.”

  “백정이란 칭호가 붙자문 기래두 환갑나이가 돼야 제격아뉴? 히히.”

  “그래서…”

  “딸 셋이나 주렁주렁 한국 내보내놓구 이런 송장백정질이니 리해 안감더.”

  “… …”

  그 말에 할 말을 더듬고있는판인데

  “한국사위, 한국사위 하더만 한제 방아걸었지 뭡니까. 한심한 산골로 얼려가서 한전기슴 매고… 딸을 사기당한 한만 한가슴 서리내리여…”

  이런 말이 귀전을 쳐와서 혈압이 터질번했고 그날 밤을 분함에 못이겨 두눈이 충혈 지도록 자반뒤집기를 했던것이다.

  그런일이 있고부터 그 놈만 보면 이를 갈았지만 늙고 쇠잔한 몸이라 어쩌보지두 못하고 있다가 범수가 시끄러운 일에 말려들게 되자 말리는척 끼여들어 불만 달다가 또 괄시를 당하고만게였다. 그저 자기의 늙음에서 온 힘의 부족을 뼈아프고도 절실하게 깨달았을거였다. 그는 누구보다도 이 현장에서 해야될 일이 많았고 따라서 마음과 몸이 가장 바쁜 사람중의 하나같았다.

  박일만의 말대로라면 세월을 잘못 만나 닭 한마리 잡아줄 사위조차 못 골랐다는거였다. 뜻인즉 셋 다 낯도 코도 못 본 한국 남자들께로 딸을 날렸다는 말이였다. 어찌된 생평이든 조령감은 먹고 살기에 부지런한 사람으로 느껴졌다.

  덕필은 누구보다도 그를 재미있는 사람으로 알아봤다. 꽤나 이목을 끄는 사람이라면 요즘 들며 눈여겨보기 시작한 엄성기를 지목할수 있겠으나 재미있기로는 박일만, 혹은 수수께끼녀인, 태숙이 못지 않게 그런 맛을 느낄수 있는 사람이였다. 너무나 평범한 인물의 입에서 나온 말이 너무나 평범한 이야기때문일것이였다. 그가 말한바에 의하면 오래 사니까 별꼴을 다 보며 살겠더라는것이였는데 그나마 ‘오래사니까’를 힘주어 말하군 하는데 이제 륙십하고 서너살을 먹은 ‘청춘’이겠지만 그런 억양이야말로 문뜩 두억시니처럼 닥쳐온 세월의 바람에 불평을 부리는게 틀림없었다. ‘오래사니까’에 대한 이야기는 그럴듯한 력사평론가나 철학가다운 지식인 꼴로 쏟아져나오군 했는데 흡사 조선근대문학사에 대한 재조명같기도 했다. --------------------------------------------------------------------------------

  “지끔 세월이 무슨 세월인줄 알구있나? 눈 펀히 뜨구 딸자식을 앗기우구 사는 고헌늠으 세상인기라. 왜냐구를 묻구있어?…”

  점심참에 샘바위에 앉아서 쉴참에 비석에 등을 기대고 쓸개빠진 소리처럼 들리군하는 이새 불평 비슷한 얘기던것이다.

  “기원 일구일구년 조선3.1봉기 이듬해부텀이였다더군. 압록강, 두만강 건너서 숱한 조선사람들이 여기 북간도로 찾아 떠났다네. 산엔 아름드리 수림이 우거지고 메돼지, 곰, 승냥이무리가 무시로 출몰하고 화전땅엔 어거리대풍이 드는 기름진 옥토였대. 저 백강에 아기만큼씩한 가물치가 풀떡거렸지. 그때 북간도를 화전땅 일구러 무리지어 몰려든 우리 조선사람들이 일구팔십년대중기부턴가 되 한국으루 무리지어 나가기 시작했지뭐야. 반세기전에는 중국의 북간도로 우루루 쓸어들더니 지금은 되 한국으루, 대도시루 와르르 쓸어나간다우. 우리 민족은 그래서 오래전부터 ‘보따리민족’이라구 별호를 단거 아냐…”

  “허허, 력사에 꽤 깊으시우다.”

  덕필은 처음 그렇게 춰올리며 웃어버렸댔다. 마구 주어섬기는 공허한 넋두리 같았던것이다. 그러다가 그는 차츰 조령감과 가까이하면서부터는 그런 말이 다시 듣고싶어지기까지 하였다.

  “란세라니깐. 이게 그래 란세가 아니구 뭔가구, 응? 여기 기름진 땅을 버리구 한국으루, 일본으루, 로씨야루 산산히 부셔져서 나가더라구.”

  그는 추세가 아니구 란세라고했다.

  “괴벽하다구. 세상사람가운데 잘 들뜨는게 우리 민족인가부지. 나부텀…”

  조령감으로서는 거짓없이 고백한다고 한 말 같았다.

  “그 결과는 뻔하드만요. 이렇게 송장 파먹는 꼴이 되여 나않고.”

  그는 그러면서 웃이를 드러내고 비시시 웃었다.

  농민들이 비행기 타고 외국나들이를 하오, 도시로 들어가오, 바다구경 나가오… 가짜리혼하고 진짜시집을 가오, 로씨야 가서 ‘따발’이란걸 하오… 어쩌고저쩌는 세상은 무시무시하면서도 자극적이요 궁금증 서린 세월이였다. 란세의 경쟁속에 쓴 실패는 어쩌면 숙명적인것이라고 일컬을수 있을는지도 모르겠다고 했다.

  다 잘 살자고 그런것이라고 했다. 내가 악을 쓰자 루추하고 부끄러운것 가리지 말자 그는 그런 각오였다.

  덕필은 그가 말한 모든 일들을 믿을수밖에 없었다. 한마을에서 살아온 처지였고 보고들어온 일만으로 대강을 미루어보아도 그렇게 믿기에 부족하지 않던것이다.

  “인간이란 원래 그런가보지… 리득을 보자고 날뛰다가 손핼 보고… 리득을 봤을적엔 떠서 리득을 말아먹고… 하긴 촌놈이였으니깐… 모든게 급작스레 닥치다보니…”

  그러며 자아위안에 잠기기도 했다. --------------------------------------------------------------------------------

  지금도 그러하지만 그때는 더욱 초조하고 불안스럽기만 하던 세월이였다. 마을사람들이 다 그렇듯이 조령감은 주변에 생기는 ‘부자’들에 대해 이를 부득부득 갈 정도로 시기하고있었다. 눈 깜빡할새에 한국행으로 벼락부자가 되여오던것이다. 그러나 조령감에게는 그런 기회가 차례지지 못했다. 한국에 친척이 없고 지척에 쓸만한 혈육붙이 한점 없는데다 가난한 살림이다.

  “씨부랄, 난 왜 사돈에 팔촌도 쓸것 없노. 부모 잘못 만나니까 이 꼴 아이가, 참말로 내 팔자도 가긍하데이.”

  이런 욕설을 퍼부을 때가 종종이였다. 엉덩짝만한 밭에 목줄을 매여 목구멍에 찬바람이 일도록이나 죽기내기로 일해도 소득이란 한해동삼이나마 시래기국에 밥 말아먹고 살던 날도 시기와 부럼마저 잦아든 터밭에서 자취를 감추었다. 조령감에게는 그야말로 쥐구멍으로 볕이 들던 저녁께였으리라.

  스물두살에 나는 맏딸을 한국으로 시집을 보내기로 락착을 지었던것이다.

  “세월은 참말루 좋은 세월이다 이 좋은 세월 뉘기 주었노. 공산당이 주었지. 에헤라데야…”

  타령같은 소리가 스리슬슬 나왔다.

  “나 한국 안가요. 낯 설구 땅 설은 곳으루 나 못가요. 흑흑.”

  “자식 길렀다 엇다 쓰겄노…”

  “엇다 쓰단요? 그건 무신 소리요?”

  “길러놨으문 늙은 부모 걱정할줄 알아야허지.”

  “너무 리기적이세요. 자기만 아는…”

  “이놈으가시내가 그기 무신 말이꼬. 그게 바루 전도야. 한뉘 이 바닥에서 궁둥일 하늘루 쳐들구 살겄냐? 서울 가 살어야 제격이지.”

  “어떤 남지인지두 모르구… 늙다리께루 얼려간 처녀들 무지 많다는데.”

  그런것도 다 소용없었다. 웃동네 마담이 현금 만원을 내여놓고 오백리밖 목단강시로 신랑보러 데리고 떠난 딸이 그 길로 수도 북경으로 비자 갖추러 떠났다고 그랬는데… 그렇게 어물거리다가 그놈의 사위따라 한국으로 훌쩍 가 버릴줄이야. 조령감은 닭고기를 술안주할적마다--------------------------------------------------------------------------------

  “닭 한마리도 못 잡아주고 참, 안됐다카이.”

  라고 되려 자기쪽에서 중얼거리며 사위얼굴 한번 못본게 마음에 닭뼈같이 걸리군 하더란다.

  토질이 그닥잖아, 하늘이 잘못하여, 수재, 한재가 엇갈아 덮쳐들어 살림이 하냥 궁색하다보니 그렇게 공부해보겠다는것을 중학교 2학년적에 뚝 떼여 사회에 내다 일을 시킨 자기가 왜 그리 리기주의적이고 잔인하기까지 하던가를 죄의식 갖추게 되던게였다.

  그러나 그런 딸때문에 잘 살게 되고 딸도 서울 가 천국생활을 누린다고 생각할적마다 자기의 한뉘 노력이 헛되지 않았음을 자호하며 가슴을 펴고 심호흡을 하던게였다.

  “…나는 울었시다. 울기도 많이 울었시다.”

  조령감 말대로 그는 정말 울었는지도 몰랐다. 그이야말로 뜨거운 눈물이였을거였다. 닭이 첫홰를 치면 백강 건너 소뿔산을 들었다놓으며 ‘궁궁쾅. 궁궁쾅’ 새벽렬차의 소리가 들려온다. 그러면 의례 맞딸 생각에 눈만 말똥말똥해지는것이라 했다. 지금쯤 내 내딸은 뭘하고 있을까. 왜 소식이 통 없고있을까… 그눔의 마담은 중매서고 벼락돈을랑 벌고 어델 가버렸을까. 사위라는 사람은 나이 열살이나 우이라던데 혹여 스무살, 아비벌이야 아니겄지. 잘 살고 있겄지. 타향에 정을 붙히느라고 소식이 뜸할수가 있겄지… 그런 생각은 언제나 좋은 쪽으로 흘러버린다. 그랬다. 그런 좋은 생각들은 더 적절히 이른다면 돈, 돈 만원에 가 머물면서 금같이 빛나던것이다.

  금지옥엽 기른딸을 돈 만원에 판격이 아닌가. 이건 세상이 웃을 망칙스런 일이다. 그런돈이라서 부엌아궁이 앞 장독대밑에 땅을 파고 깊숙히 묻어두고 집안으로 문걸이도 굵은 쇠로 만들어 달았다. 어디 그뿐인가, 쇠몽치와 닭모가지를 베던 칼도 준비해두고 밤마다 가슴을 바재이군 했다고 그랬다.

  령감은 자나깨나 그 돈때문에 고민을 했다. 쓸 곳에 써야겠었다. 벽돌기와집을 살까? 안된다. 만원을 다 날리고말다니. 랭장고, 텔레비, 비디오… 그런것들을 산다? 안돼. 그러면 뭘 살가? 돼지? 암소? 개?… 생각하던 끝에 개장집을 앉히기로 락착을 지었다. 자기집에 붙혀서 토피집 한칸을 더 달고나니 오백원이 안 들었고 개 한마리 사니 이백오십원이면 족해 술과 밥까지 모두 천원도 채 안들이고 영업을 시작했다. 마누라가 허잽이같이 병약해서 오십중반의 뚱보아줌마와 젊은 녀자를 데려다가 료리사겸 복무원으로 썼고 자기는 개를 헐값으로 넘겨받아서는 개백정질을 하느라 눈코뜰새 없이 돌아쳤다.

  촌구석에 일어선 ‘개장집’이라 그런대로 손님들이 빌사이없이 찾아들었다. 물론 조령감의 개튀솜씨가 수준급인데도 있었다. 개를 잡으면 털하고 이발, 발톱 그리고 똥우줌을 제외하고는 다 먹게 만드는게 조령감의 솜씨였다. 기실 개의 오줌개나 쓸개같은것들은 던져야 하겠는데 깜쪽같이 사람의 배속으로 들어가버리니 말이다. 끝내 일은 터지고야 말았다. 그날 개 두마리를 순식간에 잡아서 김서리는 간을 내여 소금가루에다 얼근히 술을 하고났는데 그만에 잊고 개○과 개○○를 제대로 처치못하고 끓는 가마에 넣어버린것이다.

  “에끼, 이게 뭐야? 그게 아녀? 시커먼 털이 달린… 이런걸 다 사람 먹여 돈 버나? 이런…”

  그런 망측스런 소리는 동시에 저쪽방에서도 터졌다.

  “개좆도 삶아먹이나? 이런 씹펄눔으 장사도 다 있어?…”

  고기가마가 박산나고 술상이 나뒹굴었다.

  “그후 개장집을 거뒀네만 개○, 개○○이란 별호를 지고 나앉았단 말씀여.”--------------------------------------------------------------------------------

  조령감은 다 옛날 얘기란 듯이 킬킬 웃기까지 했다.

  “지금도 그 말야. 촌놈들과는 말도 말랬다구…”

  그러며 반쯤 탄 담배를 탁 뱉어버렸다.

  그번의 개장집장사는 촌사람들의 외상치기에 쫄딱 녹아났고 더러운 별호를 지고 위신을 잃고 나앉은것이다.

  밑졌구나, 오천원이나 처넣고말았으니 그 분풀이를 어떻게 한담? 령감은 그렇게 한 반년을 여기저기 돌아다니면서 돈벌 구멍수를 노리다가 결국 마을에서 이십여리 상거한 k시로 올라가 규모가 합당한 려관방을 경영하기로 합의를 보았는데 원 주인은 한 일년이면 본전을 뽑아내고도 저그만치 몇천원의 수입을 올릴수 있다고 했다. 둘이 드는 방이 3개이니 삼십원 곱하기 삼 해서 하루밤에 구십원이요, 넷이상 드는 방이 다섯개라 하루저녁에 적어도 일백이십원이면 도합 하루수입 이백원을 넘길터이요, 아침저녁을 맑은 술에 이밥을 먹일수 있는 간단한 음식업까지 곁들면 더 알짝지근한 수입이 될것이니 아무리 늦어도 한 반년이믄 떼운 오천원까지 뽑고도 여지가 있을게였다.

  “그때도 울었습니다. 내 딸 팔아 번돈을 떼운걸 생각해 울었고 벌걸 생각해 기뻐 울었드랬어유.”

  “… …”

  “이놈으 세상을, 맘대루 안되는 세상을 태여난게 서러워서 울었수.”

  덕필을 힐끗 울려다보며 털어내는 말엔 여적 끈적끈적한 가슴속 울분이 묻어있었다.

  한번 당하고부터 그는 정말 혀를 깨물며 더욱 노력했단다. 시내의 뭇별같은 속삭임도, 불룡같이 거창한 거리의 황홀경도 구경할사이가 없더란다. 려관경영에 밤낮을 패여도 고달픔을 모르겠었다는것은 정말이게 들려왔다.

  령감은 기도를 올리는 습관을 길렀다. 그거야말로 사는데 보람있는 노릇일것 같아서였다. 한뉘 농촌구석에 박혀서 살다가 궁궐같은 시내에 올라와 사니 별을 딴것 같앴다. 마누라도 얼굴색이 많이 좋아지고 딸년들도 시내중학교에 다니며 공부에 재미를 붙힌다. 기도를 올리는것은 그 무엇에 감사를 드리거나 집안이 태평스럽거나 려관방이 잘 운영되라고 하는데도 목적이 있겠지만 더욱히는 한국이나 행방불명이나 다름없이 소식 한장 없는 맏딸을 념려해 드리는거였다. 맏딸에게 미안하고 맏딸에게 감사드리고 맏딸이 걱정스럽던것이다. 더 보탠다면 맏딸에게서 요청장이라도 올지 아니면 뭉치돈이라도 더 날아들지도 모르는 일이겠던것이다.

  기도의 령험이랄가, 려관방영업이 시작되자 금시 활기를 띠기 시작했다. 밤낮이 초만원이였다. 시내는 확실히 좋구나, 흔한게 인간이고 인간들마다 부자니깐 돈도 잘 쓰는구나. 언녕 이런델 와서 돈을 깍쟁이로 끌어야 하는건데. 이러며 배를 쳐댔다.

  그런데 가만 볼라니까 시내사람들은 농촌사람들과는 좀 이상한데가 있었다. 고르로운 숨소리로 잠을 자거나 혹은 요란스레 코를 곯면서 잠을 자야할텐데 괴상한 소리를 다 지르기도 한다. 고양이 울음소리도 있고 강아지 짖는 소리도 있다. 한밤중에 박수치는 소리가 새여나오는하면 빨래 씻는 소리도 난다. 한동안이 지나서야 그런 소리들이 다 섹스를 하는 잡음임을 알게 되였다. 가만 볼라니까 려간방엘 찾아드는 손님들 거개가 남녀사이던것이다. 그제야 령감은 이런 인간들이 려관방 앞, 길건너 샨데리야 불빛이 명멸하는 뭇별같이 촘촘히 들어선 노래방들에서 흘러나오는 오입쟁이들이란걸 알수가 있었다. 뭐 도덕이 부패하다던가 따질것 없이 재미있다고까지 생각되였다. 오입쟁이들의 돈은 돈이 아닌가. 령감은 부지런히 돈 버는 재미에 들떠있었다. 오입쟁이들한테는 방비를 오십원까지 올렸는데 그렇게 달포어간에 만원을 손쉽게 벌고났을 때 화는 쌍으로 오고야말았다. --------------------------------------------------------------------------------

  “…한밤중도 아니고 시퍼런 대낮에 경찰들이 들이닥쳤단 말씀야. 씹하던 오입쟁이들이 허리띠도 잡을새없이 수쇄를 맞더먼… 망했당께. 집조마저 가짜더군. 려관방집도 불도젤로 미니 벽돌한장 없고 썩박 널쪼박무더기더라고. 벌금까지 만오천원을 하고나니 난 진짜 알거지가 돼 갔고…”

  “허허…”

  덕필은 조령감이 매음굴경영자였다는걸 생각하니 웃음이 허구프게 나오고 있음을 참지 못했다.

  “뭐가 웃을끼 있다고 웃노? 비극을.”

  “오입굴 총경리였으니깐 웃는기 아임꺼. 허허허.”

  덕필은 그런말이 나가며 그저 웃었다. 그러면서도 조령감이 그런 방법으로까지 돈을 벌수 있었다는 사실에 얼마간이라도 리해가 가기도 했다. 자기들이 지금 해골판에서 송장을 주물고 돈을 벌고 있는데에 비하면 그 당시 조령감이야 돈으로 돈을 벌고 있었다는데야 부러움까지 가던게였다.

  나에게도 그럴 기회가 생길까? 그럴 기회가 언제건 온다면…하면서 고개가 숙어지는것은 어쩔 도리가 없는게였다, 자기만은.

  “그래 울면서 기도까지 드렸다는 일이 그렇게 허텅지거리로밖에 끝난거야 아니겠죠.”

  저도몰래 심한 궁금증에 시달리면서 덕필은 다시 조령감의 하회에 끌려들고있었다.

  하루새에 집도 없는 알거지가 되던 그날은 농촌으로 말하면 봄파종이 한창이던 계절이였단다. 단 하나 입에 우물거릴 음식을 찾는 길이란 살던 마을로 되찾아가는것이였다.

  마을의 엉성한 토집을 찾아 가마를 걸고 꾸어운 옥수수쌀로 죽을 쑤어 먹고있노라니 이거 참, 인생이란게 데체 뭐냐고, 이런 고생을 하려고 세상에 태여났느냐고 한숨이 서리며 눈물이 좌르르 흘러내리더라고 그랬다.

  그래, 참자. 참고 살아가느라면 또 쨍 해뜰 날이 오겠지. 그러며 비통에 목메여 삼키군 하던 어느날, 뜻하지 않게 편지 한통 날아왔단다. 주소가 서울시든 영동의 까막골이든 하여튼 한국에서 온것이라 얼마나 기쁘던지 단통 눈물이 왈칵 솟구치며 떨리는 손으로 겉봉을 뜯고 야밤에 달보듯 단숨에 읽어내려갔단다.

  “그리운 부모님과 두 녀동생앞:

  그간 가내일동이 무고하온지? 오늘에야 소식을 전하는 이 딸을 용서하세요… 여기는 맨날천날 일만 합니다. 돼지 치고 소 먹이고 감자밭 매고 …서울과 오백오십리나 떨어져있는 기가 찬 산골입니다. …그래도 좋아요. 이젠 여기 귀신이 될 팔자니깐.

  남편은 나보다 훨씬 나이가 많다지만 맘이 어질고 날 기가 차게 사랑합니다. 남편의 흠이라면 간질병이 있어서 드문드문 발작하군 하는데 입에 거품을 물고 두눈을 흡뜨고 …전번에는 내가 묘지로 가 송장의 머리통을 찍어 대뇌를 받아내 먹였습니다. 낫겠습지요… 그래도 여긴 거기만 낫습니다. 깨끗하고 수도물도 오고 색텔레비에 랭장고란것도 놓고삽니다. …부모형제가 그립고 고향엘 가보고싶지만 쌍둥이때문에 못갑니다. …--------------------------------------------------------------------------------

  

  그럼 이만 필을 놓습니다. 한번 놀러오십시오.

  맏딸 행복이로부터.”

  오리발같은 글씨에 울지도 웃지도 못할 사연을 보고나니 한동안 기쁘다고 해야 할지 슬프다고 해야 할지 천장만 쏘아보다가 끝내는 시큰둥한 소리를 쏟아냈다.

  “이름을 행복이라고 지어줬더니 이건 불행인지 행복인지 통 모르겄구먼기래… ‘한번 놀라오라’고? 워티기 가노? 지프래기 잡고 백강물에 둥둥 떠 가라노? 공불 하기 싫어 맨날 입에다가 개피같은걸 쳐 바르구다니더니만… 니, 팔자도 참 사납다, 사나워. 아비와 에미와 형제자매를 수륙천리 등지고 사는…”

  그런 말을 던져놓고 속이 아프던지

  “남의 딸년들은 내 딸만도 못나도 서울이요, 부산이요, 제주도요 하는델 시집을 가등긴데. 에이, 그저 날 닮아갖고 마음이야 얼매나 곱노. 글쎄 그런 꼴을 해갖고도 정이 들었소, 쌍둥이가 저쩌오 하능걸보믄.”

  라며 눈물을 찔끔 보인다.

  “내 늙으막에 로망인디 이런 집안 허물일랑 스스럼없이 드러내능기 죽자꼬 이렁긴지 모르지만은 하여튼 사람됨됨이를 봐둔지 오래놔서 지 혼자한티만 말하능거 아이가… 그래 이제야 내 이 쬐매한 가슴이 풀리누만, 풀려.”

  “… …”

  “있잖아, 그 편질 받고 종내는 리해가 가드만. 사람이란 뭔가 살면서 애착이 있고 마음이 붙는다는기 허공에 둥 떠서 사능거보담 났다꼬. 둥 뜬 사람이야 얼매나 죄스럽고 비참한건가.”

  조령감은 말속에 말이 있는 말을 하고있었다. 이제는 어쩔수도 없는 사실, 보러 갈수도, 데려올수도 없게 된 현실앞에서 단 하나, 그런 비극적 현실을 받아들이고 정시할수밖에 없는것이였다.

  무엇이 제일 무서운것인가, 그게야말로 뒤걸음질, 뒤걸음질이더란다.

  “악을 써야지…악, 악을!”

  이새로 침방울을 튀겨가며 악을 쓰며 살던 이야기는 또 시작되고있었다.

  사람의 천성이 물욕에 만족없는것인즉 조령감도 그대로 물앉아버릴수가 없더라고 했다. 모든 기대를 둘째 딸, 행화에게로 걸고보니 희망차더라고. 덤벙덤벙하고 멋만 따고다니던 맏딸과는 달리 솜씨가 재고 인물 또한 참하니 어데를 보내도 자기앞의 노릇을 잘 하리란데서 한시름이 놓였다. 그런데 한국에는 죽어도 안 보낸다고 했단다. 거짓불나라 세상이여서 금지옥엽 키운 딸을 망쳐먹는 그런 곳이란다. 그런데서 온 뭉치돈마저 거짓돈이여서 보람없이 아주 깜짝사이에 날아나버린다고 여겼다. 이미 맏딸 하나를 낯도 코도 모르는 건달같은 눔한테 앗긴것만도 분해죽겠는데 또 그런 비극을 재생시킬순 없겠던것이다. --------------------------------------------------------------------------------

  그래, 돈 적게 벌어도 일없다. 누더기같은 이 산골마을을 벗어나 살어라, 재간을 배워서 좋은 총각 만나 살거라. 이런 관념에로 갱생하게 되기까지 조령감은 실로 얼마만큼한 고뇌와 방황을 했는지 모른다. 생각만해도 피가 거꾸로 솟구칠 일이겠었다. 그런 한심한 막골에 시집을 보내놓고 한뉘 감자캐고 풀 뽑고 살 맏딸일줄을 알았더면 아니, 그런 딸일지라도 같이 살면서 명절이나 생일 때마다 만나서 얼굴이나마 볼수 있다면 괜찮겠지만 이건 보구 싶어도 하늘길이 멀고 땅길이 막혀놔서 못 가보게 된것이니 이 아니 비극이란 말인가.

  야, 바루 그게야. 거기란말이다. 등소평이 심장처럼 키우고 일떠세웠다는 딴 세상- 심수, 썬쩐이란델 말야. 상해, 북경보다 돈벌기가 낫다더라구. 한달에 천원씩 쉽게 번다구 했어. 농사수입 몇해를 맞먹는단 말야. 그래, 가거라.

  그렇게 둘째딸 행화를 로동자모집자에 의해 심수로 떠날 날자를 한 열흘 남기고 흥에 떠 있는판인데 이건 뭔가. 갓 18세에 나는 셋째딸 행미가 련애를 하구있다는 소문이 조령감의 귀에 들어와 노발대발하게 되였단다.

  “어느 놈이야? 대라. 잉?…”

  “… …”

  “하라는 공부는 안 하고 개수작을 피우고 다녀…”

  “… …”

  “별수 없다. 다른 학교루 전학해.”

  “난 그이를 사랑해요, 죽어도.”

  “뭣이?!”

  “줄걸 다 줬는데요.”

  “뭐야? 그게 무슨말여? 다 주다니? 몸을 바쳤다 그 말여?…”

  “그래요, 재미있고…”

  천만뜻밖으로 나오는 말이였다.

  “뭐야?! 재미가 어떻단 말 뭐야? 이게 집안 망쳤고나…”

  주걱같은 손이 날아가 딸의 볼에 떨어졌다.

  “집안은 누가 망쳤나요, 흑흑. 맏언니를 누가 망쳤게. 돈밖에 모르다가. 흑흑.”

  “이런 오그라들년 봤나…”

  조령감은 딸년을 마구 패기 시작했다. 딸년이란 한사코 지려하지 않고 악에 받쳐 울고불고 대항한다.

  “걔가 옹근 두학기나 내 학비를 대주었어요. 흑흑.”

  “이 못난년아, 기래서 학비대신 정조를 내걸었어, 어이고. 내 팔자야.”--------------------------------------------------------------------------------

  조령감은 동가슴을 두드리며 들소처럼 울었다.

  그렇게 귀여운 막낭딸년의 공부팔자도 끝나고 둘째딸에게 붙잡혀서 심수시로 보내고나니 언제 딸을 길렀더냐싶게 집안이 텅 비여오드란다.

  딸 둘씩이나 한꺼번에 심수시로 보내놓고 자나깨나 소식만 기다렸지만 푸뜩푸뜩 흰눈발이 서리는 한겨울까지 종무소식이였단다. 죽었노 살았노, 살았으면 가서 어찌되였다는 전갈이나 띄워야 할텐데말이다. 그러다가 한해가 다 저물어갈 무렵해서 편지가 날아왔는데 아주 간단히 쓴 글때문에 단통 속이 덜컥했었다. 그것도 연필글씨로 말이다.

  아버지, 어머니, 그간 얼마나 애타게 소식을 기다렸겠나요.

  나와 행미는 지금 한국공민이 되였어요… 구체적인것은 말하기 싫어져요… 그저 팔자인가부다 여겨주세요.

  아버지와 어머니만 속태워 죄송해요. 이제 운이 틔이면 크게 보답할께요. 기다려주세요.

  부디 몸 건강하세요.

  딸 행화로부터.

  조령감내외는 두눈이 휘둥그래졌다. 대체 심수시로 나간 애들이 웬일이란 말인가. 그러면 그 모집공이 또 기만극을 꾸민게란 말인가. 아니, 그럴순 없겠지. 들을라니 남자들도 숱해 모집해갔다던데. 소문에는 지금 한국기업들이 청도, 대련, 심수같은델 숱해 들어와 앉았는데 연변, 통화, 길림, 흑룡강의 목단강일대에서 숱한 녀자들을 모집해갔다고, 기업주들이 딸같은 녀자들을 첩삼아 사는게 보통이라더라구. 웃마을의 박촌장네 귀동딸은 한국업주가 실컷 놀고 한국의 어느 심심산골에다 필아넘겼다던데…생각할수록 수미산이였다.

  "듣고도 모를 일이더군요. 분명히 '심수시한국그룹방직유한회사'로 나간 애들이 어찌하여 한국에 가 있을라구요. 지금도 확실한 소식을 모르고계셔유?"

  덕필은 그렇게 묻기가 싱거운 기분이들었지만 그런대로 캐여묻고있었다.

  "말하기가 께름하네만 걔들 둘 다 시집을 간거였어. 세상에 부모를 등지고… 참 한심한 일이고매. 그 한국로반이 꼬드겨서 서울로 두달반가량 견습보낸다고 해놓고는 자기의 산골서 사는 사촌동생들께로 억지결혼 시켰다구. 그 편질 받고 마누라는 사흘낮밤을 울었드락꼬. 난 억이 막혀서 눈물도 안 나오데. 이기 대체 무신 세월이꼬글씨."

  조령감의 눈물이 마른 멀건 눈망울과 꼬깃꼬깃 강마른 수엄투성이 얼굴을 바라보면서 덕필은 자기의 마음도 왜서인지 쓰려나고 까닭모를 분개감이 서리고있음을 느끼고있었다.

  "고놈의 새끼가 버르장머리 없게놀땐, 배운게 없는 놈이라서… 덜돼먹은 , 젊은 놈이 너무 여물다니까."

  령감은 자신의 력사를 더 건드려봤자 피만 나겠고해선지 다시 산아래 머리통이 보이는 범수를 연신 씨까스르기 시작했는데 원망과 비난에 동정도 뒤섞인 말이였다.

  "그저 그렇겠거니 여기라요. 뭐, 큰일도 아니고."

  "여문놈같다도 드문드문 날 놀리려든단 말일세. 그것도 가장 아픈곳을 건드려서 흐물대능기."

  "아무런 원쑤진 일도 없이 령감님의 따님들을 묻고 까부는걸 봐선 사위질 하고펐던 허구헌날도 있었겄죠, 허허."

  덕필은 령감 시선에서 물러나며 부르튼 마음부터 고정하도록 그런 말을 일렀다. 덕필은 령감의 살아온 인생이 맘에 들었고 동정되였으며 뉘일같지 않다는 생각에 돋보이기까지 했다.

  "여기 묻힌 고인들의 혼 거개가 어데가 떠있는줄 아나?"

  "그건 또 무슨 말씀이슈?"

  "외국에 가 떴네그려. 왜? 나도 한뉘 딸 셋을 기다리다 죽으면 여기 이 소뿔산에 묻힐거야. 고국땅 밟고싶어진다꼬. 이래뵈도 나 모친님은 한국 인천태생이야…"

  "그럼 아까 한국이 거짓불나라고 뭐고 한 공갈은 뭡니까?"

  "그거야 내 딸들이 애매하게 기편당했으니까 야비하고 덜돼먹은 놈으새끼들보구 한 욕설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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