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흑룡강신문=하얼빈)며칠전부터 우리반 아이들은 모여앉으면 수군수군 떠들어댔다. 며칠후면 우리학교로 새 선생이 온다는것이였다. 모두들 흥분에 붕 떠있었다. 우리들의 신경을 자극한것은 새로 오는 선생이 처녀선생이라는데서였다. 하루는 우리가 학교에 갔는데 상학종이 울려 한참이 되였는데도 선생이 나타나지 않았다. 우리는 교실안에서 고삐에 풀려난 망아지새끼처럼 서로 밀고 당기고 소리를 지르며 장난에 빠져버렸다. 이때 문소리와 함께 교장선생님이 들어오고 뒤에는 낮모를 녀자가 따라들어왔다. 교장선생님은 우리에게 새로온 선생인데 오늘부터 우리반 단임선생으로 된다고 말했다. 우리는 새로 온 처녀선생을 바라보았다. 작달만한 키에 얼굴은 토실토실한 감자 같았고 목소리는 나실나실 잔잔했다. 새로온 선생은 보기에도 만만했다. 새로온 선생은 자기 이름이 영희라고 말했다. 그러자 우리는 하하하 웃었다. 우리반에도 영희라는 이름을 가진 녀학생이 있었던것이다. 출석을 부르고 선생이 하나하나 학생들과 면목을 익히는데 남학생들은 벌써 새로 온 처녀선생을 우습게 보고 자기 이름을 불러도 대답하지 않고 눈만 디룩디룩 했다.
처녀선생과의 우리들의 대응은 시작되였고 시간마다 우리는 엉뚱한 웃음거리를 만들어가지고 처녀선생을 곤경에 몰아넣군 했다. 우리는 상학시간에 오이를 먹고 만화책을 보았는가 하면 잠을 자기도 했다. 며칠이 지난 뒤였다. 하루저녁 영희선생이 우리들을 부른다고 했다. 낮도 아니고 밤에 부르는것을 보면 꼭 우리에게 날벼락이 떨어질것이라고 각오를 하고 우리는 영희선생이 하숙을 하는 곰보할머니네 집으로 갔다. 만일 욕이라도 하면 도망갈 준비를 단단히 하고 우리는 곰보할머니네 집으로 찾아갔다. 가보니 반에서 제일 말썽꾸러기 개구쟁이들만 10여명 불리워왔던것이다. 우리는 언제 날벼락이 떨어질거라고 긴장하게 앉아있는데 영희선생은 ‘천하루밤이야기’를 시작했다. 처음 들어보는 이야기였고 이야기는 아짜아짜하면서도 흥미진진했다. 그날 저녁 우리는 집으로 돌아오면서 고개를 갸우뚱했다. 영희선생에 대한 인상이 변하는 순간이였다.
그후부터 영희선생은 우리가 착오를 범하면 당면에서 말하는것이 아니라 저녁이면 조용히 불러서 타일렀다. 우리반에 어머니가 없는 성진이라는 학생이 있었는데 하루가 멀다하게 성진이네 집으로 찾아가 밥도 지어주고 빨래도 해주군 했다. 우리 불알친구들은 모여앉으면 영희선생의 이야기를 했고 누구나 영희선생과 척을 지지 않으려고 조심했다. 일요일이면 영희선생은 우리들을 데리고 들로 나가군 했다. 여름의 들은 풍만하였고 이름 모를 꽃들이 흐드러지게 피여있고 벌들이 붕붕 노래를 부르고있었다. 우리는 강뚝에 앉아 새들이 우는 숲을 바라보군 했다. 영희선생은 청개구리의 내장구조가 인간과 동일하다고 알려주었고 여러가지 풀들의 특성과 용도도 자세히 알려주군 했다.
1년이 지난뒤 우리에게는 불행한 소식이 날아들었다. 영희선생이 다른 곳으로 조동되여 떠난다는것이였다. 슬픈 소식이였다. 우리는 모여 어떻게 하면 영희선생이 떠나는데 섭섭하지 않게 할수 있겠는가고 열띤 토론을 벌리였다. 결국은 들꽃으로 꽃다발을 만들어주기로 했다. 영희선생이 떠나는 날이 되였다. 우리는 동구밖 버스역까지 따라나갔다. 우리가 영희선생에게 꽃다발을 드리자 영희선생은 우리를 한품에 와락 끌어안는것이였다. 그날 초가을의 하늘은 어찌하여 그렇게 우중충했고 산굽이로 멀어져가는 버스의 뒤모습은 우리의 눈에서 아물거렸다.